'선택'으로 극복한 '결핍'…불멸의 사랑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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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스산한 느낌의 보름달이 뜬 1442년의 트란실바니아. 박쥐의 날개짓 소리만 가득한 어느 숲속 안 적막한 고성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피의 저주 속 신과 운명에 대항하는 한 남자의 서사가 시작된다.

흔히 '드라큘라' 하면 분노와 광기, 그리고 피를 갈구하는 공포의 흡혈귀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뮤지컬 '드라큘라'는 즈데녁 브로베츠(Zdenek Borovec)의 대본 및 작사에 의해 흡혈귀가 될 수 밖에 없던 지독히도 아프고 고독했던 한 남자의 생에 초점을 맞춘다.

화려한 영상을 통한 무대의 막이 오르고, 3명의 피의 천사로 묘사되는 가문의 저주는 20년이 지나 성인이 된 '드라큘라'에게로 이어진다.

극 중 드라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받는 따뜻한 영주다. '신의 뜻으로'라는 이름하에 거리낌없이 자행되는 살육과 탐욕을 꿰뚫어 본 그는 자신의 영주민을 위해 십자군 원정을 단호히 거부하고 400년 간 이어질 숙적 '반헬싱'과 대척점에 선다.

이처럼 신의 이름을 앞세운 십자군에는 맹렬한 적대감을 보이는 드라큘라지만, 자신에게 드리워진 피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매일 밤 신 앞에 다가가 기도를 한다.

"끊으려 애써도 끊어지지 않아, 내 안의 욕망은 더욱 깊어지네."

그러나 날이 갈 수록 피를 갈구하는 저주는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려웠고, 그는 결국 이같이 고통을 부르짖게 된다.

그의 가혹한 운명 속 희망이자 빛은 바로 아내인 '아드리나아'다. 그녀가 있음으로 그는 저주의 멍에를 잠시나마 벗을 수 있고, 행복한 삶의 희망을 이어간다.

하지만 탐욕에 물든 반헬싱과 십자군으로 인해 드라큘라는 모든 것을 다 잃고 광기에 물든다. 결국 그는 흡혈귀라는 자신의 가혹한 운명의 저주를 받아들이고 신을 향해 분노에 찬 절규를 내뱉는다.

그의 곁을 맴돌던 3명의 피의 천사는 이러한 그의 분노의 크기를 반증하듯 수십명으로 불어나 무대를 가득 채우며 피로 물든 1막을 마무리 짓는다.

이윽고 시작된 2막은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파리로 관객을 초대한다. 피로 물든 드라큘라의 고성을 연출했던 무대는 1862년의 번화한 파리 시내로 전환된다.

400년의 긴 세월 동안 '아드리아나'만을 기다려온 드라큘라와 그의 곁을 지킨 '로레인'과 '디미트루'는 파리의 드라큘라 극장에서 흡혈귀를 다룬 공연을 하며 삶을 이어간다.

뮤지컬 '드라큘라' (사진=메이커스 프로덕션 제공)

 

"피만 빨지 않지. 그들도 흡혈귀. 나는 피를 빨고 있고 너는 피눈물을 빨아"

해당 공연의 넘버인 '또 하나의 흡혈귀'는 흥미롭다. 이들은 공연을 통해 흡혈귀로 변해 살인을 저지르는 자신들의 정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당시 약자를 짓밟는 기득권 층을 '악(惡)'으로 정의하며 일갈한다.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드라큘라는 숙적 반헬싱의 계략으로 환생한 아드리아나(엘로이즈)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음모에 빠진다.

또다시 모든 것을 잃게 된 그는 400년의 고독했던 삶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위한 선택을 하게되고 극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지독하고 처절했던 드라큘라의 인생을 통해 '결핍'과 '선택'의 가치를 강조한다.

홀로 인간으로 온전할 수 없었던 드라큘라, 환생 후 부모님의 원수로 잘못 알고 복수를 꿈꾼 아드리아나, 400년 간 드라큘라에 대한 사랑을 포기 못한 로레인, 그런 그를 마음에 품은 디미트루, 복수에만 눈이 멀어 잘못된 사명을 일생의 업(業)으로 삼은 반헬싱 등 모든 인물의 서사 한 켠엔 '결핍'이 자리한다. 이러한 결핍은 각자 배우들의 솔로 넘버로 잘 드러난다.

또 선택의 가치 역시 확연하다. 주요 분기점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가 하게되고 이에 대한 책임과 결과 역시 오롯이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핍과 선택의 가치는 작품의 서사를 더욱 굳건히 하며, 관객들 역시 드라큘라와 인물들의 고독하고 기구한 인생에 공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한 남자의 400년 간의 기구하고 애틋한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연출 속 장치와 구성은 관객에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열연을 보조하거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영상미나 시시각각 전환하며 몰입감을 높여주는 무대장치, 그리고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는 앙상블은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극에 몰입감을 높인다.

아울러 원작의 괴기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서정적으로 그려지는 작품 속 넘버와 오페레타 형식에 가까운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음악 등은 극에 풍미를 더하고, 3명의 피의 천사의 스산한 춤사위는 한껏 서정적일 수도 있을 극의 긴장감을 적절히 잡아준다.

작품은 신성우, 임태경, 엄기준, 켄(VIXX)(드라큘라), 권민제, 김금나(아드리아나), 소냐, 최우리, 황한나(로레인), 김법래, 이건명, 문종원(반헬싱), 최성원, 조지훈(디미트루) 등이 무대에 오르며 오는 12월 1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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