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스릴 만끽"…시시각각 여성 노리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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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공포 '디지털 성범죄' ②] 통계로 보는 '디지털 성범죄'
전체 성폭력 증가 속 가장 급격한 증가세 보인 '불법 촬영 범죄'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보편화로 '불법 촬영 범죄'도 증가
"불법 촬영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스릴'을 만끽하려 하는 것"
피해자 99%가 여성,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 89%
지하철 >노상버스·택시 안 > 집·숙소 >공중화장실 순으로 범죄 일어나
"불법 촬영물 소비하려는 문화가 불법 촬영 범죄 이끄는 악순환"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부터 '언론인 단톡방', 그리고 최근 일어난 김성준 전 SBS 앵커의 불법 촬영 사건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그들의 유명세나 직업군에 중요성이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디지털 성범죄'가 일상화되고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법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과연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이기에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성범죄, '디지털'과 결합해 일상을 위협하다
② 고작 "스릴 만끽"…시시각각 여성 노리는 '카메라'
<계속>


# 사건 발생_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8일 김성준 전 SBS 앵커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 55분쯤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앵커는 이를 목격한 시민들에 쫓겼고, 이내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여성의 신체 사진을 확인하고 당일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현재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고의성 여부와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성준 전 앵커의 사례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피해가 갖는 통계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의 피해자 성별 99%가 '여성'이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모르는 사이'(89.01%)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생 장소를 살펴보면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사진='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적 대응 실태조사' 캡처)

 

◇ 성폭력 범죄 증가 추세 속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급격히 증가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각종 변형·위장 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만큼 지하철, 길거리 등 일상의 모든 곳에서 누군가에 의해 '몰카(몰래카메라)'라 불리는 '불법 촬영'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증가했다. 언제 어디서나 모르는 누군가가 우리를, 여성을 노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도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대검찰청 '2017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는 95.1% 증가했다. 다양한 성폭력 범죄 중 10년 동안 가장 급격히 증가한 것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즉 '불법 촬영' 범죄다.

대검찰청은 성폭력 범죄의 급격한 증가 이유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와 추행 범죄가 증가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 중 '젠더폭력의 실태와 변화'를 살펴봐도 심각한 유형의 성폭력 범죄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나 강제추행, 디지털 성범죄(카메라 이용촬영·통신매체 이용음란)나 데이트폭력, 성희롱 등은 증가했다.

조사 결과 '강간' '강간 등 상해·치상' '특수강도 강간 등'의 구성비는 감소하고, '강제추행'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구성비는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폭력 범죄의 급격한 증가는 심각한 유형의 범죄보다는 강제추행이나, 스마트폰 보편화로 인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증가에 의한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는 2015년까지 늘어나다가 2016년에 다소 감소했으나, 2017년 '불법 촬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처협의체가 구축되고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몰카 범죄가 하루 평균 17.7건꼴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불법 촬영 범죄는 6465건이 발생했다. 이는 2016년의 5185건에 비해 1280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몰카'라고 하는 '불법 촬영'을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스릴'을 만끽하려 하는 것"이라며 "아슬아슬하게 남몰래 사진을 찍는 것, 금지된 것을 몰래 하는 데서 오는 아슬아슬한 느낌을 경험하려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감장에 설치한 탁상시계, 물병, 자동차 열쇠 형태의 '몰카'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교수는 "현재 사회적으로 불법 촬영물 유포죄 정도는 처벌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수렴이 된 것 같다. '정준영 단톡방'에서 보듯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것은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라며 "그러나 유포하지 않고 자기 혼자 재미 삼아, 취미 삼아 찍는 행위, 혼자 보관하고 있다 삭제하는 것까지 범죄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인식은 존재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혼자서 비밀스러운 흥미를 위해 찍기만 하고 유포한 적이 없다면 그것도 범죄냐 하는 인식, 그것이 불법 촬영을 바라보는 인식의 격차를 유발하는 지점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달개비 활동가는 "사실 범죄 통계라는 건 신고되고 인지된 사건을 중심으로 나오는 거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인지하고 국가기관에 알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암수범죄'"라며 "불법 촬영 범죄가 줄었다가 늘었다기보다는 신고자가 적었다가 많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 신고가 늘어난 것은 피해를 인지하는 피해자가 많아졌거나 불법 촬영을 발견한 게 늘고, 신고를 많이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여성변호사회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 캡처)

