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취약층 자살률, 일반인보다 10배 가까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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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웃'이 위태롭다②]
정신질환·장애인 사망 원인 중 2위는 '자살'
조현병, 5년간 자살사망자·사망률 높게 나와
퇴원 후 시간 길어질수록 자살사망자 '많아'
"정신건강 취약층에 대한 관리가 곧 자살예방"

연도별 정신질환자 자살사망자 수와 자살사망률. (사진출처= 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 발췌)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사망자 중 정신건강 취약층이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 취약층은 정신질환과 정신장애 당사자를 일컫는다. 정신질환에는 정신병적 장애(조현병)를 비롯해 우울장애, 수면장애, 알코올 사용, 양극성 장애 등이 포함된다. 정신장애인은 질환 이력을 통해 실제로 '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5개년(2013~2017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정신질환자의 자살사망자 수는 5년 동안 모두 5582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살사망률로 환산해 보면 2013년 195.1명, 2014년 189.1명, 2015년 182.5명, 2016년 173.1명, 2017년 157.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전국 자살사망률인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2017년 24.3명과 비교해 볼 때 7배 정도 높은 수치다. 서울시 자살사망률로 따로 떼어내 살펴봐도 정신질환자의 자살사망률이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신질환별 자살사망자 수와 자살사망률로, 정신병적 장애(조현병)은 둘 다 '모두' 높게 나왔다. (사진출처=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 발췌)

 

특히 정신병적 장애(조현병)는 다른 정신질환보다 5년 동안 자살 사망자 수(821명)와 사망률(407명)이 '모두' 높게 나와 위험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한편 인구 10만 명당 서울시 정신장애 자살사망률의 경우 2013년 141.6명, 2014년 228.9명, 2015년 213.3명, 2016년 229.3명, 2017년 183.8명으로 분석됐다. 이 역시 인구 10만 명당 전국과 서울시의 자살사망률과 비교해 보면 무려 9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장애와 건강통계' 자료는 정신장애와 관련한 사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정신장애인의 조사망률은 2013년 231.2명, 2014년 225.3명, 2015년 224.2명, 2016년 207.6명으로 파악돼 전국 자살사망률보다 평균 8배 높았다.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사망원인 중 자살은, 악성 신생물(악성종양)에 이어 매년 2위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률보다 평균 8배 높은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정신건강 취약층의 관리가 자살률 예방과 '직결'되는 지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5년 정신질환자의 다빈도 사망 원인으로, 자살이 2위를 차지했다. (사진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발췌)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자살과 관련해서는 실제 진료비 청구자료 등을 통해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발표한 '2017년 기준 보건의료 질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에 조현병과 양극성정동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는 일반 인구집단과 비교해 사망률이 3~4배 높았다.

심평원이 2015년도만 따로 떼어내 파악한 결과, 정신질환자의 사망원인 중 자살은 역시 2위(10%)를 차지했다.

'2015년 정신질환자의 다빈도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12%)에 이어 고의적 자해(10%)가 그다음으로 높았으며, 간의 질환(7.6%)과 인플루엔자와 폐렴(6.8%), 호흡기와 흉곽내기관의 악성 신생물(5.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자살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퇴원 후 30일 내 자살자 수는 2008년 504(0.3%)명, 2009년 502명(0.3%), 2010년 558명(0.3%), 2011년 587명(0.31%), 2012년 557명(0.27%), 2013년 497명(0.24%), 2014년 468명(0.24%), 2015년 499명(0.24%)으로 산출됐다.

또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자살은 2008년 1487명(0.9%), 2009년 1482명(0.85%), 2010년 1547명(0.86%), 2011년 1535명(0.82%), 2012년 1454명(0.73%), 2013년 1359명(0.7%), 2014년 1381명(0.73%), 2015년 1338명(0.7%)으로 나타났다.

퇴원 후 자살률을 OECD 회원국과 비교한 자료로 가장 최근 년도로 살펴봤다. (사진출처=OCED 통계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30일 내와 1년 내 자살률'은 모두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퇴원 후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자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대로 치료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생명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자살은 외국과 달리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는데, 정신질환 등 취약성이 있는 분들이 특히 타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결국 정신질환에 대한 보살핌은 자살 예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 사망 분석에 대해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 관련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전국 단위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에 취약한 분들을 제대로 도와주는 맞춤형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배제와 소외가 만들어낸 '생명의 사각지대', 정신건강 취약층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겪거나 정신장애를 앓는 취약층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이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강원영동CBS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고통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이웃들'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사회, 나아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죽음도 삶도 '투명'한 존재"…들리나요, 이웃의 목소리
② 정신건강 취약층 자살률, 일반인보다 10배 가까이 '높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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