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을 규탄하며 홍콩 도심을 행진하는 시위대.(사진=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근거 없는 소문과 정보를 동원한 심리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는 5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로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쇠퇴와 이들의 자리를 대신할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뉴스 공급원의 약진을 꼽았다.
홍콩 매체 명보(明報)가 홍콩 시민 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위 사태에 대한 뉴스 공급원으로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온라인 생중계로 8.12점(10점 만점)을 얻은 반면 기존 매체들의 점수는 6.85점으로 소셜미디어(6.01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텔레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포럼 'LIHKG' 등이 새로운 뉴스 공급원으로서 부상하면서 이들 공간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심리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심리전이 과열되고 친중국 진영과 시위대 모두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지지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SNS 서비스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최근 중국 정부와 연루된 계정 수백 개를 삭제하면서 이들 계정이 홍콩 시위의 정당성을 약화하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얼굴을 가린채 민주화 요구 시위에 나선 홍콩 시위대.(사진=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시위대에게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16세 소녀의 인터뷰 동영상을 게재했지만, 이 소녀가 쓴 언어가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화(廣東話)가 아니라는 반박이 제기되자 동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시위대 사이에서도 지난 8월 31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한 프린스에드워드 역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온라인 포럼 등에서 유포되는 등 근거가 희박한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홍콩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는 소문도 떠돌면서 지난달 22일 익사체로 발견된 15살 천옌린(陳彦霖)이 그 예로 거론됐지만, 경찰은 천옌린이 경찰에 체포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위대와 친중국 진영 안에서 모두 거짓 소문들이 기승을 부리자 일부에서는 양측의 시각을 모두 배제한 채 진실을 추구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으며 페이스북 기반의 한 검증 운동에는 12만2천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