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문 대통령은 읍참마속 한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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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복합 위기에 성찰 필요…공과를 떠나 교체인사 타이밍
참여정부와 비교해도 적체 현상…수족 쳐내고 결기 보여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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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 공전 상태인 가운데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이 경제 보복으로 비화됐다.

심지어 가만히 있던 러시아까지 독도 영공을 건드려 우리의 복합·중층 위기 구조를 확인시켰다.

하지만 넓게 보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략적 인내' 미명 하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나, '최순실 국정농단'에 놀아나 개성공단 폐쇄로 독기를 부렸던 박근혜 정부의 '부작위'와 비교하면 어찌됐든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항구 안의 배는 안전하지만 그러라고 배를 만든 것은 아니다. 거친 풍랑을 맞더라도 평화와 번영의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위협 앞에서 작은 차이는 건너뛰고 일치단결해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지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오거스트 로댕의 대표작 '칼레의 시민들'은 프랑스·영국의 100년 전쟁에서 귀족들이 보여준 고귀한 희생정신을 예리하게 조각했다.

한자로 '희생'의 희(犧)는 소 '牛'(우) 변에 양(羊)을 내(我) 위에 올려놨다. 누군가의 잘못 또는 실수를 대속할 희생양을 내 머리 위에 얹어놓은 형상이다.

그런 맥락에서 '촛불'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반에 접어든 이 즈음에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소명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년여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여러차례 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결실도 없는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성찰적 복기가 요구된다.

물을 건너는 중에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거나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상투적 표현에 갇혀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국과의 갈등은 우리 스스로 운명 개척을 위해 나아가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교체 타이밍을 찾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오래 쓰기'는 역대 정권에 비해 유별나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문이란 소리도 있다. 최근 모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열 몇 번째 후보까지 고사한 뒤에야 본인의 승낙을 구했다고 하니, 청와대가 오히려 간청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공후사, 신상필벌은 인사의 제1 원칙이다. 누구에게든 공평해야 하고, 이 기준을 두고 우유부단 하다면 인사권자의 자격이 없다.

그런데 이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얼마나 당당할까? 현 정부 출범 이후 '왕수석'으로 불렸던 전병헌 정무수석과 송인배 정무비서관이 물러나긴 했다. 하지만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인사들에 대한 읍참마속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물론 신라시대 김유신이 말을 베듯 아무 죄 없는 측근을 내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유불문 뭔가 잘못되고 있음이 느껴진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도 이 정부의 인사는 가히 '적체'라 할 수 있다.

최근 핫이슈인 외교안보라인을 보더라도 노 정부 때는 통일부 장관(정세현, 정동영, 이종석, 이재정)이 4명, 국방부 장관(조영길, 윤광웅, 김장수)은 3명 임명되고 외교부 장관(윤영관, 반기문, 송민순)도 적잖게 바뀌었다.


반면 현 정부에선 국방부 장관(송영무)과 통일부 장관(조명균)이 한 번 교체된 것을 빼곤 꿈쩍도 하지 않을 기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현 안보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들의 피로도를 감안해서라도 바꿀 시점이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법무부 장관이 유력시되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여전히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이들을 멀리하라는 세간의 여론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야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당파의 수장이 아니라 일국의 지도자라면 '마키아밸리'식 고뇌와 결단이 불가피하다. 아마도, 문 대통령이 한사코 거부했던 대통령의 '운명'일 것이다.

자신의 수족을 스스로 쳐낸 대통령이야말로 두려울 게 없는 존재다. 그가 마주할 것은 국가와 역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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