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 '구단의 준비+건전한 팬 문화' 서머매치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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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재와 시기는 개선해야
팬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광주시에서 열리 여자부 4개 팀의 서머매치.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부 4개 구단이 함께 나선 서머매치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평소 V-리그를 TV로만 시청했던 광주 지역 배구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좋은 경험을 했고 선수들 역시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팬들의 관심 속에 실전과 같은 느낌으로 연습 경기에 임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번 여자부 서머매치는 지난 7월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OK저축은행, 한국전력 등 남자부 4개 팀이 부산에서 성공적인 서머매치를 치르면서 기획됐다. 남자부 흥행에 영향을 받아 뒤늦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고 준비 단계에서도 구단 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우려를 자아냈지만 팬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취지를 살려 참여한 4개 구단 모두 아낌없는 노력을 쏟으며 큰 문제 없이 서머매치를 마쳤다.

서머매치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여러 부분에서 나타났다.

우선 구단이 적은 비용을 소비하고도 양질의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상당수의 구단은 예년과 같이 올해 역시 일본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서머매치로 노선을 바꿨다.

1개 구단이 일본 전지훈련을 진행하면 교통비, 숙식비 등을 포함해 7일 기준 약 4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초청 구단에서 숙식비를 제공하더라도 3천만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번 광주 서머매치에서 사실상 각 구단이 부담한 금액은 나흘 동안 체류하면서도 2백만 원 미만에 불과했다. 광주시와 광주시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등이 서머매치에 필요한 금액 및 경기장을 지원했기에 구단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었다.

비시즌 기간 배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도 갈증을 해소해줄 단비 같은 행사였다. 서머매치가 열린 3일간 광주 빛고을체육관에는 4,800여 명에 달하는 팬이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에 담아 갔다. 무료입장 효과도 있었지만 광주의 배구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선수들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로공사의 문정원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다"라며 "팀 연습과 시즌 준비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긴장하면서 경기에 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시도한 서머매치를 무사히 마친 남녀부 구단들. 긍정적인 평가를 도출하면서 일찌감치 다음 시즌 서머매치 구상에 돌입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시기 조정 및 소통 강화' 구단의 더욱 철저한 준비 필요

좋은 평가 속에 끝난 서머매치. 그러나 개선점도 분명하다.

우선 여자부 경우 남자부의 성공 사례를 뒤늦게 쫓아가다 보니 준비 단계부터 구단 간의 소통에 문제가 발생했다. 6개 구단 모두 참여에서 4개 구단으로 축소된 것도 소통에서 불협화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것과 이벤트 참여에 4개 구단이 함께하지 못한 것도 소통 부재의 연장선이다.

개최 시기 역시 아쉽다. 남자부가 7월에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서머매치는 9월에 열렸다. 9월 21일부터 KOVO컵이 열리기로 예정된 상황이라 이 대회를 개최하는 순천 지역과 KOVO 입장에서는 대회 집중도가 분산될 수 있어 서머매치 개최 시기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KOVO와 순천 지역은 컵 대회를 시즌 개막의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긴 시간을 투자해 공을 들여 준비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서머매치가 계획됐고 대회 형식의 느낌으로 구성되는 움직임도 보였기에 순천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자부 구단들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다음 서머매치는 이보다 빠른 시기에 개최할 방안이다. 비시즌 기간 팬들을 찾아간다는 취지에 맞게 7월과 8월초를 적정 시기로 고려하고 있다.

◇ 결과에 연연,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야

구단의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팬들의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

서머매치는 구단 입장에서 사실상 자선사업이나 다름없다. 경기장 입장을 무료로 개방해 선수들의 플레이를 감상하게 배려했고 유소년 배구교실과 팬 사인회를 개최해 지역 배구 발전과 팬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도록 노력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격려를 보냈지만 일부 삐뚤어진 팬들은 선수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서머매치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다. 그래서 경기 역시 5세트가 아닌 4세트까지만 진행됐다. 연습복을 입고 경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머매치는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는 것이 아닌 평소 코트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실력을 점검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쇼케이스나 다름없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연습 경기이기에 4-0, 0-4의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선수들 역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기에 경기력에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이런 결과에 연연하며 섣부른 판단과 비난을 쏟아냈다.

경기 중계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역시 자제해야 할 부분이다.

항간에 떠도는 KOVO가 중계를 막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서머매치는 정식 경기가 아닌 연습의 성격이 강하기에 연맹은 물론 V-리그 중계권사인 kbsn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여자부는 이번 서머매치가 중계됐을 경우 국제이적발급동의서(ITC)가 아직 발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외국인 선수 출전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중계를 포기했다.

비용 문제 역시 걸림돌이다. 제대로 된 중계를 위해서는 방송 장비 대여 등으로 약 2천 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비된다. 이는 모두 구단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구단은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무료가 아닌 유로 입장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습이 아닌 대회로 성격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구단 SNS 채널을 통한 인터넷 방송 역시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외국인 선수 문제로 인해 포기한 사안이다. 구장을 방문하지 못한 팬들은 다른 채널을 통해서라도 배구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을 테지만 구단이 마주한 어려움도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선될 여지는 있다. 만약 내년 서머매치가 7월에 열린다면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필요한 인터넷 중계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첫 시도이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서머매치. 구단의 철저한 준비와 이를 마주하는 팬들의 인식 변화가 동반된다면 더 나은 환경과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확실한 컨텐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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