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 낯설고 과격하기만 하다고요? 그건 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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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기자 · 말소리 연구자가 낸 <문화어 수업>
'망유람', '11호차', '살결물' 등 낯선 말도 있지만
대부분 문화 차이에서 온 말의 차이..뿌리는 같아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장마당에서 쓰기도 해
자주 쓰는 말은 아냐..애정 없으면 그런 말도 안해
'뻬딱구두', '구루마', '벤또' 등 일본 잔재도 많아
낯섦 느끼는 건 주로 기성세대, 미래세대는 다르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23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설송아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

◇ 정관용> ‘문화어 수업’이라고 하는 제목의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문화어가 무슨 말이냐고요. 북한에서 표준말을 문화어라고 부른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말, 북한 삶 안내서라고 하는 부제를 단 책인데요. 이 책을 함께 쓰신 두 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말소리연구자이시죠,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의 한성우 교수 우선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한성우> 반갑습니다.


◇ 정관용> 함께 그리고 이 책을 쓰신 북한 출신이십니다. 현재는 미국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자로 활약하고 계세요. 설송아 기자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설송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정관용> 설 기자님은 한국에 언제 오셨어요?

◆ 설송아> 제가 2011년도 이제 8년째네요.

◇ 정관용> 2011년. 몇 살 때 오신 거죠?

◆ 설송아> 마흔둘인가요, 그때가.

◇ 정관용> 북한에서 42년.

◆ 설송아> 42년 살았습니다.

◇ 정관용> 이제 문화어가 익숙하세요, 표준어가 익숙하세요?

◆ 설송아> 둘 다 아직도 아리까리한데 그냥 다 익숙합니다, 이제는.

◇ 정관용> 그래요. 한 교수님께서는 북한 언어연구도 좀 하셨다고요?

◆ 한성우> 제가 박사논문을 평안북도 신의주말을 가지고 썼습니다. 그리고 방언조사를 중국 두만강변하고 압록강변 다니면서 평안도분들, 함경도분들 만나서 조사를 하고 그랬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그쪽을 박사논문 주제로 삼으실 생각을 하셨어요?

◆ 한성우> 방언 연구를 하다 보니까 이미 남쪽은 상당 부분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리고 보통 고향 언어를 많이 하는데 저는 충청도가 고향인데 충청도 말 가지고는 색다른 것들이, 특별한 것들이 별로 없어서 이제까지 되지 않은 북한쪽 말을 좀 해 보고싶어서 평안도 말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두 분은 원래 알던 사이세요, 어떻게?

◆ 설송아> 딱히 알지는 않았고요. 이 책을 통해서 인연을 맺어졌다 이렇게.

◇ 정관용> 이 책은 누가 기획을 해서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 거예요?

◆ 한성우> 제가 북한말과 관련된 자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 있어서 책을 써보고 싶었는데 혼자 힘으로는 쓸 수가 없으니까 좀 좋은 분이 있을까 여러 군데 수소문했어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설 기자님이 방송기자 생활을 하고 계셔서 제가 한번 방송을 들어봤는데 정말 제가 찾던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만나고 같이 기획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 정관용> 책을 이런 책을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하는 목적은요.

◆ 한성우> 북한말에 대한 안내는 상당히 많이 돼 있습니다. 연구자료도 많이 나와 있고 책도 많이 나와 있고 또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들어가 있고 그런데요.

◇ 정관용> 요즘은 또 북한 이탈주민분들이 TV방송에 많이 나오세요. 그래서 간간이 또 소개도 많이 되고, 그렇죠?

◆ 한성우> 그런데 거기서 소개되고 있는 것들 보면 이상한 것 그다음에 특이한 것, 낯선 것 그다음에 좀 험악한 것 이런 것들이 많이 소개가 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되면 결국은 남과 북의 말을 계속 이질적인 말이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그렇지 않다는 걸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이 책을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문화어 수업 (사진=어크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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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이 책의 뒤 표지에 그렇게 써 있어요. ‘북한말은 낯설거나 이상하거나 웃기거나 과격하다?’ 우리 교수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거죠?

◆ 한성우> 실제로 편견을 가지고 보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그런데요. 사실 이상하다, 낯설다는 남쪽 내에서도 다른 방언을 들으면 다 그럴 때가 많거든요.

◇ 정관용> 물론 맞아요.

