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건립반대 공연'하는 한국마임의 대부 유진규.."지금이라도 본질적인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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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레고랜드 건립 반대 유진규 마임니스트 인터뷰
"우리는 중도에 살던 후손 '중도리안'…레고랜드, 경제적 이익에 눈 먼 개발"
"무대로 나온 이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중도 선사유적 잘 살려 후손이 먹고 살 수도 있어"
"중도문화연대, 매월 네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 중도 걷기 행사 진행"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강민주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윤유미 인턴
■ 대담 : 마임니스트 유진규

 

◇박윤경> 레고랜드 건설을 반대하며 2015년부터 꾸준히 이어오는 마임 공연이 있습니다. 지난주엔 땡볕 더위 속에 퍼포먼스를 하셨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마임예술계 1세대이자 우리 춘천에서 매해 열리는 마임축제를 만드신 분입니다. 유진규 마임니스트를 연결해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진규>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도청 광장 앞에서 레고랜드 건설을 반대하는 공연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더운 시간대에 공연을 하셨더라고요?

◆유진규> 예. 공연날이 8월 8일이라서 팔팔 끓는다, 레고랜드 문제가 모든 것들을 팔팔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했는데요. 세계 최대의 청동기 유적지에 레고랜드를 짓게 하지 말자는 의미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박윤경> 공연 날짜와 시간에도 다 의미를 부여하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라디오라서 참 아쉽습니다. 마임으로 표현하신 것들 혹시 청취자를 위해서 조금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유진규> 시내에 살고 이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중도에 살던 선조들의 후손이라고 설정을 했습니다. 중도에 살던 사람들을 '중도리안'이라고 하고 그 상징으로 우리 모두는 이마에 불을 그립니다. 불은 '아직도 중도는 살아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공사 당시에 발굴된 고인돌들을 까만 비닐 자루에 담아서 거기에 '잡석'이라고 써서 보관했어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행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검은 비닐을 사용했고요. 그 다음에 중도의 혼령들을 불러서 강원도청으로 오게 하는 춤을 장순양 선생님이 추셨습니다. 중도 선사유적을 그대로 보존하라는 글귀를 크게 붓글씨로 쓴 것과 역설적으로 '레고랜드로 돈벌자'는 퍼포먼스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레고를 불에 태우는 화형 퍼포먼스와 중도 레고랜드의 5적(狄)을 정하고 멍석말이로 혼내주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했습니다.

◇박윤경> 2015년부터 이 퍼포먼스를 이어오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주제는 '레고랜드 건립 반대'입니다. 이렇게 무대 밖으로 나오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유진규> 저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마임배우지만 이렇게 사회적, 국가적 상황에서 '예술가로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 때부터 거리나 현장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현장에 살아있는 것들과 부딪히는 것,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과 함께 나름대로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무대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박윤경> 계속해서 이번 퍼포먼스에도 중도의 역사적 가치를 담으셨잖아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강원도의 어느 땅이나 파보아라. 유물 같은 것이 안 나오는 곳이 있느냐.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포기할 순 없지 않느냐.'하는 의견을 내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과연 중도의 역사적 가치가 어느 정도로 대단한 건가요?

◆유진규> 중도의 역사뿐 아니라 중도의 유적의 가치가 과연 어느 정도냐의 문제인데요. 그 규모가 인류 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그것에 대해 거론했지만, 최근에 독일의 고고학자인 룻츠 피들러 박사가 중도의 선사유적은 영국의 스톤헨지나 페루의 마추픽추와 버금간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것을 잘 살려서 후손들이 먹고 살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뭉개고 그 위에다가 플라스틱으로 뭘 만들려고 하느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득이라는 것이 과연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이고, 어느 쪽이 더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고, 어느 쪽이 더 당당한가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우리는 발굴당시에 고인돌도 까만 봉지에 담아서 잡석이라고 해놨지만, 세계에서 바라보는 중도의 역사적 가치는 인류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어느 한 지자체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유진규> 최문순 도지사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결정을 해서도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박윤경> 그리고 강원도의 '깜깜이 행정'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제기 해 오셨습니다. 이 부분은 어떤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유진규> 이 퍼포먼스를 시작하면서 까만 안대를 가렸어요. 그 앞에는 '레고랜드' 네 글자를 적어 놨습니다. 이것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앞에 굴욕적인 노예계약을 하고 춘천시민, 강원도민, 전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그들도 눈이 가려져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탄스럽기도 한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사진=유진규)

 

◇박윤경> 저희가 예전에 강원도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만, 강원도에서 레고랜드와 함께 세워지는 선사유적테마박물관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레고랜드가 진행되는 과정들이 투명해지고, 경제성도 입증이 되고, 선사유적테마박물관을 통해서 유물들이 잘 보존될 수 있다면 건립반대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유진규> 선사유적테마박물관이 전체 예산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보면 그것이 또 눈 가리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적은 최대 규모지만 강원도에서 이야기 한 선사유적테마박물관과 유적공원에 해당하는 것은 그 규모가 최소 규모입니다. 왜냐하면 전체 예산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그림이 나옵니다. 결국 또 까만 안대로 눈을 가리는 거죠. 물론 강원도는 그동안 해온 과정과 수많은 예산이 투여됐기 때문에 계속 강행하려고 하겠죠. 저는 '늦을수록 빠르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몇 십 년이 아니라 몇 백 년을 바라본다면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판단인가?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강원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박윤경> 말씀을 들어보니 중도에 레고랜드를 짓는 것은 결사반대라는 의견은 변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레고랜드 건설을 반대하는 공연을 이어나가실 건가요?

◆유진규> 저희는 중도문화연대라고 해서 작년 10월에 결성된 자발적인 문화예술 중심의 모임입니다. 그래서 매달 한 번씩 네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에 춘천대교에서 만나서 중도 걷기 행사를 합니다. 중도 공사 현장 안으로 들어가서 문화행위를 하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도청 앞으로 나온 것은 급박하게 현황이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박윤경> 듣기로는 이제 활동 반경을 넓혀서 멀린 본사까지 생각하고 계신다고요?

◆유진규> 이게 레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레고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어린이들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인류의 수많은 선사유적들 위에 레고를 가지고 랜드를 세울 수 있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본사와의 싸움도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윤경> 앞으로 이 현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민들도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이제는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유진규> 궁금해 하시지만 말고 시민들도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윤경>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진규> 네. 고맙습니다.

◇박윤경> 지금까지 레고랜드 건립 반대를 공연하시는 유진규 마임니스트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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