 

◇ 피해자 99%25가 여성…지하철 >노상 >버스·택시 안 >집·숙소 >공중화장실 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 중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현황에 대해 판례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해당 자료는 서울 지역을 관할로 두고 있는 각급 법원에서 2011년 1월 1일부터 2016년 4월 30일까지 선고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1심, 상소심 포함 총 2398건 중 1심을 기준으로 2016년 6월 30일까지 선고돼 확정된 1540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불법 촬영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18~24시 시간대가 32.4%로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6~12, 12~18 역시 각 23.34%, 28.59%로 나타나고 있어 불법 촬영 범죄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 성별 분석 결과 여성이 99%로,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임을 알 수 있다. 분석대상 판결 중 피해자 성별이 남성인 경우는 19건이었는데, 이 중 남성만이 피해자인 경우는 11건으로 대부분 남자화장실이나 남자탈의실에서 발생했다. 남녀 모두 피해자인 경우는 8건으로 주로 모텔 등에서 남녀 성관계 장면이 촬영된 것이다.

피해자의 수를 살펴보면 △1명 48.38% △2명 12.01% △3명 5.13% △4명 4.87% △5명 이상이 26.49%로 나타났다.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1인으로 특정되거나 5명 이상 다수인 경우로 양극화됨을 볼 수 있다.

양극화 현상에 대해 김현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는 발표에서 "특히 지하철 등에서 일어나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경우 가해자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지하철 등에서 자신이 피해를 보았음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가 더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촬영부터 유포까지 모든 단계에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범죄다. 언제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고, 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피해 당사자가 이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는 사이'는 10.99%인데 반해 '모르는 사이'는 89.01%로 나타났다. 이는 불법 촬영 범죄가 아는 사이에서보다는 모르는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든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한국여성변호사회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 캡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발생 장소를 판결문상 나타난 피고인의 수를 기준으로 해서 살펴보면 △지하철 54.73% △노상 10.80% △버스·택시 안 4.64% △집·숙소 3.29% △공중화장실 2.81% 순으로 나타났다.

범행 횟수를 기준으로 하면 △지하철 41.79% △노상 9.96% △집·숙소 2.04% △버스·택시 안 1.25%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발생 장소로는 공연장, 은행 창구, 학원 강의실, KTX 안, 마트, 서점, 백화점, 목욕탕, 수영장 등이 있었다.

범행이 빈번한 장소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판결문상 범죄일람표가 삭제 또는 미공개 처리돼 그 장소를 알 수 없는 6180회(32.54%)를 제외하면, '지하철'이 7937회(41.79%)로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불법 촬영 가해자 1인이 범한 범행 횟수를 살펴보면 2회 이상 촬영한 경우는 53.83%로 나타났는데, 이는 재범률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피해자 99명을 대상으로 1278회 범행을 저지른 사례, 피해자 696명을 대상으로 696회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6월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 발표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촬영 수단은 스마트폰(92.6%)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소형카메라(3.0%), 손목시계(1.2%)가 다음으로 많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2018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87.2%에 달한다. 스마트폰 무음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촬영음 무력화로 불법 촬영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물론 적발과 단속도 어렵다.

또한 변형·위장 카메라는 날이 갈수록 소형화·고성능화되고 있으며, 누구나 인터넷, 전자상가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수입·판매와 관련된 규제가 없어 이력 관리가 불가능하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이한기 활동가는 "불법 촬영, 특히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불법 촬영에 대해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지 인지하지 못하도록 사진을 오리는 경우도 많고, 신체 일부가 찍히는 건데 그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냐 생각하는 게 많다"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중요한 건 여성들이 길거리 다닐 때 조심해야 하는 사회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옷을 입었을 때 속옷이 보이지 않을까, 비치지 않을까 늘 걱정해야 한다. 불법 촬영을 당해 성적으로 소비될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활동가는 "불법 촬영이 유포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된다는 지점을 생각해 본다면, 몰래 찍고 몰래 올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불법 촬영물을 보고 시청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촬영물을 소비하려는 문화가 있을 때 불법 촬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떤 산업에서의 생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려는 문화 전반의 종식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사진='디지털 성범죄 해체하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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