◆ 한성우> 그렇죠. 그 방언적인 차이는 당연히 있는 거고 그다음에 분단이 꽤나 긴 세월이 됐으니까 그 시간 동안의 차이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는 같거든요. 그 같은 뿌리에서 생각을 해 보면 아주 조금 다른데 그런 것들 너무 많이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생각을 지워보고자 이 책을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우리 설송아 기자는 처음 한국에 오셔서 의사소통의 큰 장애를 겪었던 경우도 있죠, 있기는?

◆ 설송아> 의사소통이라기보다는 과격하다, 좀 전에 말씀하신 그것 안에 제가 가장 정착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말하자면 제가 분명 말을 하는데 알아 못 들을 때 화가 나지 않아요. 그랬는데 내가 말했는데 왜 못 알아듣냐 이런 경우. 이게 뭐지 왜 내가 과격하게 보여질까. 제가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러나 알고 보면 1년만 지나면 금방 친해지고 과격한 게 아니다. 엄청 다심하고 북한 사람들이 인정이 깊다 이런 걸 느꼈습니다, 제가.

◇ 정관용> 우리 한국의 표준어를 듣고 이해 못한 것도 많으세요?

◆ 설송아> 그런 건 별로 없고요. 처음에 제가 정말 ‘북한분들 프라이드가 강하네’,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 정관용> 프라이드.

◆ 설송아> 프라이드. 강하다. 나중에 자존심이다. 자존심이라고 하면 될 걸 그래도 금방금방 알게 돼서 프라이드라고 하든 자존심이라고 하든 내지는 아주아주 익숙합니다.

◇ 정관용> 그게 외래어죠, 외래어의 외국어 표기. 북한에는 그런 걸 잘 안 한다는 거 아니에요.

◆ 설송아> 네, 될수록 외래어는 없죠, 우리나라. 그냥 풀어서 모든 걸 다 말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래서 아마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제가 시간이 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스포츠 용어 이런 것에서 제일 결정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지 않나요?

◆ 한성우> 실제로 중계를 들어봐도 다 느끼시겠지만 가능한 한 원어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우리말로 바꿔서 그중 길게 풀더라도 우리말로 바꿔서 쓰는 경향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거는 다 일장일단이 있겠는데 듣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당연히 모르는 사람도 그 용어를 들으면 그 스포츠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거거든요. 그런데 또 그거를 기준을 바꿔서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면 또 국제적인 기준으로 알게 되면 더 넓게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들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요즘은 북한의 젊은이들도 그런데 외래어나 영어 표기를 꽤 쓴다면서요.

◆ 한성우> 책 속에 하나 나온 게 있는데 예를 들어서 MP3. MP3를 이제 MP 그러니까 숫자 3으로 적혀 있으니까 그건 또 스리로 안 읽고 3으로 읽고 아파트는 그쪽에서도 아파트고.

◆ 설송아> 그게 외래어였네요. 몰랐습니다.

◆ 한성우>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 정관용> 아파트.

◆ 한성우> 네, 아파트도 그대로 씁니다.

◇ 정관용> 기존에는 아파트 대신 뭐라고 그랬대요?

◆ 설송아> 원래 아파트는 아파트예요. 원래부터 들어온 말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아파트고 그리고 단층집은 ‘땅집’이라고도 하고 이렇게 말을 하거든요.

◇ 정관용> 땅집?

◆ 설송아> 땅집이죠. 땅에 붙어 있는 집이다. 그래서 땅집과 아파트.

◇ 정관용> 2층집은요?

◆ 설송아> 그것도 아파트죠.

◇ 정관용> 2층 이상이면 무조건 아파트예요?

◆ 설송아> 그럼요. 1층 땅집만 아니면 아파트죠. 17층이든 3층이든 아파트입니다.

◇ 정관용> 그거는 좀 특이하군요. SNS 이런 용어도 쓰나요, 북한에?

◆ 설송아> 그런 말은 제가 잘... 제가 나올 때는 없었습니다.

◇ 정관용> 없었어요?

