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시험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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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실망과 우려" 이어 "11월까지 생각 바꿔라" 노골적 압박
日 경제도발은 뒷짐, 韓 지소미아는 개입…동맹간 형평성, 신뢰성 훼손
文정부 압박, 내부 흔들기…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돌파구, 결단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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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 닭도 밖에서 열심히 쪼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말의 취지는 다르지만 옛날 전투에서 성을 공략할 때도 마찬가지다. 군사력이 강해도 단단한 성곽을 바깥 힘만으로 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게 이간계, 즉 분열공작이다. 내부 조력자가 성문을 열어주거나 아니면 민심을 갈라놓는 것만으로도 성은 반쯤 함락된 거나 마찬가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미국의 압박이 거세다.


익명 고위 당국자의 말이긴 하나 "(지소미아 효력이 상실되는) 11월 하순 이전에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는 언사는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공식 입장도 별 차이가 없다. 앞서 미 국무부는 논평에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고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도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1주일 밖에 안 됐지만 전문가, 행정부, 의회까지 가세하며 전방위적 '한국 흔들기'가 시작됐다.

냉엄한 국제질서로 미뤄 그러려니 짐작은 하지만 이건 너무 편파적이다.

미국은 일본의 지난달 1일 수출규제 발표 이후 두 달 가까이 뒷짐만 졌다. 제3자의 시각에서 봐도 국제통상규범에 반한 보복조치임이 분명한데 '중립'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일본 편들기' 해석을 낳은 이유다.

물론 지소미아에는 미국의 국익도 걸려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일 양국의 문제다. 한국이 부당한 공격을 당한 경제제재가 한일 간 사안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미국은 일본에는 묵인 또는 방조를, 한국에는 노골적 개입으로 응답했다. 동맹 간 형평성과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제 와서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유감이나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은 좀 무책임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27일 국회 토론회)는 정서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강권하는 것은 동아시아 전략의 차질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감히 'No'라고 말한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차원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보기에 한국은 아직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힘이 워낙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안에서 알아서 흔들려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흔들어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흔들리니 흔드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은 지소미아 법적 효력이 끝나는 향후 3개월 간 한국을 더욱 바짝 조여 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로선 '백기투항'은 결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엄청난 좌절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최대 시련기를 맞은 문재인 외교에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려울수록 원칙이 중요하고 해법도 원론적이어야 한다.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거기에서 파생된 제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협상까지 동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대북특사가 됐든 물밑접촉이 됐든 과감히 움직일 때가 됐다. 연말까지 남은 협상시한은 이제 겨우 4개월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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