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지방자치 징비록'으로 읽어야 할 춘천 레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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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레고랜드 조감도.(사진=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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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최문순 강원도정의 춘천권 핵심 공약인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이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강원도는 멀린 1800억원, GJC 800억원 분담 투자를 담보할 법적 장치가 확보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GJC 분담 잔금 600억원을 지급해 공사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시행권을 쥔 영국 멀린사가 사업 구역 축소 등으로 사업비를 당초 2600억원에서 1300억원대로 줄였지만 강원도 보증으로 사업비를 빌린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분담금 800억원 지급은 그대로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해 멀린사와 강원도는 단계별 투자계획 중 일부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강원CBS 보도로 해당 사실이 알려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멀린사는 강원도, GJC에 당초 투자를 이행하겠다는 확인서를 발송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도 집행부와 최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의원 지도부 외에는 '위기 탈출'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일 시공사 변경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했다는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도 이미 지난해 말 예견된 문제의 뒷수습이었던만큼 '대도민 사과'가 우선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주의' 한계와 지방정부-지방의회의 정파적 결정에 대한 반성 요구와 함께 사업 성사 이후에도 풀어야할 난제들을 향한 우려가 진행형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 정상화'라는 자화자찬과 격려에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강원도 제공)
▲ 지방자치 성과주의의 폐해

2007년 검토 수준에 머물던 강원도 춘천 중도 레고랜드 조성 계획은 2010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재임 당시 추진이 결정됐다. 이 전 지사가 이듬해 1월 27일 대법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확정으로 물러나면서 춘천 중도는 사계절 꽃섬 조성으로 선회했다 .

2011년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이광재 낙마 동정론과 공약 승계'를 앞세운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레고랜드 조성 계획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100년 무상 임대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 선사시대 매장문화재가 산재한 중도의 특성을 간과하고 주변 부지를 매각해 사업비를 조달하겠다는 사업 계획은 공사 지연을 자초하는 걸림돌이됐다.

2013년 사업 계약에 있어서도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사업 지연과 무산에 따른 강원도의 책임만 명시한 대목도 '저자세 사업 추진'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지사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A씨는 "경제효과를 강조할 수 있는 대형 장기프로젝트는 지자체장 후보들에게는 매력이 있는 공약"이라며 "보궐선거 출마로 검증없이 수용한 공약이었지만 재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최 지사의 대표 공약으로 자리잡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도유지를 100년 무상 임대하는 투자 대비 효용성을 고려했을 때 최 지사 재선 국면이 타당성을 재검증하고 춘천 중도의 활용 부문을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춘천 레고랜드 시공사 변경 손해배상 해소 합의 기자회견을 연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사진=진유정 기자)
▲예견된 혼란, 때마다 강조된 '최문순식 낙관론'

'소통'을 무기로 지지를 이끌어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정작 주요 시책과 관련한 각계의 이견에는 '낙관론'으로 '불통'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8대 강원도의회 도정 질문에서 새누리당 곽영승 의원은 강원도-멀린사의 춘천 레고랜드 본 협약과 관련해 "금융조달, 기반조성 지원, 시공사 관리 등을 모두 강원도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6개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멀린(레고랜드 운영사)이 계약을 종결할 수 있도록 계약에 명시돼 있다"고 지적에 나선다.

"손해 배상도 멀린사가 투자한 금액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까지 해주도록 돼 있다"며 "과거 알펜시아리조트가 인터콘티넨탈 호텔과 투룬 골프사측과 맺은 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계약은 더한 노예계약이 아닌가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최문순 지사는 "너무 걱정이 과잉인 것 같다. 멀린은 그 사업을 실패하면 안되는 기업이고 실패한 사례도 없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덴마크가 깊은 신인도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우리가 실패하라고 해도 실패하지 않는 기업이다. 자신있는 사업이라는 점 이해해 달라"고 비판 여론을 경계했다.


직접 운영과 관련해서는 "강원도는 그런 능력이 없다. 지금 알펜시아를 보면 알겠지만 도가 운영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멀린사는) 레고랜드 운영 전문회사다. 그 쪽에서 운영하는게 좋다.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기업유치의 기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10대 강원도의회 신영재 한국당 원내대표는 "2013년 사업 초기 도의회에서 제기된 지적들을 수용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사업 지연과 혼란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지만 2019년 지금도 최 지사는 의회와 언론,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해 7월 10대 강원도의회 개원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강원도의회 제공)
▲지방정부-지방의회 정파성, 득과 실

지난해 개원한 10대 강원도의회는 도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46석 가운데 35석을 차지해 1당에 오르는 구도가 됐다. 각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정치 신인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달라진 의정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기 충분했다.

