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갑질엔 무용지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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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갑질금지법 시행 한 달, 제보는 1.5배 늘어
성희롱, 욕설, CCTV 감시에 에어컨 갑질까지 등장
사장이 가해자인 경우 노동청 신고나 형사고소 해야
괴롭힘 신고해도 방치하거나 억지로 무마하기까지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된 긍정적인 사례 제보는 없어
10인 이상 사업장 전수조사해서 철저히 감독해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
시설관리 노동자들, 제대로 쉴 공간도 시간도 부족
공공임대 아파트가 모범사례 만들어 민간에 전파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조은혜 (노무사)

 


◇ 정관용> 뛰는 갑 위에 나는 을 만들기 프로젝트 갑질타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오늘로 시행 딱 한 달이 됐기 때문에 오늘 또 직장갑질119의 두 분 핵심요원을 초대했습니다. 박점규 운영위원, 조은혜 노무사 어서 오십시오.

◆ 박점규> 안녕하세요.

◆ 조은혜> 안녕하세요.

◇ 정관용> 시행 한 달인데요. 조금 한가해졌어요?

◆ 박점규> 아닙니다. 더 늘어났습니다, 제보가.

◇ 정관용> 제보가 얼마나 늘어났어요?

◆ 조은혜> 지난달에 저희가 법 시행 이전에 소개해 드렸을 때는 하루 평균 65건 정도였는데요. 시행 이후에는 하루 평균 102.5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57% 증가해서 1.5배 정도 증가된 상태입니다.

◇ 정관용> 이게 이 법이 시행되니까 사람들이 더 여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래서 제보가 늘어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 조은혜> 그렇죠. 저희 직장갑질119에서는 갑질 제보를 유형별로 분류를 하는데요. 임금체불 이런 거 말고 폭행이나 폭언, 모욕이나 따돌림, 부당지시 같은 문제를 괴롭힘 유형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런데 이 유형의 제보가 늘어났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번에 시행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렇게 알려지니까 괴롭힘 당하는 분들이 그동안에는 안 하다가 이거 제보해야 되겠다 해서 하게 되는 그게 많아졌다는 얘기로군요.

◆ 조은혜> 네, 맞습니다.

◆ 박점규> 그러니까 이게 저희가 법 시행되기 전에 통계에서는 제일 많은 게 임금체불이었어요. 돈 떼먹었다는 게 한 25%가량 됐거든요. 그다음에 부당해고나 부당징계 이런 게 한 10% 정도 됐고요. 그다음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될 수 있는 건 사적지시하고 괴롭힘을 합쳐서 28%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법 시행되고 나서는 지난 한 달 사이에 들어온 총 제보 1844건 중에서 괴롭힘 제보가 1073건으로 58.1%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건데.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괴롭힘이 법으로 시행되니까 신고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이것도 이제 처벌되는구나, 나도 제보해야지 이렇게 해서.

◆ 박점규>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떤 사례가 있나요?

◆ 조은혜> 오늘 소개해 드릴 사례는 한 민간 연구원의 사무관리직으로 입사하신 분의 제보인데요. 오랜만에 갑질종합세트입니다.

◇ 정관용> 종합세트. 어떻길래요?

◆ 조은혜> 대표가 매일같이 이분을 대표실로 불러서 다른 직원의 뒷담화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성희롱성 발언. 젊은 남자니까 노처녀를 조심해라, 여직원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냐를 매일매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주말이나 휴일, 업무시간 외에 카톡은 기본이고요. 전화를 하면서 바로 받지 않으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핀잔을 주고 대표전화로 걸어서 안 받으면 다른 직원의 전화로 확인하는 그런 일도 일삼았다고 합니다. 툭하면 고성을 지르는 건 또 기본이고요. 화가 나면 욕을 하고 월급이 아깝다면서 직원들 앞에서 직원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항상 했다고 합니다.

◆ 박점규> 큰 회사는 아니거든요. 직원이 한 15명 전후의 회사인데. 사무실도 큰 게 아닌데 CCTV를 10개 넘게 설치를 했다고 그래요.

◇ 정관용> 사무실에?