◆ 한성우> 그런데 우리 인터넷 서핑한다 하면 그쪽에서 인터넷을 쓰니까 ‘망유람’ 이런 식으로 인터넷 서핑을 망유람 이런 식으로 용어를 만들어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마도 제일 우리 설 기자께서도 프라이드라는 용어를 처음 말씀하신 것처럼 남북 간의 뿌리도 같고 우리 교수님 설명하신 대로 달라봐야 방언이지라고 하는데 결정적인 건 역시 외래어 내지 외국어 표기. 여기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거예요.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향하는 거리에 시민들이 꽃을 흔들며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한성우> 그런데 그건 결국 말의 차이라기보다 문화의 차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개방된 속에 살고 있고 북쪽은 좀 폐쇄된 쪽에서 살고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또 언어적으로 봤을 때 어휘적인 차이는 사실은 금방 극복이 되거든요. 우리의 어떤 뇌용량이 충분해서 설 기자님처럼 조금 1년만 관심 가지면 그런 용어들은 다 알아들을 수 있어서 그게 결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이 책에도 소개가 되겠습니다마는 제가 보니까 프라이팬을 지짐판, 스타킹을 ‘살양말’, 햄버거를 ‘고기겹빵’, 스킨 로션을 ‘살결물’. 이거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 설송아> 피자를 ‘종합지짐’이라고 하거든요.

◇ 정관용> 피자를?

◆ 설송아> 종합적으로 다 양념 올려놓고 지짐을 지지는 게 바로 피자잖아요.

◇ 정관용> 드라이클리닝은 ‘화학세탁’.

◆ 한성우> ‘화학빨래’, 화학세탁 그렇게 얘기합니다.

◇ 정관용> ‘11호차’?

◆ 설송아> 11호차. 다리가 11처럼 길게 생겼다고 해서 두 다리로 걷는다. 11호차로 항상 우리가 시장을 누비던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는 뚜벅이라고 하는데.

◆ 설송아> 저도 놀랐어요, 뚜벅이.

◇ 정관용> 11호차 그러면 무슨 차량 번호 같은데 그런데 11호차가 뚜벅이를 말하는 거다? 이게 참 재미있네요. ‘사귀다’라는 말이 북한에서는 뜻이 다르다고요?

◆ 설송아> 사귄다, 손과 손이 사귀기도 하고 우리끼리 사귀기도 하고, 사람이.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어요.

◆ 한성우> 그게 이제 만나다, 교차하다의 뜻으로 쓰일 때도 있고 정말 사람과 사람이 교제하다의 뜻으로 쓰일 때도 있고 그러니까 북쪽에서는 쓰임이 더 넓다고 할 수가 있겠죠.

◇ 정관용> 우리는 ‘교제하다’ 하나잖아요.

◆ 한성우> 그런데 그쪽에서는 선분이 만나다 할 때 교차하다 대신 그때도 사귀다. 그래서 그 점을 ‘사귐점’ 이렇게 쓰거든요.

◇ 정관용> 선분의 교차점을 사귐점이라고 해요?

◆ 한성우> 네. 그러니까 표현의 영역이 좀 더 넓게 쓰고 있는 거고 우리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좁게 쓰고 있는 거고 그 차이인 거죠.

◇ 정관용> 하기는 그런데 선분의 교차점하고 남녀가 사귀는 거하고를 헷갈릴 일은 없겠네요.

◆ 설송아> 그럼요. 만나니까 어쨌든.

◇ 정관용> 그렇죠. 최근에 이런 표현이 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면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이런 표현 자주 씁니까, 북한에서?

◆ 설송아> 앙천대소는 공식 용어이기 때문에 안 쓰고 ‘삶은 소대가리가 다 웃겠네’ 이런 말은 쓰죠.

◇ 정관용> 자주 써요?

◆ 설송아> 자주는 아니고 이게 북한이 장마당이 많이 나오면서 어떤 상대를 내리찍어야 될 때, 나를 청백하게 드러낼 때 확실한 표현이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이런 말이 쓰이거든요. 예를 들면 내가 누구한테 갑자기 사기 당했다. ‘진짜 내가 삶은 소대가리가 다 웃겠네’ 이런 말을 쓰지만 일반적으로는 쓰지는 않고 누구를 욕해야 될 때 이럴 때 씁니다.

◇ 정관용>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누구를 욕하고 싶을 때 비속어나 욕까지 할 수 있잖아요. 아니면 거친 표현을 만들어 쓸 수 있잖아요. 그러면 방송에서는 그런 용어는 안 쓰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방송이 오히려 그런 용어를 더 쓰는 것 같아요.

◆ 설송아> 그게 어떻게 보면 기자들도 어떤 직업의 평가가 있지 않습니까? 누가 어떻게 더 기사를 잘 쓰냐. 아마 이게 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래도 씁니다. 그 말뿐이지 아니지 않나요? 북한 선전 매체를 보면 욕설들이 ‘케케묵은 오랑캐’ 뭐 이런. 저도 깜짝깜짝 놀라죠.

