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여성 단독 주연 늘어나, 이런 영화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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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두번할까요' 박선영 역 이정현 ②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번할까요' 박선영 역 배우 이정현을 만났다. (사진=KTH 제공)

 

이정현은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으나 2000년 개봉한 공포 영화 '하피' 이후 꽤 오랜 기간 영화를 쉬었다.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으로만 촬영해 이목을 끈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연기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판타지('파란만장'), 드라마/가족('범죄소년'), 사극/시대극('명량', '군함도'), 드라마('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플릿') 등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자격증을 14개나 가지고 있지만 결국 컴퓨터에 일자리를 뺏겼고, 잠도 줄이며 투잡 쓰리잡 열심히 일했지만 행복과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수남 역으로 그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3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하피' 이후 귀신이나 신들린 여자 등의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고, 꽤 오랫동안 비슷한 역할을 제의받았다는 이정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는 이정현이 처음 도전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지난주에 촬영을 마친 '반도'(감독 연상호)는 '부산행' 다음 시리즈로 전대미문의 재난을 소재로 한 재난물이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이렇게 밝은 것, 밝은 캐릭터를 꾸준히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전보다는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좀 많이 있더라"라며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 감독-배우가 아재 개그로 겨뤘던 즐거운 현장

이정현은 '두번할까요'로 권상우를 처음 만났다. 어떻냐고 물으니 "성격도 너무 좋다. 되게 편하게 해 주고, 분위기 메이커다. 아들 바보, 딸 바보에 너무 착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용집 감독님도 너무 착하시다. 아직 노총각이신데 아재 개그를 되게 잘하신다. 상우 오빠랑"이라고 덧붙였다.

기억에 남는 아재 개그가 있을까? 이정현은 "기억 안 난다, 다 이상해서"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정현은 "그렇~게 (아재 개그로) 경쟁한다. 웃기고 귀엽다. (권상우-이종혁) 오빠들도 귀엽고 감독님도 귀엽고. (개그는) 재미없는데 그 상황은 재미있다. 자기들끼리 경쟁 붙어서"라고 덧붙였다.

평소에도 로맨틱코미디와 코미디물을 즐겨본다는 이정현은 '두번할까요'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웃긴 코미디 영화'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코미디 영화니까 그냥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로 남았으면 하고, 이 영화 보고 (관객들이) 좀 웃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코미디 영화가 많이 없지 않나"라며 "많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니까 오셔서 많이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셔서 분석 안 하셨으면 좋겠다. 분석하기보다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두번할까요'에서 이정현은 권상우, 이종혁과 삼각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 '열일' 중이지만, 아직 비슷한 역할 들어와

잠시 연기를 쉬었던 적이 있었던지라, 이정현은 작년부터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다. 이정현은 "계속 이렇게 좋은 작품 만나서 하고 싶다. 너무 감사하다.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좋은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다. 항상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배우로서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정현은 "너무나 감사한 작품이다. 개봉할 줄도 모르는 작품이었는데 개봉도 했고. '앨리스'는 다시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꽃잎'은 (다시 찍으라면) 못 찍을 것 같다"면서 웃어 보였다.

이정현은 지난 8일 열린 언론 시사회 때 공개적으로 박용집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대부분 '센 역할'만 들어왔던 자신에게 로맨틱코미디를 제안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시나리오는 다 비슷한 게 들어오는 것 같다.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드라마가 진짜 한 작품도 안 들어온다"며 아쉬워했다.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는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동백꽃 필 무렵'. 조금 있으면 손예진도 드라마로 돌아온다며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맡았던 배역도 그렇고, '와', '바꿔', '너', '줄래', '미쳐' 등 콘셉추얼한 이미지가 강한 가수 활동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이정현은 곧장 "가수 때 이미지가 강했나 보다. '명량'이 잘되면서 그런 부류의 영화가 또 들어오더라. (저로선) 다양하게 보여드리면 좋으니까, 이런 코믹 로맨스 너무 하고 싶었다"라며 "평소엔 할리우드나 한국 코미디 영화를 많이 틀어놓는다.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생각 많이 하는 것 말고"라고 설명했다.