◆ 박점규> 대표실에서 CCTV를 보면서 뭐 하냐 이렇게 감시를 했고 심지어는 화장실 앞에까지 설치를 했다고 하고요. 제가 이분이랑 직접 통화해서 제보 내용을 받았는데 에어컨 갑질이라고 이 폭염에 에어컨 온도를 25도, 24도 이렇게 해놨을 거 아닙니까? 춥다고 그러면서 대표가 너무 춥다 온도를 높여야겠다 해서 본인이 가서 온도를 많이 높이거나 아니면 아예 꺼서 송풍만 하거나. 이렇게 해서 에어컨 전기세 많이 나오니까 에어컨 켜지 마라 이렇게 교육도 하고 그래서 되게 속상했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게 법 시행 이후라도 똑같다는 거죠?

◆ 박점규> 맞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달라진 게 없다?

◆ 박점규> 네. 이게 지금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10인 이상 사업장이니까 취업 규칙을 개정했냐. 그리고 개정된 취업 규칙을 개시했냐, 직원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이랬더니 전혀 아니라고 하고요. 이 대표는 이 법이 시행됐는지 알고 있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자기가 하는 행위가 괴롭힘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러더니 이 제보자가 뭔가 문제제기하니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런데 해고명분은 없고.

그러니까 어떻게 했냐.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된 날. 이 제보자는 예상도 못했는데 갑자기 근로계약서에 없는 부서로 발령을 내고요. 그리고 그 사무실 문 입구에, 저희에게 사진을 보내줬는데 보니까 문 바로 입구에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거예요. 문 열고 들어오는 다른 직원들이 이분 컴퓨터를 누구나 볼 수 있게 돼 있고 파티션이 없고. 그리고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깔려 있지 않았답니다. 심지어 한글, 엑셀, 이런 것들이 하나도 깔려 있지 않은 상태로 모욕감을 준 거죠. 스스로 나가라고. 그러면서 이분이 내가 잘못한 게 없다. 왜냐하면 이분은 9시 출근인데 8시까지 출근하고 근태가 문제가 한 번도 없었고 그다음에 일도 굉장히 잘했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분이 뭐라고 했냐면 결국은 해고를 하면서 직장 내 분위기 훼손이 사유다, 이렇게 해고를 했다고 합니다.

◇ 정관용>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 이 법에 의하면 이 대표 처벌할 수 있나요?

◆ 조은혜> 사실 이게 법 개정됐을 때도 말이 많았던 부분인데요. 이번 개정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대표한테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 정관용> 맞아요. 그런데 이 대표가 가해자잖아요. 당신이 가해자입니다라고 신고해요? 말이 안 되잖아요.

◆ 조은혜> 그렇게 해야 되는 상황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어려운 거죠.

◇ 정관용> 어려운 게 아니라 말이 안 되는 거죠.

◆ 조은혜> 우선 이 제보자는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불법 행위를 신고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하시고요.

◇ 정관용> 지방노동위원회 이런 곳에.

◆ 조은혜> 네. 그런데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는 이렇게 대표가 가해자의 경우에 회사가 법인일 경우에는 회사이사회나 감사를 통해서 조사를 하도록 권고를 하고 있는데요.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는 그런 방법도 없는 거죠.

◇ 정관용> 안 되죠.

◆ 조은혜> 그래서 법 시행 전과 똑같이 폭언이나 모욕, 폭행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형사고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태생적 한계라고 우리가 많이 지적했던 겁니다.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대체로 보면 대표가 이런 가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 법은 무용지물인 거 아니에요, 현재로서는.

◆ 조은혜> 그렇죠.

◆ 박점규> 그래서 저희는 대표가 갑질한 건 무조건 노동청에 신고해라. 그러면 근로감독관이 이 진정사건을 근로감독사건으로 전환해서 그 회사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근로감독해라 저희는 그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글쎄요. 하여튼 법도 강화돼야 되고요, 앞으로. 그럼 대표가 가해자가 아닌 경우의 사례도 있어요?

