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풍자 아로새긴 치명적인 복수극…'스위니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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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스위니 토드'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창백한 얼굴의 한 남자. 시퍼런 칼날을 쳐들면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네. 뭐였을까. 그의 정체.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뮤지컬 '스위니 토드' 공연 모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복수심에 불타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가 다시 돌아왔다. 3년 전보다 더욱 광기 어린 분노와 비장감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그의 귀환을 오매불망 기다린 관객들의 가슴에 짜릿한 전율을 아로새겼다.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무대의 막이 오르고 'The Ballad of Sweeney Todd'의 음악소리가 울려펴졌다. 배우들과 앙상블이 함께 등장해 부르는 노래와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가사는 극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몰입도를 일순간에 배가시켰다.

조명에 불이 들어오고 드디어 드러난 무대는 당시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의 분위기를 한껏 재현했다. 낡은 건물들과 녹슨 철제 계단 등 4층 높이의 건물과 공간은 작품 속 복잡한 캐릭터들의 관계를 대변하듯 스산한 분위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윽고 비장미를 한껏 채운 '스위니 토드'(조승우 분)가 등장하고 그의 불타는 복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위니 토드' 연기하는 조승우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단순히 한 남자의 광기어린 복수만을 그려내지 않는다. 가정을 파탄 낸 대상에 대한 이발사의 복수라는 줄거리는 큰 틀에서 가져가되 귀족주의와 사회적 부조리를 꿰뚫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시대를 초월해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과 부조리, 권력 만능주의, 탐욕 등 다양한 시대상과도 맞물리며 큰 의미를 남긴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에 의해 세상이 좌우되고 약한 자는 짓밟히는 그러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추는 것이다.

또한 맛이 없던 '러빗 부인'(옥주현 분)의 고기 파이는 모종의 이유로 맛을 갖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윗놈이 아랫놈 등쳐먹는 귀족 파이'나 '선거 때 별미인 정치인 뱃살 파이' 등 풍자 요소는 단순 웃음을 넘어 희열로까지 작용한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합 역시 자연스럽다. 서로가 나누는 대화 속 등장하는 꽁트와 언어유희 등은 극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무게를 잡아준다.

이는 한 남자의 치정어린 복수 일변도의 스릴러 극의 분위기를 달래며 관객의 감정을 긴장과 웃음으로 쥐락펴락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비장미 넘치는 스위니 토드 역시 자신을 향한 연모의 정을 품은 러빗 부인에는 무장해제가 되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 역시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한다.

'러빗 부인' 연기하는 옥주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또 러빗 부인은 이번 작품에서 단순 스위니 토드의 조력자로만 남지 않는다. 그는 극에서 스위니 토드의 조력자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강렬한 캐릭터로 각인된다.

기본적으로 천연덕스럽고 주책맞은 러빗 부인이지만, 스위니 토드를 향한 연모의 정을 표현할 때는 무척이나 진지했고, 토비아스를 향한 모성애를 보일때는 한없이 애틋했다. 또 그가 숨기고 있던 진실이 밝혀진 장면에선 스위니 토드와는 또 다른 광기마저 드러낸다.

앙상블 역시 돋보인다. 스산한 분위기 속 등장해 부르는 그들의 합창은 몰입도를 극대화 하며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돕는다.

특히 스모키 짙은 화장과 낡고 헤진 의상, 그리고 기괴한 춤사위는 다가오는 할로윈을 앞당긴 듯한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연출하며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작품은 스위니 토드의 잔혹한 복수를 그려내며 피비린내 나는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비극의 주인공 스위니 토드를 '잔인한 운명의 이발사'라 칭하며 다시금 외친다.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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