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짓밟힌 농민의 '피땀'…대안 있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동해중부선 전철화 '잡음'④]
농민들 "국책사업 강행 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
토지 소유자 의견수렴 없는 국책사업, 타당한가
전문가 "공익사업 시 목적만큼이나 '수단' 중요"

남북경협 사업 중 하나로 동해선 국책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2단계 구간(영덕~삼척) 중 마지막 역사 장소인 삼척시에서 때아닌 '토지 강탈'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중부선 철도 사업에 떠밀려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강원영동CBS가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철도 국책사업에 '도둑맞은' 삶의 터전…주민 '분통'
② [단독]불법에 유착관계 의혹까지…철도공단-두산건설 '얼룩'
③ 땅 빼앗길 처지에 놓였는데…지자체는 뭐 하고 있었나
④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짓밟힌 농민의 '피땀'…대안 있나
(끝)


마달동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김상국(53)씨가 삼척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주민 제공)

 

강원 삼척시 마달동 농민들은 요즘 삼척시청 앞으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동해선 포항~삼척 철도건설사업' 계획에 따라 내쫓길 처지에 놓인 '부당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 농민들 "국책사업 강행 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

마달동에서 30년 넘게 농사일을 해온 김상국(53)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에 피켓을 쥐었다.

토지 소유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마달동 일대를 '집단 이주단지'로 결정한 사업시행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이를 방관한 삼척시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

김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벌써 토지를 가꿔온 세월이 수십 년인데 이럴 수는 없다"며 "보상금액 다 필요 없고 그저 대대손손 물려온 땅을 지킬 생각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십 년 넘게 땅을 일궈온 농민들에게 마달동은 '삶의 전부'인 만큼 토지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확고하다. 이 때문에 만약 철도 국책사업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죽음'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농민들이 많다.

마달동 진근택 마을회장은 "지금도 농민 중 일부는 시청 앞에서 목매 죽는다는 사람이 천지라 정말 걱정이 너무 많다"며 "우리들의 반대에도 끝까지 사업을 강행할 경우 용산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그 정도 수준의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토지 소유자 의견수렴 없는 국책사업, 타당한가

국토교통부의 관련 사업 확정고시가 나기 전에 진행한 사전 감정평가와 협약서, 주민 간담회 등. (자료=주민 제공)

 

현재 마달동 토지 소유자들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으로 사전 감정평가가 이뤄져 확정된 '집단 이주단지 조성사업'은 "원천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측은 "이주단지 조성사업은 동해선 포항~삼척 철도건설사업의 '부대 사업'으로, 사업 실시계획 변경으로 고시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별도의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관련 법률에 따라 최소한 의견 청취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박앤정 박승용 변호사는 "토지보상법 제21조는, 강제수용권 설정(사업인정, 본건의 경우 실시계획인가) 시 반드시 토지 소유자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개별법률에서는 사업인정 시 '주민공람'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대 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설명을 거치지 않았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철도건설법 제12조를 정면 위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철도공단 이야기를 반대로 따져보면, 주민설명이 필요 없는 '부대 사업'은 강제수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며 "이는 결국 철도공단이 마달동 지역을 '수용할 권한이 없다'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 "공익사업 시 목적만큼이나 '수단' 중요"

'집단 이주단지'를 철회하라는 현수막이 마달동 일대와 삼척시청 앞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주민 제공)

 

토지 수용과정에서 민원을 잠재우려면, 땅 소유자들에게 사업 확정 고시 전에 제대로 설명을 하는 것과 더불어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남근 부회장은 "공익사업을 할 때는 정당한 목적만큼이나 '수단'도 적절해야 한다"며 "공익사업을 위한 이주 대책이라면 여기에는 단순히 '대물 보상'이 아니라, 이전과 같이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을 보상'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토지주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수용하는 경우 수용 절차를 거치는데, 이 기준점이 되는 가격이 너무 낮게 설정돼 있어 시가와 비교해 보상금액이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강제로 토지를 뺏는 것인 만큼 정당한 보상을 위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철도공단 측은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삼척시는 '중재' 뜻을 밝혔지만 제3자인 만큼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마달동 토지 소유자들은 사업시행자인 철도공단을 포함해 시공사 두산건설과 지자체 삼척시 등을 상대로 고발과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데다 책임 주체들도 별다른 혜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마달동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