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 '왜 연봉을 말 못 하니?' 샐러리캡 함정에 빠진 V-리그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연봉에 버금가는 옵션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 존재
KOVO, 이르면 올 시즌 도중 샐러리캡 규정 개선
구단들의 훈련 및 복지 환경 개선도 동반돼야

최고의 겨울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은 V-리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보완 등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샐러리캡'. 팀 연봉 총액 상한선으로 특정 구단이 월등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를 마구잡이로 영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또 이를 통해 전력 평준화와 리그의 질적 향상까지 도모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V-리그 역시 샐러리캡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2019-2020시즌 남자부 26억원, 여자부는 14억원의 샐러리캡을 운영한다. 남자부는 지난 시즌부터 매 시즌 1억원씩 샐러리캡을 늘려 2020-2021시즌에는 27억원까지 늘어난다.

여자부의 경우는 지난 시즌 14억원으로 2017-2018시즌에 비해 1억원이 올랐지만 2시즌 동안 동결한다. 다만 특정 선수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선수 1명의 연봉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었다.

소진율에 제한도 있다. 남녀부 모두 샐러리캡의 최소 소진은 전체 금액의 70%다. 만약 최소 소진율을 준수하지 않으면 부족 금액의 100%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반대로 샐러리캡을 넘는 금액을 지출하면 추가 금액의 500%의 제재금이 따른다.

현재 남녀부 13개 구단은 모두 정해진 샐러리캡 안에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 소진율 미달이나 이를 넘어서는 구단은 없다. 과거에도 없었다.

현행 샐러리캡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규정을 어기는 구단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옵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8~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했던 곽승석(왼쪽)과 신영석, 문성민 등은 모두 소속팀에 잔류를 택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제공)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연봉보다 높은 옵션…샐러리캡 제도 허점 노린 돈 잔치

V-리그 샐러리캡 제도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시즌 연봉보다 높은, 그리고 그와 비등한 금액을 옵션으로 받는 선수들이 생기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샐러리캡을 정해뒀지만 옵션에 대한 부분은 따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현행 샐러리캡은 순수하게 연봉만 포함된다. 예를 들어 FA 자격을 얻은 A 선수가 모 구단과 연봉 3억원+옵션 3억원 총액 6억원에 구단과 계약을 맺더라도 연봉 3억원만 샐러리캡에 속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 구단의 C 선수는 연봉과 버금가는 옵션 금액을 챙기고 있다. 또 다른 D 구단의 E 선수는 연봉보다 옵션으로 수령하는 금액이 더 높은 기형적인 계약도 존재한다.

이러한 샐러리캡의 허점으로 인해 실제 한 팀에 속하기 어려워 보였던 선수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정 몇몇 선수들의 몸값만으로도 샐러리캡 소진율이 100%에 육박할 테지만 몇 구단은 이를 옵션으로 대체하고 스타 군단을 꾸린다.

물론 이같은 계약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옵션금액을 포함하면 남녀부 몇몇 구단은 샐러리캡을 넘어서게 되지만 KOVO가 옵션 계약을 금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계약을 진행한 구단은 당당하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규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배구계에서는 옵션 문제가 자칫 점차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V-리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 학교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연봉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배구를 시작하려는 유소년들이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는 연봉이 적은 종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구 선수로 성공하면 이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현행 샐러리캡 제도에서는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과도한 옵션은 FA 시장도 흔들고 있다. 옵션에 대한 계약이 공개되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되다 보니 상당수의 프런트는 모기업으로부터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의 모기업은 KOVO가 발표한 샐러리캡에 대한 부분만 예산으로 편성한다. 옵션에 대한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스포츠단이 모기업을 아무리 이해시키려 해도 예산 편성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몰마켓 구단이 FA 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정해진 금액 안에서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미 옵션에 대한 부분을 구단 운영 예산으로 편성 받은 몇몇 구단과의 금전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샐러리캡의 맹점으로 인해 KOVO도 규정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남자부 기준으로 샐러리캡은 35억원으로 정하고 옵션 금액을 샐러리캡의 30%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당장이 아닌 3~4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동안 옵션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의 실제 연봉을 공개해 구단들이 추후 제대로 실행될 샐러리캡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KOVO는 이르면 2019~2020시즌이 끝나기 전 샐러리캡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7시즌 연속 여자부 연봉 1위 자리를 지킨 현대건설 양효진. 하지만 한 명의 연봉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넘을 수 없는 규정으로 인해 연봉은 3억 5천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우리 구단은 왜 안 와?…환경 개선은 뒷전, 옵션만 지적하는 구단들

단순히 옵션만 해결되면 스타 선수들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단들 역시 다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연습장 및 숙소, 그리고 복지 등의 개선이다.

물론 선수들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전적이 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을 원하는 구단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나 훈련 환경, 복지 등도 팀을 선택하는 데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F 선수는 연봉 3억원을 주는 G 구단과 4억원을 약속한 H 구단 중 어느 팀을 선택할 것이냐 물었을 때 G 구단을 택한다고 답했다. 대외적인 이미지와 현재 팀에 속해있는 선수들에게 환경 및 복지 등을 물었을 때 자신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샐러리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구단들은 단순히 금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데 우리 팀에 오지 않은 것은 다른 구단이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있다.

선수들도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뛰고 윤택한 환경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V-리그에는 아직도 이러한 부분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팀이 잘되길 바라는 구단이 다수다.

샐러리캡 제도 변경을 바란다면 구단의 환경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적어도 프로구단이라면 그에 걸맞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 선수들이 가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