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동남아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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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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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인 A씨는 시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사망했다. A씨는 숨지기 9년 전 부산에서 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인물이다.

최근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B(30)씨는 "남편이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B씨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두 살배기 아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며 "제 친구들도 남편에게 많이 맞았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경찰이 한국인 편이라고 우려해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거가 없어 신고하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에서 전체 혼인 가운데 다문화 혼인은 8.3%를 차지했다. 정부가 인구정책 농촌 유지를 위해 국제결혼을 적극 권장해온 탓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중 42.1%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제결혼의 어두운 면과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몇몇 나라는 국제결혼과 관련된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취를 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는 '한국 남자와 결혼을 금지하는 국가'라는 목록이 공유되기도 했었다.

이는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 결혼 금지시킨 캄보디아 정부'

지난 2017년 2월 현지영자신문 '프놈펜포스트'는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금기'10가지에는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항목이 있다는 뉴스를 게재했다. 이후 국내 한 언론매체가 인터넷판 뉴스로 해당 기사를 내보내 SNS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지금까지 캄보디아 정부는 두 차례 국제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2008년 '국제결혼이 인신매매 통로로 이용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채택 발표한 후 그해 3월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결혼을 잠정 중단시켰다. 또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에게 적용된 국제결혼 '금지령'이었다. 하지만 이를두고 캄보디아 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연애결혼'에 한해서 다시 허용했다.

지난 2010년에는 캄보디아가 한국 남성과 결혼을 일시 금지시킨 바 있다. 2009년 결혼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6명을 한 번에 한국인 1명에게 맞선을 보게 했던 것이 적발되면서다. 이에 캄보디아와 우리나라의 양국 간 합의 하에 개정된 관련법 세부규정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한국남성은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할 수 없다. 소득수준도 강화해 월 2500달러, 우리 돈으로 최소 300만원 월소득이 있어야 국제결혼서류 신청이 가능하다. 또 여성들의 한국생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어 시험(TOPIK)을 도입했는데 1급 이상을 취득해야 결혼이 가능하다. 즉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의 국제결혼법을 보다 강화하는 조건으로 한국 남성들에 대한 국제결혼 금지령을 풀었다.

그렇다면 이번 폭행사건으로 많은 공분을 산 베트남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이 아주 많다. 한국 남성은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다른 나라보다 제일 선호한다"

지난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과 베트남 교류 협력 활성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발언이다. 이 대표는 '한국 남성이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베트남 출신 비중이 가장 높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건수 2만1917건 중 베트남 여성은 27.7%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 여성은 중국인 다음으로 우리나라 남성과 국제결혼을 많이 한다. 베트남 여성과 한국남성 간 국제결혼의 특징으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연상-여성연하 커플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특히 10~2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있어 '인신매매'라는 비판을 받자 베트남은 2012년 4월부터 50세 이상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 국제결혼을 금지했다. 한국인 남성은 16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맞이할 수 없게 된다.

또 베트남 정부는 2012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의해 속성결혼형태를 주선하는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해 18세 미만 소개 금지, 집단 맞선 및 집단 기숙 금지, 신상 정보 제공 강화 등으로 여성을 상품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속성결혼 형태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 대표적인 나라가 필리핀이다.

(표='IOM 아시아 내 국제결혼 관련법과 제도:한국,대만,일본,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이민정책 연구총서' 캡처)

 

지난 40여년 동안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자국민을 해외로 가장 많이 내보내는 국가 중 하나였다. 자국 여성이 외국 남성과 금전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1990년 '결혼중개업 금지법'을 제정했다. 국제결혼이 더 많은 관심을 끌자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사는 나라들, 주로 일본이나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들간의 결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인과 필리핀 여성의 결혼은 8% 가량 감소했지만 지난 5년을 놓고 보면 한국인 남성과의 국제결혼 전체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총 118%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21%이다.

필리핀 역시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진 않지만 자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간에 일체의 영리·비영리 목적의 결혼중개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중개자 뿐만 아니라 혼인당사자인 외국인도 형사처벌 및 강제추방 후 입국금지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자국 여성의 국제결혼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2015년 주한 필리핀대사관은 자국 내 국제결혼중개업체 설립이나 광고 홍보 등을 금지하는 '결혼중개업 금지법' 조항을 한국 외교부와 법무부 등에 보내기도 했었다.

이처럼 한국남성과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다만 국제결혼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결혼 자격을 엄격히 하거나 결혼중개업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는데 이것도 반드시 한국 남성만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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