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혜로 '수백억 이익' 남기는 도매법인, 공적 역할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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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산지폐기 부추기는 경매제도 ②]
도매법인, 최고 7% 수수료 떼며 연 500억 넘는 영업이익 남기기도
주변 시세 대비 헐값에 가까운 시장사용료와 저리 융자 혜택도 받아
각종 혜택에도 농산물 수급안정 등의 공적인 역할은 크게 미흡

지난 23일 광주 각화시장에서 농산물에 대한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전국의 도매법인들은 소수에게만 주어진 농산물 경매 권한을 토대로 수수료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도매법인들은 경매 거래금액의 최고 7%를 수수료 명목으로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 시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시장 사용료와 융자 등의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도매법인들은 규모에 따라 매년 수억 원에서 많게는 5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남긴다.

27일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농산물시장이 개장할 당시 용역 등을 토대로 판단된 적정한 숫자만큼의 도매법인을 허가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 규모에 따라 최소 2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 가락시장의 경우 농협을 포함해 6개 도매법인이 운영되고 있다.

농산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도매법인의 수는 부도 등으로 도매법인을 운영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최초 허가된 도매법인 수만큼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04년 광주에 서부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기존에 4개였던 농산물 도매법인이 6개로 늘어난 게 유일한 변화다.

농산물시장이 들어서면서 도매법인으로 허가받은 업체가 각종 혜택을 받으며 수십년째 경매를 독점하고 있다. 30년 정도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와 aT의 평가에서 도매법인으로 재지정되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받고 있는 혜택은 상당한 특혜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많은 양의 농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농협을 제외한 5개 도매시장 법인이 지난 2018년 기준 평균 35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남겼다. 지속적인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현금 거래가 많아 유동성 확보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가락시장의 6개 도매법인 중 농협을 제외한 5개 법인이 모두 대기업 등 거대자본에 넘어갔다.

지난 23일 광주 각화농산물시장에 경매를 앞두고 농산물이 쌓여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도매법인들이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관련 규정에 따라 농산물 경매 금액의 최대 7%를 수수료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품성 있는 농산물의 60% 이상이 도매법인을 통해 경매가 이뤄진다는 점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여기에 도매법인들은 거래금액의 0.5% 또는 0.55% 정도의 턱없이 적은 시장 사용료를 내고 수천평에서 수만평에 달하는 사무실과 경매장, 주차장 등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거래금액 기준이 아닌 적정 임대료를 책정해 시장 사용료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몇년째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은 aT로부터 정가·수의매매나 선도금, 결제자금 명목으로 연간 35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받고 있다. 1.5%에서 3% 정도 되는 낮은 이자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융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도매법인에게 주어지는 모든 혜택이 농산물 수급안정과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등의 공공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도매법인이 과연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 등은 정가·수의매매 확대와 수익의 일부를 생산자에게 환원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 제도 하에서는 도매법인에게 농산물 수급안정과 가격안정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aT 관계자는 "도매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병옥 연구위원은 "도매법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공공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공공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도매법인에 대해서는 혜택을 박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농산물 수급안정에 기여해야 할 도매법인과 경매제도가 농산물 수급안정을 저해하고 산지폐기를 부추기는 현상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보도입니다. 도매법인들이 농산물 경매시장에서 독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면서도 농산물 수급안정 등 공적인 역할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두번째 순서에서는 각종 특혜에도 공공성과는 동 떨어진 행보를 보이는 도매법인들의 실태를 들여다봅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대물림'되는 농산물 도매법인
② 정부 특혜로 '수백억 이익' 남기는 도매법인, 공적 역할은 얼마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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