현실은 주요 의사 결정과정에서는 최문순 강원도정에 힘을 실어주자는 '원팀' 논리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투자 확대를 명분으로 레고랜드 시행권을 강원도가 44.01% 지분으로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GJC에서 멀린사로 넘기는 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임위 심사 단계부터 시공사 재선정과 관련한 안전장치, 멀린사의 대응 투자계획 강제력 강화 등의 보완책을 외면한 채 본회의까지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의결에 힘을 쏟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외면했던 쟁점 사안들은 올해 7월부터 현재까지 최 지사 등 도 집행부가 특혜 시비를 감수하며 해법을 마련해야하는 난제들로 증식했고, 민주당 의원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 도의원은 "지방의원도 공천제가 유지되는 이상 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같은 당 지방정부를 지방의회가 도와줘야한다는 정당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이번 춘천 레고랜드와 같은 대응 방식은 앞으로도 반복되고 결국 피해는 도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일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춘천 레고랜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특혜 시비와 예산 낭비 우려가 높은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검찰 고발 계획을 밝혔다.(사진=진유정 기자)
▲춘천 레고랜드가 남긴 과제들
춘천 레고랜드 사업비 투자 분담금과 관련한 멀린사의 확약에 대해 강원도와 GJC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투자 미 이행에 대한 조치를 임대료 상향 조정으로 명시한 부분이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멀린사의 투자가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임대료 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조정된 시설 임대료 자체가 받기도 힘들지만 미미한 수준이어서 실제 보상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강원도, GJC는 토지 100년 무상 임대 등에 대한 시설 임대료 수익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400억원 이상 매출액을 올려야만 정해진 요율에 따라 임대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다.

투자 이행 확인서 상에 '투자 불이행은 총괄개발협약상 중대한 의무불이행으로 해지 사항에 해당하며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 역시 사업비 정산이 공원 개장시점을 기준으로 진행되는데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완공 이후에 해당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 시공사 STX건설과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위해 체결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주변 부지 매입 우선권 제공 등 합의를 놓고도 특혜 시비가 빚어지고 있다.

강원도 보증으로 빌린 2140억원을 비롯한 3400억원대 GJC의 레고랜드 투자, 주변부지 개발 사업비 역시 주변부지 최고 감정가 매각으로도 3100억원 수준만 확보가 가능하다는게 강원도, GJC의 분석이다. 부족한 비용은 강원도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10월 7일 진행한 춘천 레고랜드 착공 보고회. (사진=강원도 제공)
▲춘천 레고랜드, 성과 이면에 남은 과제

"남이섬에 레고랜드가 없어도 매년 수백만명이 찾아와요.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던 춘천 중도가 자기 소유의 땅이었다면 최문순 지사나 공무원들이 자기 빚을 내 건물 지어주고 100년이나 무상임대해 줬을 지 되묻고 싶어요. 최문순 지사는 3년 뒤 강원도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도민들과 공무원들에게는 무거운 짐을 남기는 결과가 될 겁니다"


춘천 레고랜드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달 23일부터 1인 단식 시위를 벌인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지지층들 사이에서 차기 대선 후보론까지 거론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차기 정치 행보에 분주한 도 집행부와 정치인들, 미래 경제 효과 추정치에 주목한 이들의 노력으로 춘천 레고랜드는 늘 그래왔듯 급한 불을 꺼가며 결국에는 문을 열 것이다.

개장 초기 밀려드는 관광객과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급증한 레고랜드 일자리, 주변 상가들의 매출 증대 통계, 이를 반영한 대대적인 홍보 등은 그동안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충분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 남이섬과 같은 춘천 중도의 보존형 개발 등 다양한 선택지 외면, 사업추진 과정에서 드러낸 과도한 낙관론의 폐해, 공유재산을 100년 무상임대하고도 더 높이지 못했던 강원도의 이익, 강원도 빚 보증으로 빌린 사업비, 주요 계약 상의 잠재된 위협요소, 사업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후대에게 전가될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춘천 레고랜드를 치적이자 공약, 성과뿐 아니라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하는' 징비(懲毖)의 시선으로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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