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반일감정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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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한령과 차원 다른 노골적 경제침략에 국민감정 악화는 당연
일부 야당·전문가는 우려…반중감정엔 침묵, 반일감정엔 히스테리
정작 국민은 '차가운 분노'…일회성 화풀이 보다 '극일' 에너지 비축

(일러스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대체 저건 뭐냐"며 감탄했다는 반도체 산업시설을 콕 집어 일본은 경제보복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뜬지 하루 만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한국 정도는 쉽게 찍어 누를 수 있다는 오만한 지역패권 놀음, 코스프레다.

여야 구분 없이 온 국민이 공분했던 중국의 사드 보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경제의 급소를 가격한 일본의 조치는 중국의 한한령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해방 이후 일본의 가장 야비하고 노골적인 경제침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일감정이 싹 트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일부 보수 야당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반일감정을 문제 삼다 못해 마치 죄악시하는 것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는 7일 "우리 정부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과 대책보다는 반일감정에 우선 호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은 그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야당 탄압을 위한 적폐청산 명분으로 반일감정을 교묘히 이용한다고 주장해왔다.

과연 그런가? 정부가 반일감정 해소에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를 이용했다는 할 근거는 찾기 힘들다.

정작 반일감정을 내치에 이용했던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다. 외부 위협을 과장해 내부 실정을 덮으려 했던 반일·반공 관제데모 말이다.

"천년이 가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변함이 없다"고 강경발언을 늘어놓다 졸속 위안부 합의를 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 독도 전격 방문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시킨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또 어떤가?

사실 현 정부는 북핵 해결에 매달리다 보니 다른 문제는 등한시 했을지언정 '이용'할 깜냥이 못 됐다. 경제보복을 위해 대북제재 위반이란 가짜뉴스까지 만드는 아베 내각이야 말로 그 최고봉이다.

반중감정에는 별 말이 없다가 반일감정에는 유독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일각의 행태도 참 요상하다.

이런 경향은 일부 여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화가 치밀어도 참으라는 건지, 화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인지 부터가 아리송하다.

좋게 해석하면,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자칫 아베 정권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분 같아서야 끝장대결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객관적 국력의 차이가 여전히 크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불만이 많은 판에 굳이 전선을 넓히는 것도 꼭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하고 침착한 게 일본의 국민성이다.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로 이중 대응하는 그들의 내공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역량도 더 이상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대혼돈 사태에서도 지극히 이성적으로 촛불혁명을 완수한 주체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미 몇 차례는 일어났을 법한 일본대사관 앞 시위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게 요즘 세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하나 아직까지는 별 피해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반일감정이 옅어진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국민 의식이 전과는 크게 달라졌음이 분명하다.

진정 국익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반일감정 자체를 탓할 게 아니라 성숙한 방향으로 길을 터주는 게 그들의 몫이다.

과거의 관제데모처럼 일회성 화풀이에 그칠 게 아니라, 차제에 '차가운 분노'로 응축해 오래토록 '극일' 에너지로 사용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소재·부품산업이 만년 대일적자를 못 벗어난 것은 능력보다 의지의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일을 '기술 독립'을 위한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는다면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할 수 있다.

현 시점 정치의 역할은 영화 '명량'의 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것이다. 뜨거운 감성 없이 차가운 이성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치인은 자신의 반일 감수성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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