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1시간의 압수수색과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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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사진=자료사진)

 

조국 법무장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의 인사와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기업체 같은 큰 시설물도 아닌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무려 11시간에 이르는 장시간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갖가지 억측이 생산되고, 지나치다는 비난도 거세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논란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조 장관의 부인과 자녀가 변호인의 조력을 요구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고, 입회한 변호사가 수색 범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두 차례나 추가 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 장관 집에 대한 장시간의 압수수색은 검찰의 지나친 처사가 분명해 보인다.

두 차례나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다는 것은 수색범위를 확대해 꼬투리를 잡을 만한 뭔가를 찾아내겠다는 의사가 강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만큼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처벌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상자를 들고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서울지검의 특수부를 총동원해 한 달째 벌이고 있는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조 장관의 직계 가족은 물론 5촌 조카와 관련된 기업체, 동생 부부, 부친 소유의 학원, 자녀와 관련된 모든 대학까지..

여기에 의도적일 가능성이 높은 혐의사실 유출과 이를 과대 포장하는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 사건을 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마치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다.

마주달리는 두 차량을 지켜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총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을 할 사람이 조국 밖에는 없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제 조국밖에는 없다. 치킨게임의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가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면 어떻게 될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그 위험한 차량의 운전대를 과연 누가 이어받으려고 할 것인가.

사실 치킨게임라고 하지만 지지율 하락과 민심 이반, 총선의 불확실성, 그리고 자신의 명예등 모든 것은 내던진 쪽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다.

검찰은 무엇을 내던진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치킨게임에서 진다고 해서 검찰에게 파국은 없다.

검찰의 개혁이 있을 뿐이다.

논두렁 시계로 목숨까지 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되밟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종착지를 찾아 갈 것인지.

이제 결말에 이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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