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희가 그려낸 ‘무광’, ‘이유준’이라는 두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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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tvN '아스달 연대기' 무광 & SBS '의사요한' 이유준 역 배우 황희 ①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tvN 토일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대칸부대 전사 '무광'으로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황희. 초반에는 '한국의 팔콘'(참고: '팔콘'은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오는 히어로 중 한 명)이라 불리며 누군가의 '닮은 꼴'로 유명해졌지만, 점차 무광이란 캐릭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SBS 금토 드라마 '의사요한'을 통해 '배우 황희'로서 자리매김했다.

황희는 대칸부대의 잔인한 전사('아스달 연대기')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사요한')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오가면서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냈다. 배우에게 커다란 도전과도 같은 두 작품과 캐릭터를 무사히 마친 황희를 지난 19일 오전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광'과 '이유준'이라는 두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두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말이다.

SBS '의사요한'에서 이유준 역을 맡은 배우 황희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먼저 SBS '의사요한'과 아직 방송 중이지만 tvN '아스달 연대기'를 마무리한 소감을 들려 달라.

지난 2018년부터 '아스달 연대기'를 시작으로 '의사요한'을 끝내게 됐다. 일 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이 며칠 없었을 정도로 두 작품 모두 피와 땀과 열정이 다 묻어나온 작품이다. 또한 당시에 내가 처한 상황과 절박함 같은 것들도 많이 묻어있는 작품이어서, 마음속에 잘 새겨놓을 생각이다.

▶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죽이는 역할('아스달 연대기' 속 무광)을 하다가 고통을 덜어주고 살리는 역할('의사요한' 속 이유준)을 하게 됐다. 두 드라마 사이 시간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늘 새로운 인물을 만난다는 건 배우에게 큰 숙제고, 도전이고,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무엇을 해도 무광이가 되는 순간과 무슨 짓을 해도 유준이처럼 보이는 순간이 온다. '아스달 연대기'가 끝나기 두 달 전 '의사요한'에 들어가게 되면서 두 달 동안은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했다. 두 가지를 동시 촬영하면서 왔다 갔다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든 건 있었지만, 인물이 힘들거나 나 스스로 혼돈이 와서 힘들었던 적은 없다. 아, 재밌는 건 있다. 아침까지 제주도에서 밤샘 촬영을 하고 첫 비행기로 청주의료원에 갔다. '의사요한' 1, 2화 때 이유준이 응급실에서 일할 때다. 내가 힘을 뺀다고 뺐지만 사람인지라 무광의 센 기운들이 조금씩 묻어나왔다.

▶ 조수원 감독이 힘을 빼라고 하지는 않았나.

조수원 감독님께서 매니저에게 늘 그런 거로 (배우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말했다고 나중에 전해 듣게 됐다. 내 스케줄 등으로 절대 스트레스 주지 마라, 내버려 둬라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연기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알아서 빠지겠지 싶으셨던 거 같다. 그런 배려가 감사해서 더 열심히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조수원 감독님은 배우 황희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웃음)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 그런 배려 덕분에 연기가 차츰 안정적이고 부드러워진 거 같다. 누구보다 캐릭터를 가까이에서 바라본 사람으로서, 황희가 바라본 이유준('의사요한')은 어떤 인물이었나.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내용을 더듬어 보자면, 초창기 이유준은 도립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다 차요한(지성 분)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그에게 무릎을 꿇고 합류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강시영(이세영 분)의 동생 강미래(정민아 분)와 멜로를 쌓아간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캐스팅된 이후 이유준은 첫인상은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고, 나름대로 실력 있는 의사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유준이라는 인물을 '조화로운 사람'으로 결정했다.

▶ 조화로운 사람?

어디에 있든, 누구와 관계를 맺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인물 간 관계를 서로 다르면서도 명확하게 두려고 했다. 그러면 인물이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보일 거로 생각했다. 차요한 교수님에게는 처음엔 투덜거리지만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남자 간의 끈끈함과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영과는 동료이면서도 시영의 사랑을 눈감아 줄 수 있는 따뜻한 남자가, 미래에게는 오빠 같으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그녀를 위해 공중제비를 돌 줄 아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허준(권화운 분), 김원희(오현중 분) 두 레지던트와는 형제 같으면서도, '바보 트리오'라고 해서 연기에 슬랩스틱을 많이 녹여냈다.

