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은행에 강도 당한 느낌…" DLS 판 은행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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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8천억원 판매한 파생상품, 최대 95% 원금 손실 가능성
투자자들 "은행 PB, 원금 손실 설명 안하고 투자 성향 분석도 안해"
3월 독일 국채금리 하락 리스크 큰 상황서 은행 DLS 판매 본격화, 피해 키워
비이자이익 늘리기 위해 판매 수수료에 혈안이 된 결과라는 지적
파생결합상품 기초 자산 가격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 잊지 말아야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사진=자료사진)
◇ 김덕기>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우리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 가지고 나왔나요?

◆ 홍영선> 은행에서 판매하는 파생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 김덕기> 파생상품, 말로는 많이 들었는데요. 사실 가입하거나 이용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겐 낯설거든요.

◆ 홍영선> 파생상품이란 게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이 기초 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을 말하잖아요? 보통 주식 연동, 금리 연동 뭐 이렇게 말하는 상품들이요.

◇ 김덕기> 이렇게 풀어봐도 좀 헷갈리는데요. 보통은 증권사에서 많이 판매하죠?

◆ 홍영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은행에서도 판매를 합니다.

최근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품이 바로 은행에서 판매했던 DLF(파생결합펀드)라는 상품인데요. DLF는 독일, 영국, 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DLS(파생결합증권)를 담은 펀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유럽 채권 금리를 연동하는 증권을 만들었고, 그걸 펀드라는 껍데기로 담아서 은행이 판 거죠.

그런데 올들어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파생상품이 비상이 걸린 건데요. 대체 은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은행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땐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래픽=김성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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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부 A씨의 말을 먼저 들어보시죠.

"우리은행 00지점에 지난 5월 적금 해약하려고 갔는데 프라이빗뱅커(PB)팀장이 고객 응대하다가 저에게 와서는 소심한 투자자에게 좋은 상품이 있다고 하길래 싫다고 했어요. 저는 VIP고객도 아니고 원금에서 뭔가 잃는 것도 싫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PB팀장이 계속해서 독일이 망하지 않으면 안전한 상품이다, 퇴직자들도 많이 가입했다고 오늘이 마지막인데 운이 좋다면서 얘기하더라고요. 특히 원금 리스크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 설명도 안했고요. 이사 계획이 있어서 자금이 좀 있었는데 당장 은행에 놔두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해서 들었죠. 이렇게 원금을 다 날릴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홍영선> A씨의 사례처럼 지금 은행에서 판매한 파생상품 가운데 독일 채권금리 연계형 DLS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문제의 DLS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4~5%까지 수익을 주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 김덕기> 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요?

◆ 홍영선> 네, 금리 -0.20%를 행사 가격으로 설정하고 가입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면요. 지금 독일 국채 금리가 -0.70%를 넘었거든요. 그럼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겁니다. 해당 상품은 만기도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상당히 짧기 때문에 반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은행에서 판매한 이같은 파생상품 규모는 금감원이 파악한 바로는 8224억원에 달하는데요. 독일 금리 연계형 상품의 경우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피해가 구체화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우리은행이 1266억원을 팔았는데요. 판매 금액 전체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요. 평균 예상 손실률은 95.1%에 달합니다.

(그래픽= 강보현PD)
◇ 김덕기>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런 투자 상품들은 투자자의 책임도 있지 않나요? 소액도 아니니까요.

◆ 홍영선> 그렇습니다. 정상적으로 설명을 하고 판매를 했으면 투자자들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주장인거죠.

◇ 김덕기> 불완전판매요? 해야 할 설명도 안했다?

◆ 홍영선> 네 특히 이 DLS 상품을 가입한 고객 가운데는 유달리 주부, 고령층 등이 많았는데요.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가입시키는 방법도 유사했습니다. PB들이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까 선진국인 독일을 믿어보라며 독일 금리 연계형 상품을 소개해줍니다. 곁들이는 말은 "독일이 망하겠느냐,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요.

◇ 김덕기> 그렇죠. 독일 망하지 않겠죠? 그런데 독일이 망하지 않는 거랑 이 상품이 연관이 있나요?

◆ 홍영선> 상관이 없죠. 오히려 현재 상황은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쏠리면서 채권 가격은 높아지는 동시에 채권 금리는 내려가는 상황입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DLS가 어떤 상품인지 설명도 듣지 못했고 예금 같은 것이라고 해서 형식적으로 싸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입 당시 펀드 계약서, 투자 설명서조차 받지 못한 분도 있고, 투자 성향 설문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주부 A씨입니다.

"저 같은 주부는 투자 성향 체크 하는 것도 몰랐고 투자 설명서도 몰랐고요. 상품 판매할 때 그런 걸 주지도 않았고요. 은행에서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지도 몰랐어요.

