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여름밤, 박효신이 건넨 따뜻한 위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그러니까, 제가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은 외로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KSPO DOME(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박효신 라이브 2019 러버스 : 웨얼 이즈 유어 러브?'(LIVE 2019 LOVERS : where is your love?) 공연 말미, 박효신이 미발표곡인 '브이'(V)를 열창한 뒤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꺼낸 말이다.

"어느 날 하늘에 있는 새무리를 보면서 앞에 있는 새는 나, 따라오는 새들은 우리 같다고 느꼈어요. 날개를 펼치고 어딘가를 보고 있는 새를 보면서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 '한숨 돌리고 있는 걸까' 하다가 우리의 삶이 떠올랐고요.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게 새들과 비슷하다고도 느꼈죠. 그런 생각을 하다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의미를 담은 곡인 '브이'를 만들어 봤어요"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뮤지션이 아니었다.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국내 최고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가수다운 폭발적인 성량과 감미로운 음색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박효신이 끊임없이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했다는 점이다. 방식은 다양했다. 박효신은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로, 느릿느릿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로, 단편 영화를 연상케 하는 브릿지 영상으로 공연 내내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그리고 그렇게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니니 힘을 내자고 관객과 함께 되뇌었다.

박효신은 1999년 1집 '해줄 수 없는 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데뷔하자마자 '완성형 보컬'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른바 '소몰이 창법'으로 불린 스타일 때문인지 호불호가 갈렸다. 이날 박효신은 "한때 음악적 고민이 많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싶었고, 준비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 같았다. '노래는 잘하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음악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곡은 '눈의 꽃'(2004)과 '야생화'(2014)라고 했다. '눈의 꽃'이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새로운 길을 찾게 해준 곡이라면, '야생화'가 바로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뮤지션으로 방향성을 잡게 해 준 곡이다.

"그 노래('야생화')로 처음 인사드릴 땐 나만의, 혼자만의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어서 노래를 낸 뒤 일주일 동안 작업실로 쓰던 작은 오피스텔에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많은 사람들이 아닌 척하면서 힘들 게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 이후 팬레터의 내용이 달라졌고요. 제 음악이 변화하는 데 있어서도 영향이 적지 않았고요. '야생화'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준 곡이에요"

 

박효신의 콘서트 개최는 3년여 만이다. 그는 "3년 전 7집을 발매했을 땐 꿈을 꾸는 것에 대해 얘기했고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젠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겠단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갑고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따뜻함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이번 콘서트를 준비해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콘서트에선 박효신의 그런 고민과 노력이 엿볼 수 있었다. 박효신은 코러스, 라이브세션, 오케스트라와 함께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줬고, 360도 원형 무대와 이동식 무대, '따로 또 같이' 활용할 수 있는 9개의 스크린, 화려한 레이저 조명, 중앙 통제에 따라 색이 변하는 LED 팔찌 등을 준비해 보는 재미까지 살렸다. 박효신은 "무대 시안만 20번 넘게 바꿨다" "국내에 있는 것들(장비들) 여기 다 가져왔다"고 언급하며 공연 연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정된 시간보다 15분여 늦은 오후 6시 15분쯤 시작된 공연은 밤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날 박효신이 준비한 곡은 총 19곡. 박효신은 최근 발표한 신곡 '연인'(戀人)을 비롯해 '별 시'(別 時), '바람이 부네요', '겨울소리', '굿바이'(Goodbye) 등의 라이브 무대를 첫 공개했으며, 경쾌한 록 사운드가 인상적인 미발표곡 '앨리스'(Alice)와 '브이' 무대까지 공개하며 향후 발매될 신보를 더욱 기대케 했다.

곡 사이사이마다 텀이 있어 러닝타임이 꽤 길었지만 1만 5천 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앨리스', '더 캐슬 오브 졸타'(The Castle Of Zoltar), '브이'로 이어진 구간에서는 1, 2층에 있는 관객까지 일어나 공연을 즐기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남성 팬의 비율이 높았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서 "형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와 박효신과 관객을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총 6회, 11만여 명 규모로 열리는데, 4회차였던 이날 공연에선 손목에 3~4개의 LED 팔찌를 두른, 즉 재관람을 하러 온 관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은 공연 셋리스트

1. 연인
2. Shine your light
3. Wonderland
4. HAPPY TOGETHER
5. 별 시
6. I'm your friend
7. 바람이 부네요
8. The Dreamer
9. 1991 年 , 찬바람이 불던 밤
10. 눈의 꽃
11. 야생화
12. 겨울소리
13. Alice
14. The Castle Of Zoltar
15. V
16. Goodbye
17. Home
18. Gift
19. 연인 reprise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