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문의 정치본색] '서초동 촛불' 조국사태 프레임전환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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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참석자 200만 vs 5만
페르미 기법으로 추산해도 최소 20만 이상
숫자에 목매는 여야의 '셈법'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이용문 기자의 <정치본색-정치의 민낯을 본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덕기)뉴스픽, 오늘은 정치본색입니다. 정치부 이용문 기자가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 주말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 벌어진 촛불집회를 두고 여야의 '아전인수' 해석이 봇물을 이뤘죠?

◇ 이용문)그렇습니다. 한쪽은 200만, 또 다른 한쪽은 5만으로 차이가 너무 크죠? 40배나 됩니다. 촛불집회가 반가운 쪽은 늘리고 싶을 것이고 달갑지 않은 쪽은 줄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겠지요?

◆ 김덕기)이른바 '조국사태'로 곤혹스러웠던 민주당은 그제 촛불집회가 더 크게 보이겠죠?

◇ 이용문)그렇습니다. 민주당이 촛불집회 참석자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200만명으로 밝힌 집회 주최측의 추산을 그대로 인용해 논평을 냄으로써 사실상 그 숫자에 동의 한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마음 속에 켜진 촛불까지 합치면 2000만일 수도 있다"면서 "10만 촛불이 켜진다고 한다"고 했던 지난 금요일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지난 금요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주말에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한다고 한다"고 예고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예고보다 최소 10배 또는 20배나 된 것으로 주최측이 추산하면서 상당히 고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가운데)이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서 열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추산 인원이 서초구 음악 축제 '서리풀페스티벌' 인원까지 포함돼 언론사별로 상당히 부풀려 보도됐다며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확대이미지

 

◆ 김덕기)자 그럼 반대로, 이번 촛불집회가 달갑지 않은 한국당으로서는 저 숫자에 동의하기 어렵겠지요?

◇ 이용문)그렇습니다. 집회장소인 서초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어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숫자가 뻥튀기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20여 년을 서초구에서 거주하며 부구청장, 구청장, 국회의원으로 누구보다 지역 구석구석을 아는 사람"이라면서 "100만~200만 시위 인원은 현지를 모르는 무지에 따른 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어서 "강남 3구 인구를 전부 합쳐도 160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서초구 행사인 서리풀 축제 참가자가 시위 참가자로 혼동되고, 도로 면적을 계산해 인원을 추정해도 최대 5만 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덕기)박 의원이 페르미 기법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구요?

◇ 이용문)박 의원은 과거 경찰이 시위참가 인원을 추산할 때 쓴 기법 이라면서 '페르미기법'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한평이라고 하죠. 3.3㎡에 집회 참석자가 몇 명인지를 추산한 뒤에 집회가 있었던 공간의 넓이에 맞춰 추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넓이는 가로세로가 대략 1.8미터 정도 되는데 성인이 서있으면 대여섯명, 앉으면 10명 정도라고 합니다.

박 의원은 누에다리에서 서초역 4거리까지 꽉 찼다고 볼 경우 최대 5만명 이상은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누에다리는 서초역에서 강남성모병원 방향으로 가는 언덕 정상부근에 있는 누에 모양의 구름다리인데 그제 집회는 여기부터 서초역까지에서 진행됐고 현장을 찍은 사진으로도 그렇게 나옵니다.

여기다 서초역에서 교대역까지도 대략 비슷한 비슷한 거리인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같은 밀도로 모였다면 합해서 10만명은 충분히 될 것 같습니다.

동시에 모인 사람들이 이렇다는 것이구요. 낮부터 왔다 갔다한 사람들 까지 합하면 최소 20만명 이상은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서초구의 자체축제인 '서리풀 축제'가 진행됐는데 거기 참석한 사람들은 촛불집회에서 빼야 한다는게 박 의원 주장이었습니다.

◆ 김덕기)그런데 양측이 왜 이렇게 숫자에 집착하는 겁니까?

◇ 이용문)촛불이 반가운 쪽과 달갑지 않은 쪽의 심리 때문이겠지요. 조국 법무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팀장과 통화를 한 사실이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밝혀지면서 조국 장관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역시 매우 곤혹 스러웠는데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해 졌습니다.

반면 '압색팀장과의 통화'를 이유로 조국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한국당으로서는 '촛불 그림자'가 '조국사태'를 가리는 것이 싫겠지요.
그제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두 종류의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하나는 '조국수호'였고 또 하나는 '검찰개혁' 이었습니다.

한국당으로서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조국탄핵' 공세가 묻히게 되는 상황이 제일 싫을 겁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 김덕기)자 그렇다면 오늘 준비해온 제목처럼 '프레임 전환' 가능한 겁니까?

◇ 이용문)네, 사실은 이미 '프레임 전환'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제 하루 여야가 주고받은 공방을 보면 더 확실해 집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권력의 남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단호히 배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주셨다"면서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권력을 지나치게 행사한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국 사태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그 어떤 권력이라도 국민의 뜻을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검찰은 국민의 명령을 준엄하게 여기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것도,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도 문 대통령이었다"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집회는 국민의 뜻,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 공세로 몰아가는 행태는 내로남불"이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조국 해임, 조국 탄핵, 조국 국정조사는 이미 상당히 희석돼가는 형국입니다.

◆ 김덕기)촛불집회를 계기로 여권의 프레임 전환이 성공했다는 얘긴데, 변수는 없나요?

◇ 이용문)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메시지를 내놨죠? 윤 총장이 육성으로 한 것은 아니구요. 대검찰청이 '검찰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언론에 전달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 이렇게 짧막한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집회 등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검찰은 조 장관을 둘러싼 수사를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촛불집회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인데, 조국 장관의 부인이죠,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이번주에 예정대로 소환할 것 같습니다.

소환조사는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영장이 발부되면 상황은 또 반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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