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 화합 없이 '극일(克日)'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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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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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한국 상황을 사면초가(四面楚歌) 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큰 경제 금융 위기)의 전 단계라는 말이 회자된다.

외교 안보와 경제 현실, 정치적 상황을 일컫는 말로 40-50대는 말할 것도 없고 20대 젊은이들의 모임에서조차 나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의견은 크게 진보와 보수, 두 방향으로 갈리면서도 '이대로 가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야(걱정)'이라는 말엔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드는 국면에서 터진 일본의 경제 침략은 금융시장을 강타했고, 급기야는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 금감위원장 등이 7일 조찬 회동을 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를 달래려는 보여주기식(showing off) 만남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일본을 이기자고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극일을 주창하면서 남북 경제 협력으로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만이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 난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로 인식하는 것은 설득력은 있을지언정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북한은 이틀이 멀다 하고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은 일본의 경제도발이 진행되는 동안 만이라도 도발행위를 그칠만도 한데,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김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북한에 그런 배려를 갖는 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나 최태원 SK 회장 등도 위기를 흔들림 없이 대처하자고 말하는 것을 보면 대기업들도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모양이다.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아무리 책임없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라고 하지만, 이때다 싶은지 이름을 알리려는 도넘은 정치인들의 언행은 '작태'라고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른바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일본을 여행금지구역으로 확대하자"거나 "일본 가면 암에 걸린다", 심지어는 "일본에 가면 코에서 피난다"는 등의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것도 여당인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의 입을 통해서 이런 정제되지 않는 발언들이 나온다.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처럼 내년 총선 구도를 친일 대 반일의 이분법적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때까지 가면 여당에 유리할 것이 없을 텐데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급기야 환율전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일본의 아베는 한국이 고개를 숙이기 전까지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우대국 지위)를 회복시킬 것 같지 않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강대국들의 준 전시적 움직임들 못지않게 중국과 러시아는 호시탐탐 한반도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왜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 3대 의무 중 하나이며 국방력을 키워야 하는지를 한반도 4강의 약육강식의 국제질서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방이라는 미국은 최근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압박을 하는가 하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터무니없이 인상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고고도미사일인 사드 사태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렇다고 북한 핵문제를 비핵화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도 서서히 희박해지고 있다.

한국은 네 마리의 호랑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엉거주춤 거리는 정도라고 할까.

국제 정세는 100년~140년 전 동북아시아 정세와 비슷하다.

그때보다 크게 나아진 것은 우리의 위상이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해 할 말은 할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국력을 키웠으며, 그들의 정체와 속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조선 말기의 명성황후와 대원군 간의 대립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문희상 국회의장은 "흡사하다"고 말한다.

경제는 세계 11위, 군사력은 5~6위, 문화는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경제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모두 세계 평화를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지도자들이 아닌 자국 우선주의와 자국 내 정치적 생명 연장에 몰입하는 대표적인 스트롱맨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감정을 추스르며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성경은 "분을 내어도 하루를 넘기지 말라"고 했다.

분노의 감정을 자제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 자리에서 극일의 자양분이 자라난다. 국민 개개인이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세계 일류 시민이 되어야만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인간이 지식은 있을지언정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혜를 얻고자 인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유성룡 선생은 그의 책 <징비록>을 읽어 보면 반대파들의 당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정의 화합과 결속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일등공신은 이순신 장군이었지만 전국 각지의 의병들을 기반으로 한 국민 화합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없이 국난에 준하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가 있을까?

그 어떤 가정도, 회사도, 국가도 화합과 웃음소리가 없이 잘 되는 경우가 없다.

분열과 갈등, 대립, 증오, 편견이 난무한 민족과 국가치고 쇠락하지 않는 국가는 없었다. 그런 민족과 나라들은 다 망했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우리 정치권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만나면 상대방을 욕하고 물어뜯기를 즐기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면서 "싸우면 망한다는 역사의 진리를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맹자는 "적절한 시기도 지리적으로 좋은 것만 못하고, 지리적으로 좋은 것이 사람의 화합만 같지 못하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서로가 서로를 겨누고는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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