◇ 정관용> 그게 왜 그럴까요? 일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런 것의 영향도 있을까요.

◆ 한성우> 그 사회에 살아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설 기자님하고 얘기할 때 그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 봤더니 그게 왜 충격적이냐고 왜 상처를 받느냐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쪽에서 일상이라고 하는데 그 일상이라는 것이 정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친한 사이에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때 쓰는 일상의 말이 아니라 방송에서 누군가를 정말 욕하고자 심하게 헐뜯고자 할 때는 서로 간에 경쟁을 하듯이 그런 과격한 표현을 찾는 그런 경향들이 꽤 있었나 봐요. 그러다 보니까 방송에는 많이 들었던 말이어서 익숙하다 보니까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 설송아> 우리는 또 이런 거 있죠. ‘사랑하는 사람이 매를 든다’ 이런 말이 있어요. 오히려 그렇게 격하게 욕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욕을 한다 또 이렇게 듣거든요. 약간 문화 차이가 아닐까. 저는 별로 격하게 안 들었거든요.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이 말이 왜 격하지.

(사진=연합뉴스)

◇ 정관용> 이거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데. 우리 국내에서는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TV 방송에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들었으니 이제 남북 관계는 끝났다 이 정도로 표현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다?

◆ 설송아> 아유, 우리는 여자, 남자 데이트할 때 이런 말은 보통이죠. 한번 싸우고 한번 뜨겁게 사랑하고. 이거를 욕하면, 욕설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 정관용> 욕도 아니에요?

◆ 설송아> 아니에요, 욕은 아닙니다. 그냥 한번 관심, 나도 너를 사랑한다, 약간.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에 살았을 때에. 누가 나를 그렇게 ‘삶은 소대가리가 웃겠다’ (하면) ‘아, 쟤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저는 이렇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설송아> 그럼요.

◆ 한성우> 저도 꽤 놀랬습니다. 이런 설명 듣고.

◇ 정관용> 이번 책을 준비하시면서 남한의 한 가족이 평양에서 1년 동안 지내면서 직접 듣고 체험하는 일종의 소설 형식을 빌렸고요. 그리고 하나하나가 식당에 갔을 때 이렇게, 이렇게 쭉 마치 무슨 영어회화 기초본 공부할 때 하듯이 극장에 갔을 때, 호텔에 갔을 때 이런 식으로. 그런 식으로 구성을 하셨더라고요. 이런 구성을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 한성우>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자료 속에 제가 자료를 하나 더 보탠다면 그거는 읽히지도 않을 거고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쉽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러면 삶의 여러 장면 속에서 이런 말들을 드러내보고 그것들에 대해서 풀어나가보자 이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종에 어떤 기행문. 기행은 기행인데 가상의 기행이겠죠. 그래서 그 기행의 상황을 만들고 거기에서 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서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다행인 건 이 책을 제가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 또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썼는데 그 세대들이 오히려 재미있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라는 표현을 해 줘서 저로서는 좀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쉽게 재미있게 읽힌다 뿐만 아니라 금방 소통이 되겠네라는 느낌도 받던가요, 젊은이들이?

◆ 한성우> 오히려 남북한의 말에 대해서 차이를 많이 느끼고 이런 것들은 기성세대들이거든요. 그런데 젊은 세대들은 새롭게 들으면 이쪽에는 그렇게 말하는구나라고 그냥 이해를 하고 말아요. 그래서 후대 뒤의 세대들은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일상으로 서로가 이해되기를 화합하게 되기를 그런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또 저희도 잘 몰라요, 요새는. 별 얘기를 다 줄여서 말한다고 해서 요새는 ‘별다줄’이라는 줄임말까지 생겼는데 ‘갑분싸’가 무슨 말인지 아세요?

◆ 설송아> 저 잘 모릅니다.

◇ 정관용> 모르세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런 뜻이에요.

◆ 설송아> 저도 ‘심쿵’, ‘극혐’. 정말 어렵게 알아들었거든요. 왜 이런 말을 쓰지. 이거 북한에서 비슷한 말이 ‘헛가다’ 이런 말은 있거든요. 헛가다, 예를 들면 강남 지하에서 살면서 수입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 헛가다, 이런 사람들 보고. 속에 든 거 없이 이렇게 겉멋을 피운다 이런 것을 보고 ‘너 헛가다 피우지 말라’. ‘쟤가 왜 저렇게 헛가다 피우지’, 이렇게.

