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윤·소윤의 '의리'와 '적극적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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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정말 후배 검사를 감싸주려고 적극적 거짓말을 하는 건 미담인가. 정말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칠 것인가. 후보자에게 듣고 싶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미지=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의혹사건과 관련해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후보자의 친한 후배검사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윤석열 후보자와 윤대진 국장은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같은 굵직한 사건 수사를 함께 하면서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왔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각각 '대윤(大尹)', '소윤(小尹)'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윤 후보자가 윤우진 의혹사건 수사에 관여했는지와 함께 경찰 수사를 받던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줬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윤 후보자는 시종일관 이 사건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변호사를 소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문회 막바지에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후배 검찰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언급한 2012년 당시 언론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논란이 불거졌다.

이 파일에는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서장을 한번 만나봐라 했다.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는 문자를 (윤 서장에게) 보내라고 했다"는 윤 후보자의 육성녹음이 담겨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당시) 윤대진 과장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기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 검찰국장 등도 윤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섰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연합뉴스)

 

윤 국장은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고 했고 논란의 중심에 선 이남석 변호사도 "당시 윤 국장이 형을 만나 이야기 좀 들어봐 달라고 해 한동안 말 상대를 해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와 윤 국장, 이 변호사가 뒤늦게 말을 맞춘게 아니냐는 의심도 일고 있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후보자가 당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은 단순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이 아니라 '적극적 거짓말'이다.

금태섭 의원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과 관련해 "정말 회의가 든다"며 지적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청문회에서 위증논란이 이는 것은 윤 후보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변호사 소개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 해당된다. 그럴 경우 청문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윤 후보자의 발언은 위증한 것이 된다.

하지만 2012년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이 거짓이라면 위증논란은 비켜갈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도 이같은 입장에서 "위증 문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윤 후보자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총장 적임자'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청문회에서 위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총장으로서의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윤 후보자가 2012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거짓말이 금 의원 지적처럼 ‘미담’이 될 정도로 당연시되고 있는 풍토이다.

"청문회 이후 다수의 검사들이 기자들에게 '후배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럼 그때 윤대진이 소개해줬다고 했어야 하나'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미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불리한 위치에 선다면서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특히 그것이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검찰에서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같은 조직원 사이에서는 의리일 수 있지만 조폭 수준의 의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윤 후보자는 과거 정권에서 수사외압에 굴하지 않은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잘 이끌어 갈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윤 후보자 자신도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검찰의 주인이자 의뢰인인 국민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이 적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짓말과 조폭 수준의 의리가 기초에 깔려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나 믿음은 자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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