이정현은 "이렇게 밝은 것 꾸준히 하고 싶다. 밝은 캐릭터도. 어두운 것도 필요하면 해야겠지만 다양한 걸 오가고 싶다"라면서도 "이미지를 떠나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면 무조건 하려고 한다. 재미있게 읽히는 시나리오면 다 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앞으로 영화를 같이 찍어 보고 싶은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하정우 배우님. 로맨스든 뭐든 간에 찍어 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여성 배우 중에서는 "공효진 씨랑 너무 하고 싶다. 효진이한테도 한 번 얘기했다. 너무 매력 있어서 같이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로 혹은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연상호 감독이라고 답했다. 이정현은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박찬욱 감독과, 최근 촬영을 마친 '반도'로 연상호 감독과 작업한 바 있다. 또 '우리들',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도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두번할까요'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아래쪽 왼쪽부터 권상우, 이정현, 이종혁, 박용집 감독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이정현은 "단편 '콩나물' 하셨을 때 저랑 연상호 감독님이랑 심사 봤는데 깜짝 놀랐다. 이거 누구냐고, 이 감독님 상 주고 싶다고 했다. 수안이도 거기서 봤다. 그걸 보고 연 감독님이 '부산행'에 수안이를 바로 캐스팅하셨다"라며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여성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이 주목받고, 여성 원톱 혹은 투톱 주연물이 조금씩 나타나는 경향에 관해서는 "예전보다는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더라, 이제는. 옛날엔 진짜 없었다. 시나리오가 주연으로 들어와도 여자 역할은 되게 있으나 마나 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꽤 한몫을 하고, 여자 단독으로 주인공 되는 영화도 많이 제작되는 것 같아서 되게 좋다. 더 잘 돼서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남자 위주의 영화들이 많으니까"라고 답했다.

예전엔 공효진, 손예진, 오윤아, 이민정 등 친하게 지내는 동료 배우들과도 곧잘 그런 얘길 했었다. "요새 시나리오 너무 없지 않아?"라고. 이정현은 "한동안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래도 다들 작품들이 엄청 들어오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신랑이 괜찮은 사람인지 '검증'까지 받을 만큼 가까운 이들은 이정현에게 남다른 인연이다. 이정현은 "활발하게 활동 중인 또래들인데 서로 응원해주고 고민 있을 때 들어주고, 감독님 겹치면 정보도 공유한다. 놀러 가면 밤새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위로도 많이 되고. 비슷한 나이다 보니까 고민도 비슷하다. 너무 고맙고 든든한 친구들"이라고 자랑했다.

◇ 가수 그만둔 것 아냐, 현재 진행형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이정현은 가수로도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요즘은 '탑골가요'(1990년대 SBS '인기가요' 방송에 네티즌들이 지어준 애칭) 열풍으로 이정현의 무대 영상도 꽤 주목받았다. 압도적인 카리스마,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에서부터 고혹적이고 신비롭고 강력한 느낌까지 모두 소화하는 이정현을 보고 새삼스레 '입덕'(팬이 되는 일)했다는 고백도 이어진다.

음악 활동은 2013년 발표한 싱글 '브이'(V) 후 '멈춤' 상태이지만 가수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이정현은 "은퇴 안 했다. 나올 기회가 없어서 못 나오고 있는데 기대를 많이 해 주셔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기와 음악 활동 차이에 관해서는 "연기는 만들어진 틀에 제가 가서 감독님이랑 합의만 하면 되니까 너무 편하다. 의상부터 모든 걸 해 주는 전문가들이 있고, 여기에 (제가) 더 생각하고 싶으면 한두 가지 아이디어 드리고,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니까. 근데 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다. 영화는 저 혼자 가서 잘하면 되니까 가수보다는 편하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우 이정현 (사진=KTH 제공)

 

이정현은 올해 4월 결혼하면서 신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혼자들이 으레 이야기하듯, 정말로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겼는지 물었을 때, 이정현은 질문이 끝나자마자 "진짜 그렇다. 안정된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다 보니까 편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은 되게 외로웠다. 촬영 끝나면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결혼한 이민정 씨 매일 불러서 나오라고 엄청 괴롭혔다. 같이 밥 먹고. 항상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는 게 마음 편하다"라고 답했다. 2세 계획도 있다. 이정현은 "결혼하고 나서 계속 두 작품을 찍어서. 이거 끝나면 연말에 쉰다"라며 "빨리해야 하는데…"라고 수줍게 웃었다.

더 철들고 더 차분해지길 바란다는 이정현은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해 벌써 데뷔한 지 23년을 맞았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향으로 삼을 만한, 먼저 길을 간 사람이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담담한 대답을 돌려줬다.

"그냥,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정말 배우가 너무 다시 하고 싶었고, 작은 영화부터 시작했잖아요. 그 모든 상황이 너무 다 감사했어요. 아, 이렇게 연기할 수 있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뭐가 주어지면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많이 노력했고요. 힘들 때는… 힘들 땐 난 어떻게 했지? 많이 힘들 때 그냥 좋은 취미생활 찾아서 그거로 많이 풀었던 것 같아요. 운동이 됐든 뭐든 건전하고 좋은 취미요. 그런 거로 많이 스트레스를 풀면서 계속 되돌아보고,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마음도 계속 가졌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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