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작은 소녀상이 그리도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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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사진=연합뉴스)

 

일본 나고야에서 전시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5m짜리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전시회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평화의 소녀상'이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회에 출품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의 극우인사들은 물론 관방장관까지 나서 보조금 지급 중단 운운하며 전시반대를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극우인사인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위안부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오무라 아이치현 지사는 전시 사흘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중단을 발표했다.

매일 수백 통의 항의전화와 메일이 날아들고, 심지어 가솔린통을 들고 가겠다는 테러위협까지 있었다는 것이 전시중단의 표면적인 이유다.

그런데 작품을 출품한 김운성 작가의 얘기는 다르다.

일부 극우인사들이 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항의메일을 발송한 정황이 있고, 항의전화 역시 평화의 소녀상 뿐 아니라 '표현의 부자유'전시회 자체에 대한 것이 많았다고 김 작가는 밝혔다.

이 전시회에는 평화의 소녀상 뿐 아니라 천황제를 반대하거나 평화헌법 9조 개헌을 반대하는 전시물도 포함돼 있다.

결국 일본의 극우세력과 이들과 결탁한 아베 정권이 불편해하는 전시회를 평화의 소녀상을 핑계로 중단한 셈이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들이 나서 전시회를 공공연하게 반대하고, 예산지원 중단까지 언급한 것은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기본권 침해이자 헌법 파괴행위이다.

'표현의 부자유'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억압한 행위는 일본 스스로 '표현이 자유'가 제한되는 비민주적 국가임을 자인한 것이다.

전시회를 차단한 5m의 높다란 벽은 일본의 폐쇄적이고 편협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일본 문화예술계에서도 전후 최대 검열사건이라며 반발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말 그대로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지, '반일'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위안부'라는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각인시키려는 시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진실은 가해자에게 처벌과 같다. 하지만 바라보기 힘들더라도 진실에 직면하지 않으면 반성도 있을 수 없고,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의 라벤스부뤼크의 옛 나치 수용소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높이 10cm에 불과한 작은 조각상이다.

일본은 이 작은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독일 주재 외교관들이 직접 나서 압박하기도 했다.

이 작은 소녀상이 그리도 두려운가? 두려움을 해소하는 길은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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