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기를 새롭게 풀어낸 사극 '나랏말싸미'를 본 영화감독들이 호평을 내놨다.
먼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는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창조의 순간을 코앞에서 목격하는 짜릿함이 있다"며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을 나서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핸드폰의 한글 자판을 하나하나 두드릴 때, 세종이라는 고독한 천재를 향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전미선 배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흰 눈이 흩날리는 그녀의 마지막 쇼트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는 얘기만을 남긴다"며 "송강호와 박해일이라는 두 사람의 명배우는 팽팽한 긴장감과 인간적 고뇌들로 꽉 찬, 명장면들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하들과 궁녀, 어린 스님들 그리고 세종의 아들들 등등 모든 조연배우들이 누구 하나 헛발 디디는 일 없이 화면들을 꽉 채워 나간다"며 평을 이어갔다.
"극장의 큰 화면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사려 깊은 미술, 깊은 색채감의 의상들, 그리고 놀랍도록 아름다운 로케이션들의 향연이 신인 감독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제된 미쟝센을 통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간' 세종의 집착과 연민, 사랑과 회한 등등이 이토록 섬세하게 펼쳐지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그 자체로 기쁘다."
'리틀 포레스트'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은 "한글 창제의 베일이 한꺼풀 벗겨지는 신선한 스토리텔링이 좋았다"며 "연출의 묵직함과 유머가 절묘한 균형을 보였으며, 공간 등의 미술적 리얼리티는 사극의 격조를 보여준다.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금 각인 시켜주는 영화"라고 했다.
'사도' '동주' '박열'의 이준익 감독은 "품격의 영화. 의미가 재미를 넘어선다"라고,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1987'의 장준환 감독은 "미래의 보석을 세공하는 역사의 순간에 더욱 더 빛나는 배우들의 섬세하고 단단한 연기"라고 평했다.
'명당'의 박희곤 감독은 "송강호·박해일·전미선 배우의 열연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많은 감동을 느꼈다. 한글의 창제만큼 뛰어난 연기가 감동이었다. '나랏말싸미' 배우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도어락'의 이권 감독도 "한글 창제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묵직함이 의미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자 한글학회 연구위원 김슬옹 박사는 "이 영화의 백미는 백성의 말을 맘껏 적게 하려는 세종의 진정한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과정을 가장 섬세하게 그린 영화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세종과 그의 시대 그리고 한글 창제라는 오래된 이야기에 새로운 상상을 시도한 이야기"라고, 한국사 강사 이다지는 "누구나 쉽게 쓰는 한글,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했던 창제 과정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문학박사 정재환도 "새 글자를 만들려는 왕과 막으려는 자들과의 갈등·대립 속에서 세종이 어떤 마음으로 한글을 만들었는지 다시금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