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역만리 한국에서 이주여성들이 기댈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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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36)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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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베트남 부인의 영상은 끔찍하고 잔혹하다.

이런 일을 예상해 촬영을 준비해 놓았을 만큼 남편의 폭력은 일상적이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경찰의 영장청구로 남편과 아내는 격리됐지만,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남편이 이 여성에게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은 백만 명이고, 그 가운데 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이 13만명을 넘었다.

정든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낯설고 물선 곳으로 건너온 외국인 신부가 기댈 곳은 오직 남편뿐이다.

그런데 그런 여성들 가운데 40%가 남편의 폭력을 경험했다면, 한국사회는 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곳인가.

심지어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결혼이주여성이 21명에 이른다.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유난히 강하고, 폐쇄적인 농경사회를 유지해온 우리에게 외국인들은 낯설고 꺼려지는 존재다.


외국인 체류자가 240만명에 육박하면서 이들을 낯설어하는 정서는 많이 완화됐지만, 이른 바 잘사는 국가와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 그리고 피부색깔에 대한 차별의식은 여전하다.

이런 차별적인 정서는 법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초빙한 외국인 아내에 대해 남편이 갖고 있는 권한은 절대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내의 체류자격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했고, 한국국적을 취득하려면 여전히 남편이 보증해 줘야 한다.

이혼을 했을 경우에도 외국인아내에게 양육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권력관계를 악용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부터 보호할 울타리마저 변변히 없는 곳이 이주여성들이 시집온 한국사회다.

이런 불평등한 관계가 유지되고, 폭력과 학대가 방치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의 폭력사실이 베트남까지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도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어렵사리 쌓아놓은 한국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현지 민심이 심상치 않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베트남 치안총수에 유감을 표시할 정도로 이번 폭력사태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장이 커진 만큼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가 생겼다.

가벼운 처벌 뒤 그대로 반복되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과 격리방안, 쉼터 마련등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주여성이 남편과의 종속적인 관계를 벗어나 동등한 상태에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주여성은 외국인이 아니라, 내 가족과 결혼한 식구이자 어엿한 우리 이웃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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