◆ 박점규> 이번에 또 저희가 제보자분하고 통화를 했던 사례인데. 핵심을 말씀드리면 이게 그냥 괴롭힘을 방치하는, 신고를 했는데 방치하는. 아니면 그냥 무마해버리려고 하는 이런 사례입니다. 가해자는 경영지원팀에 있는 팀장이고요. 그다음에 제보자는 다른 부서에 있는데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2년 기간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간까지 4년 동안 괴롭혔는데 주로 해외 갔다 오면 뭐 사와라. 돈도 안 주면서 특정 물건을 지정해서 이거이거 사와라. 심지어 애완동물의 사료를 사와라, 이런 것도 시키고요.

◇ 정관용> 개인적인 심부름 같은 것도.

◆ 박점규> 잡심부름을 굉장히 많이 시켰다고 해요. 그리고 모욕도 많이 주고 그다음에 신체비하 발언도 굉장히 많이 해서 이분이 가해자가 있는 경영지원팀의 책임자에게 계속 상의를 했던 거죠, 지난 4년 동안. 그랬는데 해결을 안 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고 이분이 정식으로 신고를 한 거죠. 그러면서 증거는 그동안 내가 상의드린 게 있지 않냐. 그러니까 이 법 시행됐으니 조사할 때 좀 도와달라 그랬더니 왜 괜히 이런 걸 만들어서 우리 대표가 싫어하는데 왜 분란을 만드냐. 이러면서 나는 도와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이분이 어떻게 해야 되냐. 그런데 어쨌든 노동청에 나는 다시 신고할 거다, 이 문제를 회사가 해결하지 않으면, 이렇게 저희한테 제보를 해 주셨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결국 이건 현행법이 새로 시행이 들어간 후에도 이 법이 새로 생겼으니 한번 해결해 봅시다라고 회사 내의 상급자에게 얘기를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상급자들이 안 도와준다는 거잖아요.

◆ 박점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이건 또. 또 이것도 역시 노동청 신고밖에 방법이 없는 거예요?

◆ 조은혜> 우선은 그런 부분으로 저희가 홍보를 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지금 현재 법 내용 상태가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법 시행 초반이다 보니 좀 자리가 안 잡힌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회사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조사를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대표가 가해자인 경우는 신고할 방법도 없는 거고. 대표가 아니다 하더라도 회사 내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려면 회사 간부들한테 얘기를 해서 상의를 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간부들이 문제 제기하지 마라. 왜 분란 일으키냐 이렇게 나온다는 얘기잖아요.

◆ 조은혜> 네, 맞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 박점규> 저희가 어떤 도움을 이분에게 드렸냐면 일단 증거가 충분한지를 제가 확인해 봤는데 그동안 본인이 괴롭힘을 당했을 때마다 동료나 그분하고 카톡으로 상의하신 게 있어요. 내가 정말 이거 너무 힘들어. 이런 것도 사오라고 시켰어. 이거 돈 주는 거야 그랬더니 돈 한 번도 준 적이 없어, 이런 증거자료 있지 않습니까? 이거 다 모았고요. 그래서 회사에 공식적으로 신고하면서 증거자료를 첨부하고 관련된 상황. 그리고 가해자와의 분리조치 이런 요구를 정식으로 하고.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 회사가 해결을 안 하면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게 좋겠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마 그렇게 정도 하면 회사가 처리를 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오히려 그 신고한 분이 또 불이익 당하고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요?

◆ 박점규> 바로 그 불이익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있습니다.

◇ 정관용> 처벌조항이 있죠.

◆ 박점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있습니다.

◇ 정관용> 이건 주의 깊게 애프터서비스까지 지켜봐줘야 할 것 같고요. 실제 한 달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처벌이 이루어진 사례. 아니면 이 법을 적용해서 문제가 해결된 사례, 이런 건 없나요, 아직?

◆ 박점규> 아직 없습니다. 이게 제가 안 그래도 법 시행 한 달 됐을 때 혹시나 해서. 그런데 왜냐하면 저희한테 신고하신 분들이 대체로 잘 해결된 걸 신고하러 오지를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1400명 모여 있던 카톡방에 저희가 혹시 잘 해결된 사례 있으면 알려달라 했는데 여기 방송 나오기 전까지는 없었습니다.

◇ 정관용> 없었어요?

