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 9.19합의는 불가침선언?…'김칫국 외교'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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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사진=연합뉴스)

 

◆ 김덕기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오늘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년 전 발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를 개시했다고 봅니다.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저희는 평가를 합니다."

평양에서 있었던 9.19 남북군사합의 의미에 대한 언론 브리핑 내용입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현실에서 보면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는 너무 낙관적 장밋빛 전망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따금 헛발을 내디딜 때도 있습니다. 과욕 또는 미숙함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아까운 실점을 하는 경우죠. '불가침 합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오늘은 과거 실책을 미래의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뜻에서 '김칫국'부터 마셨다 낭패를 봤던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 김덕기 > 우선 9.19 군사합의부터 더 얘기해보죠. 내일이 1주년인데 합의 이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봐야겠죠?

◇ 홍제표 > 2.28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남북이 11개씩 철거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도 실현됐습니다. 이밖에도 휴전선 부근 포사격 및 일정 규모 이상 훈련과 해상 및 공중적대행위 금지 등의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합의 이행을 관리할 군사공동위원회 설치는 미뤄지고 있고 군 당국간 직통전화 설치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올해 들어 10차례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하면서 합의 위반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도 합의를 위반하는 겁니다. 약속한 것을 안 지키는 거니까 위반하는 거죠. 군사공동위 하기로 했고, 유해 발굴 하기로 했고, 그럼 해야 되는 건데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히 위반하는 겁니다."

◆ 김덕기 > 이런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성과를 낸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 홍제표 > 그렇습니다. 합의 체결 이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은 물론 긴장 상황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단사상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접경지대에서 이렇게 안정적으로 군사 상황이 관리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처음에 기대치를 너무 높여놓은 결과 실망감도 커진 셈이죠.

◆ 김덕기 > 다른 사례는 또 어떤 게 있습니까?

◇ 홍제표 > 청와대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의겸 대변인은 회담 결렬 직전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오후 예정된 북미 합의문 서명식을 참모들과 함께 TV 중계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북미 정상의 오찬이 취소되는 등 이상 징후가 뚜렷하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의 갑작스런 회담장 등장은 사실상의 복선이었지만 그 의미를 알아챈 우리 당국자는 없었습니다. 정보력과 정세 판단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입니다.

◆ 김덕기 > 또 다른 사례도 있나요?

◇ 홍제표 > 양상은 좀 다르지만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이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사실이 아니라며 발끈했습니다. 미국은 심지어 공식 입장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출했고 이를 둘러싼 갈등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최근 국회 답변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해라고 하는 표현에 있어서 조금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해라고 했을 때 우리 입장을 잘 알고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언더스탠드'라고 했을 때는 동의를 한다는 표현이 함께 들어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이 있기 전까지 백악관과 지속적인 소통을 거쳤기 때문에 미국 측 반응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경위야 어찌됐든 한미 간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상당수 지지여론에 스스로 해를 입힐 수 있는 요인입니다.

◆ 김덕기 > 끝마무리가 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궁금합니다.

◇ 홍제표 > 1차적으로는 우리 측의 과욕이나 미숙함 때문으로 보입니다. 9.19 군사합의의 경우 역사적 의미 부여에 인색할 필요는 없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청와대와 정부 내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가능했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대방이 미국 같은 강대국이거나 북한 같은 특수한 국가라면 온전히 우리 책임일 수만은 없습니다. 사실 한미 간에는 여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발표문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여 한미동맹 균열이라는 우려를 낳은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미국은 자기 입맛대로 발표하고 '억울한 누명'은 우리가 뒤집어쓰는 것이죠.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이런 일방주의적 행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결국 우리 외교당국으로선 이런 변수들까지 감안한 더욱 냉철하고 치밀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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