◆ 한성우> 네, 헛입니다. 발음상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가 가끔.

◇ 정관용> ‘ㅗ’가 아니라 ‘ㅓ’네요.

◆ 설송아> ‘ㅓ’. 제가 아직 북한 사투리가.

◇ 정관용> ‘이 사람이 헛것을 봤군’ 할 때 ‘헛’ 그리고 ‘가다’. 가다는 일본어의 잔재가 아닌가요?

◆ 설송아> 일본 잔재가 아직도 너무 많죠.

◇ 정관용> 북한어에 많아요?

◆ 설송아> 아직 많죠. 무슨 뻬딱구두,

◇ 정관용> 무슨 말이에요?

◆ 설송아> 구두 높은 신발.

◇ 정관용> 뻬딱구두.

◆ 설송아> 구루마.

◇ 정관용> 구루마가 아직도 보편적으로 써요?


◆ 설송아> 우리는 구루마가 아주 일반 대중어거든요, 이게. 구루마 그다음에 함마.

◇ 정관용> 함마, 망치를 함마.

◆ 설송아> 아니요, 망치는 도꾸고.

◇ 정관용> 도꾸? 함마는요?

◆ 설송아> 큰 거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망치보다 더 큰 거. 오함마?

◆ 설송아> (웃음) 아무튼 일본 잔재가 아주 많습니다.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정관용> 우리는 의식적으로 목적의식적으로 일본 잔재어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쭉 해 오고 있는데 북한은 그런 노력을 안 하나요?

◆ 설송아> 아니요. 그래도 상당히 제가 보기에도 김일성 시대 때 김일성 주석이 이런 거 발표한 적은 있어요. 조선어를 밝혔을 때에 대한 몇 가지 문제. 여기서 일단 북한의 일본말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영어 생각보다 많거든요, 한자어. 이런 거하고 또 일본말도 ‘우와기’, 양복 다 일본말 아닙니까? ‘쭈봉’, ‘우와기’ 이런 말 다 없애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말은 계속 쓰고 있고 ‘벤또’ 이런 말. 또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최근에 나온 거 보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결론을 한번 맺어보죠. 한성우 교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우리 다 통할 수 있다, 그 얘기를 하고 싶으셨다 그런 거죠.

◆ 한성우>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는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사실 같은 점을 보려고 많이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미워하고 싶으면 멀리하고 싶으면 다른 것들을 더 부각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만 걷어내면 사실은 뿌리 자체도 같고 약간의 문화 차이 때문에 생긴 어떤 말의 차이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어떤 생각들을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또 이 책에서 목적으로 했던 것도 바로 그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설송아 기자도 마지막으로.

◆ 한성우> 그냥 오리고기 '한'kg와 ‘일’kg는 서로 같은 말 아닙니까?

◇ 정관용> 오리고리 한킬로와 일킬로.

◆ 설송아> 한국은 일 킬로, 우리는 한 킬로라고 하잖아요, 북한은. 이거는 서로 다른 게 아니라 한 뿌리에서 연결된 한국말이다, 우리말이다. 이것을 더러 인정을 할 때 앞으로 통일될 때 북한 가서 투자할 강남 재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 문화어 수업이 아닐까. 많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웃음)

◇ 정관용> (웃음) 네. 그런데 확실히 공부를 해야 하기는 할 것 같아요. 제가 충격을 오늘 받은 거는 삶은 소대가리도 웃겠다 하면 그게 애정이 있다는 표현이다.


◆ 설송아> 그럼요.

◇ 정관용> 그거는 아주 그냥 ‘너랑 상종 안 해’ 이 정도인 줄 알았더니 전혀 반대로군요.

◆ 한성우> 이번 사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거리가 되지 않나. 저도 오늘 그거를 배웠어요. 설 기자님하고 얘기를 하면서. 저도 사실 상처를 받았거든요, 표현에. (웃음) 그런데 그게 아니고 또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죠. 이 자리를 빌어서 북한 조선중앙TV 방송국 관계자분들한테는 우리 남한 한국 사람들은 또 이렇게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용어 선택에 주의해 달라고. 저희도 알아서 해석을 할 텐데, 그쪽 방송국 계신 분들도 주의해 달라고 제가 좀 부탁하고 싶네요. (웃음) ‘문화어 수업’ 함께 펴내신 한성우 인하대 교수 그리고 설송아 기자 두 분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성우> 감사합니다.

◆ 설송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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