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 얘기한 박원순…뼛속까지 '정치인'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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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12일 오전(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진시 모라비아 문화발전센터를 방문, 아이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사진=서울시 제공)

 

남미 콜롬비아 메데진시(市)에서 개최된 '세계도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외교 버킷리스트에는 '대중교통'과 '용산공원', '도시협력' 같은 서너 가지 이슈가 담겨 있었다.

세계도시 정상회의 개최 장소는 콜롬비아 메데진이란 다소 생소한 도시였다. 더구나 콜롬비아는 마약과 내전으로 악명이 높았던 나라였고 인근에 있는 멕시코는 한국과 나란히 G20 멤버이긴 하지만 여전히 빈부격차로 많은 사회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라는 말처럼 먼 거리 만큼이나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관심권 밖에 벗어나 있는 국가들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이 변하는 것처럼 멕시코와 콜럼비아도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있었고, 한편으로 비록 중남미 국가들의 현재적인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지라도 그들만이 갖는 특성에서 비롯되는 우수함이 있다.

서울은 대중교통체계 면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고 역대시장들이 앞 다퉈 도시공원 조성에 나선 결과 올림픽.월드컵공원, 서울숲, 북서울 꿈의숲, 마곡 보타닉파크까지 타국의 벤치마킹 사례로 손색이 없는 공원도 많다.

하지만 중남미를 통틀어 2번째로 큰 규모인 멕시코시티 '차풀테펙공원'은 서울시로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러울 정도로 잘 조성돼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 곳을 둘러본 뒤 "이렇게 큰 공원이 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다"며 "(서울도)100년만에 돌아온 용산기지를 생태적인 공원으로 만들면 뉴욕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시 남부의 산악마을 '시우다드 볼리바르'와 시내 BRT(Bus Rapid Transit)를 잇는 케이블카와 보고타시 전경(사진=이재기 기자)

 

또다른 주목 포인트는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발전시켜 메트로.BRT와 연결시킨 교통시스템. 안데스 고원에 위치한 보고타와 메데진은 해발고도가 1500~2500m여서 지하철과 노선버스 건설이 어려운 곳이 도시면적의 1/2을 넘는다.

독특한 지형조건을 극복하면서 주민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보고타의 '트랜스미케이블'.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건이 다른 서울이 이를 채택하기 보다는 '혁신적 방식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비전이나 영감'에 주목했다. (CBS노컷뉴스 7월12일자 보도=안데스의 진주 '메데진'…21세기 '엘도라도' 꿈꾼다 참조)

메데진의 쓰레기 매립시설에서는 국제기구 재원으로 한국의 매립지 침출수와 가스연료화 기술을 해외에 제공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도시외교 측면에서도 ▲서울의 도시재생 전수 ▲세계도시 정상회의 기조연설 ▲ 서울-멕시코시티.서울-메데진 협력 MOU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 8년차 서울시장 박원순.. 행정가 → 대중정치인으로

박원순 시장은 올해로 8년차 서울시장으로 행정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편이었지만, 중남미에서는 미시적인 도시행정에 국한되기 보다는 인간 삶의 질과 행복, 국제관계 같은 거시적 이슈들에 천착하는 모습으로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13일 보고타 트랜스미케이블 미라도르역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인생을 산다는 것이 뭐냐. 행복하기 위해서인데..(중략)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제공하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 그게 저는 훨씬 더 중요한 인생의 과정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고산지대에 살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을 구휼하고자 하는 콜롬비아 당국의 정책에서 수단인 교통과 복지혜택 보다는 본질인 '시민들의 행복'에 주목하고 싶다는 얘기로 들렸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매사에 정확하고 세세한 것 까지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깨알리더십을 추구해 왔지만, 최근들어서는 위임하는 이점을 깨닫고 소통과 교감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말들도 들린다.

시의회와의 소통 실패를 깨닫고 즉시 광폭소통에 나선 것이나 올해들어 습관처럼 메모해오던 수첩을 없앤 건 그에게서 읽을 수 있는 커다란 변화 징후들이다. "디테일보다는 원칙을 보려는 취지"라는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콜롬비아 메데진시 플라자메이어에서 이반 두께 마르케스대통령과 면담, 교류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박시장의 측근인사는 13일 "시장 8년차로 본인의 시정철학이 어느정도 전파된 상황에서 이제는 정책의 큰그림을 그리고 서울의 위상을 세계화하는 문제를 들여다 보는 등 행정가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 진화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끌거나 정상급 외교에 나서면서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안데스 고산마을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중교통'을 살펴보는 자리에는 현지인들이 운집해 높은 관심을 끌었고 즉석에서 춤을 추는 파격적 장면을 연출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들과 호흡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박시장은 평소 그다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이날의 댄스장면을 대중 정치인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노력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앞서 멕시코시티에선 해외출장 중인 상황에서 굳이 아베 일본 총리의 폭주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한 것 역시 필요할 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2일 두께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세계도시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하면서도 이 회의 참가자 가운데 1명이었던 박원순 시장과는 예정시간보다 15분을 더 이어가며 회동한 것, 쉐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과의 2차례 회동도 그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가늠케한다. 쉐인바움은 멕시코 좌파진영 차기주자로 거론된다.

박 시장이 국민의 행복을 얘기하고 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예사롭지 않은 변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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