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성폭행 피해자들, 또 '꽃뱀' 프레임 가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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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강지환 사건 피해자들 흠집내는 '2차 가해' 확산
피해자들 진술 신빙성 의심하며 "강지환 음해했다"는 주장
"경찰 긴급 체포는 중대한 사안…혐의 소명 상당해야 발동"
소속사는 피해자들 보호 나섰는데…'미투' 이후 '2차 가해'는 더 확산

배우 강지환.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배우 강지환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을 겨냥한 2차 가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지환은 지난 9일 오후 10시 50분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강지환은 이날 오후 자택에서 소속사 여성 직원인 A씨, B씨 등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지환은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 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A씨 등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 전말이 알려지자 의혹의 화살은 피해자인 여직원 두 사람을 향했다. 이들의 신고 과정이 이상하다는 이유였다.

경찰에 따르면 강지환은 소속사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2차로 두 사람과 술자리를 가졌다. A씨는 오후 9시 41분에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2차 술자리였다면 성폭행까지 일어나기에는 너무 시간이 이르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왜 감금을 주장하면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반문까지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만취한 성인남성을 성인여성 2명이 제압하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요지는 두 여성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강지환을 음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꽃뱀' 프레임이 신빙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체포 과정과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따져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먼저 강지환은 통상 영장 발부 후 체포가 아닌 '긴급' 체포를 당했다.

수사기관의 긴급 체포는 범죄의 중대성, 혐의의 충분성, 체포의 필요성, 체포의 긴급성 등 필요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강지환은 이 중 '범죄의 중대성'과 '혐의의 충분성'이 충족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범죄의 중대성'은 사건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경우를, '혐의의 충분성'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긴급 체포는 경찰이 해당 범죄가 가볍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범죄가 긴급, 중대하고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이 되고, 상당성이 있을 때 가능한 사안이다.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긴급 체포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소속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 금품 협박을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속 직원인 두 사람을 언급한 강지환 소속사의 입장문은 피해자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강지환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10일 공식입장을 내고 "피해자 역시 함께 일하던 스태프이자 일원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섣불리 입장을 전하기가 조심스러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대중에 전했다.

물리적 제압 여부에 관해서는 이미 강지환이 체포 당시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경찰 측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간접신고나 술자리 시간 등에도 통상적인 상식을 절대 원칙처럼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법조계 인사는 "피해 여성들은 바로 신고하지 않고 주변 지인들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술자리 시간 역시 개인별로, 상황별로 다르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가 아니라고 단정짓거나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찰 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 없는 의혹으로 피해자 주장 신뢰도를 훼손하는 방식의 흠집내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문제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2차 가해가 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범행 내용에 관심을 갖는 것을 넘어 피해 여성을 의심하고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넘어간다. 과도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투' 운동 이후 불만을 가진 일부 남성들의 의심이 더 강화됐고, 이를 확대해 진짜라고 믿어 전파하는 2차 가해 현상이 빈발하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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