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출구없는 한일 갈등과 외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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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끝모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적인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발표에 이어 일본 언론들도 잇따라 아베의 경제보복조치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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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계열의 뉴스네트워크인 FNN은 10일 “한국에서 지난 4년간 무기로 전용가능한 전략물자 밀수출이 총 15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신경가스의 원료가 말레이시아 등에 밀수출된 것이 드러났고 이번에 일본이 수출우대철폐 조치에 포함시킨 불화수소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 밀수출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영방송인 NHK도 9일 “한국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전략물자가 허술하게 관리돼 적성국가로 넘어갈 수도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 언론보도는 억지에 가깝다.

후지TV의 보도를 보면 한국의 전략물자관리가 엉망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산업부는 방송에서 거론된 밀수출 사례는 “일부 국내업체가 유엔 안보 결의상의 제재대상국이 아닌 UAE나 말레이시아 등에 관련 제품을 허가없이 수출한 것을 우리 정부가 적발한 사례” 라고 밝혔다.

이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전략물자 수출관리제도가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총 적발건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일부 적발사례만 선별해 공개하고 있다는 점은 감추고 있어 이 보도는 적실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NHK 보도도 사린가스를 만드는데는 일본의 고순도가 아닌 국내 업체의 저순도 불화가스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근거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보도를 한 것은 사린가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국내 여론전에서 십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린가스가 일본에서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를 때 사용해 일본국민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이 앞장서 여론을 주도한 탓인지 대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는 매우 높은 편이다.

무역규제상의 우대조치 대상인 ‘화이트국가’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방안에 대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중간 인터넷 여론조사(퍼블릭 코멘트)결과 찬성이 9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연합뉴스)
TBS 계열의 뉴스네트워크인 JNN의 여론 조사에서는 한국의 화이트 국가 배제 조치가 ‘합리적‘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8%로 나왔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반일여론이 높아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조사결과 10명 중 7명에 가까운 국민이 앞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향을 드러냈다.

한일 양국 국민은 각각 혐한과 반일로 뭉쳐가고 있어 한일갈등은 풀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것은 이런 국면에서 한일 간 외교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움직임에 나서도록 촉발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판결이라며 국가 간 약속을 어겼다고 항변했다.

우리 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대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한일 정부 간 외교가 살아있다면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한일청구권협정 정신 하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도 도출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일 간 모든 외교라인이 단절된 가운데 미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한일갈등 해결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대미여론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현재와 같은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한일 두 나라 어느 한쪽에게도 이롭지 않고 양쪽 모두에 막대한 손해만 가져온다.

가깝고도 먼나라인 한일 두 나라는 정리해야 할 과거사가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면한 북한 핵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한일 양국은 당장 단절된 외교라인부터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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