◆ 조은혜> 그래서 오히려 이런 경우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솜방망이 징계로 회사에서 진행을 하다 보면 갑질은 증가하고 더 교묘하게 그분들을 괴롭히는 그런 결과가 발생을 하거든요. 그래서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취업규칙에 이런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은 곳은 전부 찾아내서 과태료를 부과해야 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부에서도 지금 철저하게 이런 곳을 감독을 해서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내용들을 진행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아직까지는 아무튼 신고와 제보만 대폭 늘어났고 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은 없다.

◆ 조은혜> 아직 확인된 사례는 없고요.

◇ 정관용> 다만 제보가 늘어났다는 얘기는 그만큼 문제제기하겠다는 분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니까 뭔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오늘 또 다른 얘기 하나 해볼 게 며칠 전에 서울대학교의 청소노동자 한 분이 창문도 없는 휴게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채로 발견됐잖아요. 이건 사망하신 분의 심장 쪽에 무슨 지병이 있었다고 해서 이게 산재적용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런 논란도 있는데 두 분 어떻게 보세요?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휴게실은 계단 아래, 환풍기도 없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 박점규> 40도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 됐지 않습니까? 에어컨은커녕 환풍기도 없는 곳에서 그런 찜통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사건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박점규> 저는 어느 안타까운 죽음이 아닌 게 없겠지만 정말 비극적인 죽음이 아닌가. 왜냐하면 청소노동자나 경비노동자 이런 분들이 학생들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 노동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본인의 안전과 환경은 돌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그 학교가 서울대학교라고 하니까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 조은혜> 산재 인정 여부에 관해서도 말이 많은데요.

◇ 정관용> 지병이 있다는 것 때문에.

◆ 조은혜> 그런데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지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업무적 요인으로 인해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서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히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심장질환이 있으셨지만 그래도 회사가 제공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서 그 질환이 급격하게 악화돼서 사망에 이르렀다면 충분히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시설관리 노동자분들의 사례도 직장갑질 일부에 많이 들어오죠?

◆ 박점규> 네. 본인들이 직접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또 자녀분들이 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종별 모임, 온라인 모임이 여러 개 있는데 최근에 저희가 3주 전에 시설관리119라고 하는 온라인 모임을 따로 만들어서 거기서 직접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 정관용> 돌아가신 분도 휴게공간에 창문도 하나 없었다 그러는데 휴게공간 제보도 많이 들어오죠?

◆ 조은혜> 맞습니다. 들어온 사례 중에, 아파트의 여러 개의 동을 관리하는 분이셨는데요. 야간에는 그 한 명이 모든 동을 관리를 해야 되고 주말에는 다른 아파트 순찰까지 다녀와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휴게공간이라고 딱 하나 있는 곳이 쓰레기나 공구, 자재를 보관하는 공간에 침대를 덜렁 갖다놓은 그런 공간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분이 휴게공간에서 절대 있지 않고 그냥 아파트 의자에서 쉬었다고 하십니다.

◇ 정관용> 게다가 한 분이 여러 개 아파트 전부 다 관리해야 된다고요? 그럼 시간도 없을 거 아니에요.

◆ 박점규> 휴게시간을 반드시 부여하게 되어 있는데요. 저희한테 들어온 제보 중에서 어떤 아파트 관리소장이 붙여놓은 게 뭐라고 되어 있냐 하면 휴게시간, 이렇게 적어놓고 휴게시간에도 전화는 꼭 받을 것. 이렇게 붙여놓은 걸 저희가 보면서 참.. 이분들에게 아파트에서 민원 들어오면 우리가 욕 먹는 거 아니냐. 그래도 휴게시간에 전화는 받아라, 이렇게 얘기하면서 사실상 휴게시간 자체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정관용> 말한 대로 전화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되면 그게 왜 휴게시간이에요?

◆ 박점규> 근무시간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납득이 안 되네요.

◆ 박점규> 이게 이런 시설관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사실은 휴게시간이라고 해 놓고, 소장이 법을 지켜야 되니까 (휴게시간이라고) 그래놓고는 몰래 이런 말을 해서. 그런데 그분 입장에서 보면 쫓겨나는 것보다 그런 식으로라도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렇게 하고 계신 겁니다.