SBS '의사요한'에서 이유준 역을 맡은 배우 황희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의사요한'에서 이유준이 차요한에 대해 갖는 감정이 점차 변했다고 해야 할까, 처음엔 차요한을 라이벌처럼 여기다가 갑자기 그를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유준이 차요한에 대해 갖는 감정은 무엇이었나.

1, 2화 때만 해도 대립이었다. 그런데 3화 대본을 보자마자 중간 과정을 건너뛰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건 배우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생뚱맞아질 수 있어서 시청자를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감독님, 작가님과 회의를 두어 번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유준은 차요한에게 설득됐다. 도립병원에 있을 때부터 차요한에 관해 공부하면서 누구보다 그를 잘 알게 됐다. 인간으로서는 싫어할 수 있었지만, 의사로서의 능력만큼은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어떤 장치를 통해 잘 보여줄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감독님에게 노트나 녹음기는 어떠냐고 제안했다. 한세병원으로 간 이유준이 차요한을 대할 때 차요한의 말을 노트에 적는다거나, 녹음해놨다가 나중에 집에서 혼자 꺼내 듣는다거나 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 실제 드라마에서 차요한이 하는 말을 노트에 받아 적으면서 '멋있다'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안이 받아들여진 건가.

작가님이 3화 대본 리딩 때 차요한과 이유준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요한노트'라고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현장에 갈 때 내가 따로 6만 원이 넘는 고가의 노트를 사서, 거기에 '요한노트'라고 각인까지 해서 갔다. (웃음) 그게 해결책이었던 것 같다. '요한노트'를 보시고 시청자들께서 굉장히 귀여워해 주셨다. 차요한을 이기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배우러 온 거다. 그가 멋있다는 걸 인정한 거다. 이유준이 예민하면서도 차요한의 적으로 비칠 수 있었는데, 마음의 문을 열고 차요한을 받아들인 거 같다.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 무광 역을 맡은 배우 황희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그렇다면 또 다른 작품인 '아스달 연대기'에서 무광은 어떤 사람이었나.

대본을 봤을 때부터 이미 엄청나게 임팩트가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다른 사람이 대본을 봤어도 그렇게 느꼈을 거다. 중요한 건 그 임팩트를 구현하는 표현방식이다. 어떻게 무광의 잔인함을 효과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무광이라는 인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물이 처음 등장할 때 시청자에게 어떤 인물인지 보여줄 수 있는 게 좋은 연기라 생각한다. 영화 '레옹'(감독 뤽 베송, 1994)과 '일급 살인'(감독 마크 로코, 1995)의 게리 올드만을 보기도 했다.

▶ 그래서 정해진 방향은 무엇이었나.

결론은 심플하게 가자는 거였다. 심플해야 눈빛에 흔들림 없고, 망설임 없는 인물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본 리딩 때 김원석 감독님이 무광에 대해 '귀여운 사이코패스'라고 했던 말이 귀에 탁 들어왔다. 그렇지만 마냥 나쁘기보다는 무광이 가진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형인 무백(박해준 분) 있을 때는 철부지 동생 같은 면을 보이고자 했다. 잔인함 뒤의 이면을 보고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공감해 주신 것 같다. 초반에는 나쁘다고 하다가도 막상 죽으니 아쉽다고 하는 반응도 있었고, 무광이 나오는 장면은 답답함이 없다는 반응도 들었다.

최근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요한’ 촬영을 마친 배우 황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 '아스달 연대기'의 경우 제작 규모가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대작이다. 배우로서 드문 경험을 했는데, 대작 드라마의 현장을 겪어보니 어땠나.

첫째로, 내가 이 안에 아주 작은 일원으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자체가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촬영 중간쯤 접어들자 개척정신이 많이 생겼다. 작품을 알면 알수록, 함께 일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알수록, 나도 이 가운데 있으니 당당하게 기죽지 말고 더 잘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다들 어려워하고 누구 하나 해본 적 없는 장르라 다 똑같은 마음이었다. 모두 개척정신을 가지고 함께 나아갔던 것 같다. 끝에 가서는 아쉬웠던 기분이 컸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대본이 나올 때마다 언제 죽나 조마조마했다. 그러다가 15부에서 초승달이 떠 있더라. 여기서 내가 가겠구나 싶었다.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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