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황교안, '박정희'는 되고 조국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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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기 PD)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운동권 출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이다. 세상을 좌우로 나누고 폭탄주도 오른쪽으로만 돌린다는 '미스터 국가보안법'의 눈으로 보자면 이것은 국기를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황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전복을 꿈꾸었던 사람이 법무장관이 될 수 있냐"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전력을 끄집어냈다.

황 대표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을 법무부장관에 앉히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일갈했다.

조 후보자가 울산대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던 1993년 사노맹 산하 사회주의과학원에서 활동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이적단체 가입 등)로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6월을 선고받은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사노맹 중앙위원장이었던 백태웅 교수와 박노해 시인은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1998년 8·15특별사면 때 풀려났다. 은수미 성남시장도 이 사건으로 구속돼 6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사노맹 총책이었던 백태웅 교수는 사면 뒤 유학을 떠나 지금은 하와이대학교 로스쿨에 재직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실무그룹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 인권 분야에서 전문가의 입지를 다졌다. 한국전쟁 때 납북자는 물론이고 북한 인권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교수는 안식년이었던 2017년 SBS와 인터뷰에서 "80년대는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통일 문제까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던져지고 그 답을 요구하는 질풍노도의 시대였다"며 "그런 의미에서 사노맹을 함께 했던 분들은 큰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운동에서 아주 치열하게 자신을 던진 그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라는 무시무시한 이름 뒤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백 교수는 "다만 미숙한 점들이 여러 가지 저의 20대의 한국 사회의 인식 수준에서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을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어쩌면 그런 고민들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복잡다단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과 연결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만 보고 달렸던 20대 청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당시의 문제의식과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한 지금의 역량이 결합하면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는 또 조 후보자의 사노맹 전력을 거론하면서 "조국 전 수석이 이 일들에 대해 자기반성을 한 일이 있냐"고 물었다. 서울대 출신에 열혈 노동운동가였던 김문수 전 경기기자처럼 개과천선하기를 주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26년 전의 일을 들추어내며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조금 지나쳐보인다. 혹시 공안검사의 시각으로 전향 비슷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황 대표가 "미래를 볼 줄 아는 지도자, 경제 발전과 부국강병의 일념으로 나라를 이끈 분"이라며 존경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의 좌익 전력을 반성한 적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로당 군사총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이 때문에 1963년 대선에서 '빨갱이'라는 색깔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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