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치 희화화와 한국당 삭발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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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촉구하며 삭발식을 마친 이만희, 김석기, 최교일, 송석준, 장석춘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당의 삭발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제 1야당 대표로서 사상 초유의 삭발을 벌인 황교안 대표에 이어 중진 의원 삭발 등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가 거의 매일 이뤄지고 있다.

원외인사까지 합칠 경우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국민 여론이 조 장관 임명에 부정적인데도 한국당의 지지율엔 큰 변동이 없자 한국당 지도부가 내린 정치적 몸짓으로 이해된다.

정치 이벤트로서는 언론의 관심을 끌었지만 ‘삭발’이 갖고 있는 정치적 의미와 무게가 과연 담겨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다.

삭발 릴레이를 촉발시킨 황교안 대표의 경우 삭발식 다음날 한국당의 한 행사에 참석해 영화배우 ‘율 브리너’를 거론하면서 ‘누가 더 멋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농담조로 던진 말이겠지만 홍준표 전 대표로부터도 ‘천부당만부당' 한 말이라고 힐난을 당했다.

성직자와 세속인을 구별하는 종교 의식에서 시작됐던 삭발은 정치적으로는 단식투쟁만큼이나 야당의 강력한 투쟁 수단으로 꼽힌다.

죽음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결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단식이나 삭발엔 절박함이 묻어나야 한다. 하지만 한국당 삭발 릴레이에선 이러한 진정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진 의원들의 앞 다툰 릴레이 삭발도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기에다 당내에서조차 나경원 원내 대표의 삭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삭발의 저항성과 결기는 사라지고 인기경쟁을 벌이는 듯 한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의 희화화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당의 성찰과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사모펀드 의혹 등 3대 의혹에 대한 관련자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실체적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문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조 장관의 진퇴 여부를 묻고 임명권자에게 책임을 따져도 늦지 않다.

지금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외교 현안과 경기 침체 등 각종 민생문제이다.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한 만큼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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