DLS 상품에 가입한 사람 중에 고령자가 특히 많았어요. 피해자 모임을 갔는데 8명은 다 주부고 한 분은 엄마 대신 왔고, 퇴직자들도 많고요.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은행한테 강도 당한 느낌이에요."

◆ 홍영선> 원금 손실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중간에 팔고 싶다고 했는데도 은행이 미루는 것을 권유한 탓에 원금 손실이 더 커졌다는 부분도 논란거리입니다.

직장인 B씨입니다.

"정말 화가 나는 게 제가 4월에 돈을 넣고 나서부터 박살나기 시작했는데, 저한테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겠다고 해놓고 가만 있었다는 점입니다. 7월 중순에도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면서 돈 정리를 했는데도 DLS 판매한 PB는 한 마디도 안했어요. 그때가 마지막 방어 기회였는데요.


그러다가 8월 초에 PB가 울면서 전화를 하더라고요. 은행에 와보라고. 근데 진짜 완전 다 박살난거에요. 마이너스 60%, 왜 얘기 안했냐고 했더니 오를 줄 알았다고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미치겠더라고요 진짜."

◇ 김덕기> 무엇보다도 은행에서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이런 고위험 상품을 팔 수 있다는게 저는 좀 놀라운데요.

◆ 홍영선> 사실 시중은행들은 외부 자산운용사 등이 제안하는 투자 상품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 이를테면 상품심의위원회 등을 열어서 판매를 할 지 말 지 결정하는데요. 그 기준은 각 은행사마다 다릅니다.

C 시중은행 관계자입니다.

"상품 제안이 오면 상품심의위원회에 올라갑니다. 리스크적 측면 등 여러가지 검토가 이뤄져요.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해서 판매를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이 무엇이냐, 기초 자산을 가지고 어떤 수익 구조로 상품이 만들어졌느냐인데 문제가 된 상품의 경우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 폭이 원금 제로가 될 때까지 떨어지는 거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죠."

◆ 홍영선>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에 대해 미스터리 쇼핑을 해봤는데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녹취 의무 등의 항목에서 증권보다도 은행이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은행에서의 파생상품 판매 시 불완전판매 요소가 이미 다분했던 거죠.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김덕기> 불완전 판매가 논란이 되니까 금감원이 현장 조사까지 해서 이 부분 가려낸다고 한 거고요. 일부 은행들이 왜 이런 위험한 상품을 팔았을지도 궁금해집니다.

◆ 홍영선> 일단 이 상품들을 판매한 은행은 불완전판매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고요. 서류나 녹취 등 자료도 있고 내부 절차에 따라서 판매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판매를 한 배경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하강 국면 진입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선진국 국채 금리가 하락할 지 예상을 못했던 거지, 일부러 고위험 상품을 판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블룸버그 등 다수 주요 전문기관의 독일 국채 상승 예측 전망을 제시하면서요.

◇ 김덕기> 실제로 그런가요?

◆ 홍영선> 문제의 DLS를 은행들이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3월에 이미 독일 국채 금리의 하락 리스크가 높았기 때문에 은행의 이같은 설명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데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1일 0.577%에서 올해 2월4일 0.088%로 넉달새 0.489%포인트 하락했거든요. 그간 독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감안할 때 금리 하락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판매 여부를 고려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김덕기> 은행들이 이런 상품을 판매한 진짜 이유가 있었을 것도 같은데요.

◆ 홍영선> 은행들이 이자장사가 아닌 비이자이익을 늘리려고 판매 수수료 따먹기에 혈안이 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최소 1억을 투자해야 하는데 수수료가 많게는 1.5%까지 주는데요. 그러면 150만원을 가져가는 거죠. 만기를 6개월에서 1년으로 짧게 잡은 상품을 판 것도 만기가 도래한 고객에게 재예치를 권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요.

◇ 김덕기> 은행에서 판 판매상품 문제점들 쭉 들어봤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 홍영선> 금융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파생상품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 아파하고 잘 모르는데요. 은행에서도 이같은 상품을 쉽게 권유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파생결합증권이나 펀드 등을 거래할 때 알아야 할 몇가지만 알아둬도 도움이 될 겁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입니다.

"먼저 ELS나 DLS 등 파생결합증권과 ELT(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 ELF(주가연계펀드) 등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기초 자산의 가격 흐름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요.

파생결합증권은 증권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한 무담보 무보증 증권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발행회사인 증권회사가 파산해 채권자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하면 투자자는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의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만큼 기초자산의 손익 발생 조건을 확실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이번 독일 채권금리 연계형 DLS의 경우 독일 채권 금리 흐름 추이 등을 살펴 본 뒤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거죠."

◆ 홍영선> 무엇보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는 본인 책임이기 때문에 금융사 직원이 이해하기 힘든 상품을 안내하거나 가입하라고 권유할 때는 제대로 묻고 정확한 서류 등을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합니다.

◇ 김덕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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