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日경제보복, '친일3인방'에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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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국면에서 박근혜·양승태·윤병세의 친일행적 복기필요

(왼쪽부터)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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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 일본에 동조한 박근혜정부 고위 관료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공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뒤엎으려 하는 등 책임을 미루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래 이 소송은 2005년 2월 처음 제기된 뒤 1,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2013년 7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으나 판결에 불복한 신일본제철이 재상고하면서 다시 5년이 지나 원고 승소 판결로 확정된 것이다.

재상고 사건을 원심대로 확정판결하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구속기소)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구속기소)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 전직 고위 관료들의 국정·사법농단이 있었다.

◇박정희 지키려고 법원 판결 뒤집으려 한 박근혜

검찰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대법원이 2012년 5월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이명박정부는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외교통상부 입장 표명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개인청구권이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한다고 봤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친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주도한 당사자라는 점을 의식해 대법원 파기환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상고심에서 결론을 번복해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바꿨다. 선친의 성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하면서 재상고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2013년 12월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황교안 법무부장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1차소인수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병세 장관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참석자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만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기춘 실장은 2014년 11월 2차 소인수회의를 주재했고, 윤병세 장관은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거듭 개진했다. 2차 소인수회의에는 차한성 처장의 후임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재상고심에서는 대법원을 상대로 외교적 문제점을 설명하고 최대한 신중한 판결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2013년 9월 청와대에 보고했다. 동시에 재상고심 판결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해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요청을 여러 차례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판결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결론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26일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 정부 의견을 분명하게 조속히 보내라. 망신 안 되도록, 세계 속의 한국을 유념해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하라"는 취지로 외교부에 지시했다.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5월 13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확정되는 것이 망신일 수 있다는 의미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틀 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 인해 국내 여론이 악화됐으나 박 전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5월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고 외교부에 거듭 지시했다.

◇재판 지연하려고 없는 제도 만들어낸 양승태 사법부

서초동 대법원 청사(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전 원장의 대법원은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우선 양 전 원장은 2013년 3월 일본기업의 소송을 대리한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만나 "전원합의체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적정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3년 9월 재상고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돼서는 안된다며 대책을 검토해보라고 법원행정처에 지시했다. 원래 2012년 대법원 판결은 해당 소부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했고, 파기환송 뒤 항소심을 거치는 동안 새롭게 나타난 사실관계가 없어 심리불속행 또는 상고기각으로 종결될 사안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에서 정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2013년 10월 민사소송법 또는 민사소송규칙 개정을 통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의 입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민사소송법 개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에 따라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2015년 1월 '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배제한 채 피고인 일본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외교부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을 개정한 것인데 재상고 사건이 2013년 8~9월 대법원에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1년 이상 지연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임종헌 전 차장은 외교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소심하게 처신한다며 의견서를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아울러 양승태 전 원장은 외교부가 일본기업에 유리한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면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등 일본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김앤장 변호사에게 최소한 네 차례에 걸쳐 확인해줬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2016년 11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여기서 2014년 6월 재상고사건의 주심 대법관으로 지정된 김용덕 전 대법관은 의견서 제출 절차가 시작되는 2016년 9월까지 약 2년 3개월 동안 재상고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

양승태 전 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에서 박근혜정부에 적극 협력한 것은 상고법원 도입이 배경이었다. 상고법원 도입 입법을 지원해주면 장제징용 사건에서 청와대와 외교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양 전 원장의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2015년 4월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접촉했다. 상고법원과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을 바꾸자고 청와대와 거래를 한 것이었다.


◇전직 日대사와 대법원 판결 뒤집자고 논의한 윤병세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이었던 윤 전 장관은 2013년 1월 한국을 방문한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청구기각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일본기업의 소송을 대리한 김앤장의 고문이었던 윤 전 장관은 두 달 뒤 박근혜정부의 외교부장관으로 발탁됐다.

박근혜정부의 의사를 확인한 김앤장은 대법원 판결 번복을 위해 법적 대응 뿐 아니라 청와대와 외교부, 대법원을 상대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와 법관 등이 참가하는 징용사건대응팀으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양승태 대법원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이른바 로비의 대상이었다. 이들을 비공식적으로 수시로 접촉해 재상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대응팀의 임무였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15년 6월 전현직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접견하고 대법원 판결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 사법부, 외교부, 징용사건대응팀이 한 몸처럼 움직였지만 대법원 선고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 재상고심에서 상고기각 판결로 사건을 확정했다.

이르면 2013년에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결론날 수 있었던 사건이 2018년에야 확정된 것은 이처럼 박근혜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지연 배경으로 "양승태 코트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었던 것은 당시 박근혜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 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을 거론했다. 강 부장판사가 틀렸다. 박근혜정부는 외교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뒤엎으려고 했고, 양승태 전 원장은 여기에 적극 부응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책임을 묻는 일부 언론도 옳지 않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대응은 문재인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강제징용 피해자도 모르는 재판거래를 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음 정부에 폭탄을 떠넘긴 박근혜정부와 양승태 사법부, 전직 친일 관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아예 거부하고 있고, 양승태 전 원장은 검찰의 공소장을 "한 편의 소설"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병세 전 장관은 소인수회의 참석을 겨우 인정할 뿐 무슨 내용을 논의했는지 대해서는 "기억 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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