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이 문재인을 조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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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의 칼럼]

북한이 지난 16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휘소 모니터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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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연이어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조롱을 퍼붓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 국가의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무차별적인 비하성 폭언은 자칫 물리적 충돌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젊고 똑똑한 김정은이 그걸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조평통이나 외무성 또는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막말보다 더한 조롱을 쏟아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했지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동북아 패권 질서에서 북한이 독립변수임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한을 압박하면서 새로운 동북아 질서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일관된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이라지만 배경과 목적은 다른데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이제 그것으로 문재인의 역할은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없이도 언제든 트럼프와 친서를 교환할 수 있는 관계까지 나갔다. 그런가하면 김정은은 북미 대화 국면에서 드러난 문재인의 한계를 파악한 것 같다. 문재인의 남북관계 개선의지의 진정성은 믿지만 미국의 허락 또는 용인 내지 묵인 없이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김정은이 문재인에게 보인 잠시 동안의 유화국면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북한의 조롱 섞인 비난의 배후를 분석해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라 선대 때부터 있어온 일관된 주장이다. 정밀유도탄과 전자기임펄스탄 등 첨단 신무기 도입과 개발을 위한 '국방중기계획'의 철회 요구도 결국 남한이 군사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데도 선대의 유업인 핵무기 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손자 김정은에 이르러 성공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다음 행보는 남한과의 공동번영과 평화경제가 아닌 것 같다. 주변 4강으로부터 남한을 고립시키는 일이다. 이 문제는 뒤에 설명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의 외교정책 기본목표다. 대한민국을 고립화하여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북한 주도로 통일시키기 위한 결정적 상황을 조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김정은은 때마침 불안전한 동북아 정세 속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앞세워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서 4강 앞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게다가 고효율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까지 더해 트럼프, 시진핑, 푸틴도 김정은을 필요로 하게 됐다. 하물며 일본의 아베까지도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정은과의 공동 번영을 꿈꾸던 문재인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동북아 질서의 재편이 시작된 시점에 핵무기로 무장한 김정은이 가세한 셈이 됐다. 그러니 셈법이 달라져야 한다. 김정은과의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하지만 그 역시 동북아 4강과 마찬가지로 경쟁자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0여 년 전의 한반도 역사가 주는 교훈은 경제와 군사 모두가 상대 국가보다 강하거나 대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주변 4강은 100여 년 전 보다 훨씬 강하다. 대한민국도 강해졌지만 4강은 우리가 강해진 것보다 더 강해졌다. 북한은 핵 보유국가가 되었다.

이 같은 흐름을 정리해 보면 김정은이 문재인을 조롱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남한이 군사적으로 강해지면 자신들의 외교정책 기본 목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남한의 군사적 무장을 경계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담보로 동북아 질서의 한 축이 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음으로써 남한을 압도하고 선대 유업을 달성한다는 꿈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을 조롱하는 김정은의 자만심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았으면 이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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