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잘하는 건 의미없다" 대표팀 가드 김선형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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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 가드 김선형 (사진=KBL 제공)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농구 월드컵을 1승4패의 성적으로 끝낸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농구 팬들은 슛 성공률의 부진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한국이 기록한 대회 야투성공률은 38.2%로 전체 32개국 가운데 30위에 머물렀다.

농구는 신체 조건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다. 신장이 더 크고 힘은 더 강하면서도 스피드는 뒤지지 않는 수비수들의 끊임없는 압박은 대표팀 선수들이 자주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이었다.

2019 동아시아 슈퍼리그-터리픽 12 대회 참가차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프로농구 서울 SK의 간판 김선형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농구 월드컵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김선형은 "농구는 피지컬이 중요하다. 같은 포지션에서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 신장이 10㎝ 가량 더 크고 스피드도 비슷하니 원래 내가 했던 플레이 스타일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정현이 형 같은 슈터들도 슛을 마음 놓고 쏘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이 월드컵 무대에서는 일반적인 환경이다. 더 크고 강한 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 농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에 대해 김선형은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슛 성공률이 많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내 필드골 성공률이 무척 낮았다. 원래 쏘던 레이업도 블록슛을 빈번하게 당했고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많이 아쉽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며 아쉬워 했다.

김선형은 2014년 스페인 대회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농구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5년 전에는 팀내에서 '조커' 역할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주전 가드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맞붙었다.

김선형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6.6득점, 3.8어시스트를 올렸다. 김선형의 돌파와 속공 전개 능력은 세계농구에 맞서는 대표팀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야투율은 22%로 부진했다.

김선형은 주전 가드로 밟아본 월드컵 무대에서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그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아예 시도조차 못해보고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 시도를 하면서 ‘다음 번엔 이렇게 하면 통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안되겠구나’가 아니라 ‘해볼만 하다’는 마음이 생겼던것 같다. 그 점이 내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형은 "앞으로 슛 시도를 했을 때 성공률을 높이는 것, 이것이 내 과제인 것 같다. 3점슛 10개를 쏴도 4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돌파는 통한다고 생각하기에 레이업이나 플로터 같은 것도 타이밍을 더 빠르게 하면서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선형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할 대표팀 선수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벽에 부딪혀 한계를 느끼고 실력 향상을 도모할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김선형은 농구 월드컵을 앞두고 인천에서 개최된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초청 친선농구대회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4개국 대회에서 체코, 리투아니아 등과 평가전을 치렀다. 경기력은 좋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한국의 대회 전 평가전 횟수는 타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김선형은 "대회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 일본은 평가전을 엄청나게 한다.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세계적인 선수들이랑 부딪히면서 얻는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린 이런 게 없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붙어보면서 한계를 느껴봐야 그 벽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끼리만 잘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선수들이 맨날 깨지기만 하고 그 벽을 넘기 위해 노력을 안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협회 역시 선수들이 한계를 느낄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 한국 농구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팬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선형은 농구 월드컵 기간이었던 이달초 갑작스런 심정지로 세상을 떠난 팀 동료 고(故) 정재홍에게 우승 반지를 바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선형은 "농구밖에 모르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다. 농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선수였다"며 "형이 떠난 날 난 중국에 있었다. 하필 그날 경기가 있었는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대표팀에 있다보니 겉으로 티도 못냈다. 방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를 엄청나게 사랑했던 형이기에 앞으로 농구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한국 농구가 부흥하면 좋아할 것 같다. 이번 시즌 우승을 한 뒤 우승반지를 받아서 꼭 갔다주고 싶다. 그 목표가 지금 SK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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