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지소미아 종료에 미국이 '화'까지 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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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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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겨냥한 지소미아 종료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조짐이다.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인 듯하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다.

미국 국무부는 연이어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에 대한 위협 증가'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트윗 내용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강도에서 결이 다르다.

미국의 잇따른 실망과 우려 표명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균열이 생긴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으로서의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표명이다.

그러나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 유지를 위해 미국이 그동안 취해온 태도에 비춰보면 이같은 반응은 과한 측면이 있다.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일 갈등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며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놔뒀다.

오히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후원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에서 한국을 하위개념으로 취급해온 게 사실이다.

최근의 상징적인 장면이 지난 5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호위함 '가가' 승선이다.


'가가'는 일본 정부가 항공모함화를 추진하는 호위함 4척 중 하나로 일본은 70년만에 원거리 공격형 항모 보유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부터 항공모함화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를 파기했다는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을 사온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과 '인도·태평양 전개훈련' 명목으로 동남아시아와 호주를 누비며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26일부터는 한달간 미 육군과 일본 육상 자위대가 전시증원연습(RSOI)인 '오리엔트 쉴드'에 돌입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대표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며 한국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새삼 주목되는 것은 지난 1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발언이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7월 중순의 방미 목적에 대해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생각해 아시아 외교 정책을 운용하려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단순히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맞대응 카드만이 아니라 미일동맹 중심의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이라는 안보환경의 변화까지 감안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발언이다.

미국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한국이 감히 'NO'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초 지소미아 체결을 미국이 압박했고, 이번에 청와대가 지소미아 카드를 꺼낸 이후 미국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방한한 계기에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는데도 한국은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한국민의 정서를 얼마나 손상시키는 협정인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관심 없는 듯하다.

지난 정부가 비밀리에 체결한 과정 자체가 그렇다. 지소미아는 2012년 6월 이명박 정부가 밀실추진 했다가 들켜 최종 서명 1시간전에 무산됐었다. 2016년 11월 말 탄핵국면의 박근혜 정부가 '무자격자에 의한 매국협정'이라는 거센 반발에도 불구, 협정을 졸속체결한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민이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이었던 지소미아에 처음부터 큰 우려를 갖는 것은 식민지배에 따른 자존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자위대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그 출발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처음부터 제기돼 왔다.

일본은 이미 2015년 9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안보법을 제정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진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다.

불법적인 식민지배는 없었던 셈 치고 일방적인 경제보복도 견디면서 한국 경제의 목줄을 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니 일본과의 안보협력 만큼은 유지하라는 요구는 동맹국에게 타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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