◇ 정관용> 이분들은 건물에서 어떤 일을 하죠? 그리고 몇 시간 정도 일을 합니까?

◆ 박점규> 지금 24시간 일하는 분의 제보를 제가 하나 말씀을 드릴 건데요.

◇ 정관용> 24시간?

◆ 박점규> 네. 이분은 새로 신축된 서울의 홍대 근처에 있는 건물을 관리하셨던 분인데. 먹고자고 하신 거죠, 거기서.

◇ 정관용> 건물 안에서?

◆ 박점규> 네. 그리고 일을 하고 그다음에 저녁에 들어와서 자고 아침 7시면 일어나서 다시 하는데. 그 건물의 각각의 호실을 관리하다 보니까 새벽 3시에도 와서 어떤 분이 두드려서 뭐 해 달라고 하고 그러니까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기의 휴게시간 권리나 이런 것도 모르고 일을 해 오시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이거 노동청에 진정을 낸 거예요. 그랬더니 사장이 겁이 나니까 돈을 주겠다, 밀린 돈을 주겠다.

◇ 정관용> 이분 월급은 얼마 받았대요?

◆ 박점규> 매달 받은 게 200만 원 좀 안 되게 받았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하루 20시간 넘게 일했다는 거 아니에요?

◆ 박점규> 맞습니다.

직장갑질119 조은혜 노무사(왼쪽), 박점규 운영위원 (오른쪽)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 정관용> 그러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거잖아요.

◆ 박점규> 네, 맞습니다.

◆ 조은혜> 최저임금은 물론이고요. 각종 수당, 연장수당, 주휴수당 이런 것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마저 작성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까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500만 원 줄 테니 회사에서 합의 요청이 들어온 거죠. 회유가 들어왔던 건데.

◇ 정관용> 문제제기하니까?

◆ 조은혜> 네. 그런데 결국 지금은 노동청에 진정이 들어간 상태고요.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시설관리 업종이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휴게공간 그다음에 과도한 근무시간. 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 박점규> 그다음은 아마 무시하거나 인격모독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특히 아파트 관리소장이 시설관리에서 일하시는 분들 무시하고 모욕하는 게 많은데요. 특히 연세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한테 들어온 제보들 보면 젊은 사람이 좋은데 나이가 많다고 무시했다, 그다음에 인사도 안 받고 트집 잡고 밥도 따로 먹게 했다 이런 제보들 많이 있고요. 또 청소하시는 분들 함부로 대하고 이런 경우도 있고. 또 관리소장만이 아니라 주민들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건 사실 관리소장이 막아줘야 하는 일인데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이런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특별히 더 갑질을 당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도 있는 거죠?

◆ 조은혜> 그렇습니다. 사실 시설관리 노동이라는 것이 어느 곳에서나 다 필요한 꼭 필요한 노동이거든요. 당장 휴일에 청소노동자 한 분이 쉬시면 건물 전체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아니면 전기나 수도가 끊기면 업무도 지장이 가고 생활에도 지장이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건 주로 원하청 구조 때문인데요. 시설관리 업무는 대부분 건물이나 아파트가 용역회사랑 계약을 맺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하청이 또 재하청을 주는 그런 3단계 구조도 있는데요. 그래서 용역회사 소속의 관리소장이 갑질을 하더라도 원청이 할 수 있는 건물주들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를 해 버리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조은혜> 그리고 고령의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꾹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이분들 노동조합은 있나요? 가입도 할 수 있나요?

◆ 박점규> 공공운수노조에 시설관리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서울의 일반노조. 일반노조라는 곳에 시설관리하시는 분들 노조 가입해계신데요. 쉽지 않죠. 특히 작은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 박점규> 그래서 저희는 두 가지인데 직장갑질119의 시설관리119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셔서 적극적으로 저희가 도움을 드리겠다라는 것 하나와 그다음에 LH아파트같이 공공임대아파트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데서 모범적인, 휴게시설도 잘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휴게시간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모범사례들을 만들어서 민간에까지 전파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시설관리119 이것도 좀 기억해 주시기 바라고. 지금 시행 한 달 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정말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우리가 다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 조은혜 노무사 수고하셨습니다.

◆ 박점규> 고맙습니다.

◆ 조은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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