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 '돌연변이 대격돌' 고정관념 전복…시스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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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돌연변이 대격돌(Mutant Blast)'/페르난도 알리(2018)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금지구역' 프로그램

영화 '돌연변이 대격돌'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돌연변이 대격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좀비와 돌연변이가 난무하는 B급 코미디. 그것도 '트로마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면 어떤 '기대'라는 걸 품어도 된다는 의미 아닐까. 기존 체계에 대한 전복과 신랄한 비판을 피 튀기는 B급 감성으로 풀어낼 거란 기대 말이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금지구역' 프로그램 중 하나로 상영된 페르난도 알리 감독의 '돌연변이 대격돌'은 신체가 잘리고 파헤쳐지고 피가 난무하는 하드코어 B급 공포 코미디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 중 하나는 '돌연변이 대격돌'이 '엽기 영화공장'으로 불리는 미국 독립영화의 명가 '트로마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라는 점이다. 트로마 스튜디오는 저예산으로 조롱과 풍자 가득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가득한 B급 영화를 선보이는 곳이다.

그런 만큼 '돌연변이 대격돌'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높은 완성도와 자본의 스케일을 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악하다고 할 정도의 장면과 연출,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영화 전반에 담겨 있다. 그러나 화려한 스케일 대신 B급 영화다운 조악한 상상력이 사회의 지배적인 체제나 이슈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돌연변이 대격돌'의 황당무계함은 일상성과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시스템을 희화화해 비판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피가 난무하는 속에서도 때아닌 웃음이 터지는 이유는 영화가 가진 이른바 'B급' 정서와 우리의 지배적인 인식의 허점을 찌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돌연변이 대격돌'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어울리는 영화라 볼 수 있다.

영화 중간 돌연변이들과 초인병사의 액션 신에서 보이는 긴박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B급 정서 가득한 장면과 이에 걸맞지 않은 주류의문화인 웅장한 오페라 사운드의 이질적인 조합은 이상한 긴장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정관념에 대한 전복 시도는, 당연히 사람의 '돌연변이'일 거라 생각한 '바닷가재'가 원래부터 '바닷가재'였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이 웃음은 '반전'에 대한 웃음이다. 웃음을 터트리는 반전이 가리키는 지점에는 '당연히 인간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다.

그런 '바닷가재'는 돌연변이 인간에게 인간은 파괴하는 존재이며, 파괴한 것을 다시 되돌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은 '귀여운 것'은 보호하려 하지만 '귀여운 것' 외의 존재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귀여운' 돌고래는 보호 대상이지만, 일반적인 '귀여운'의 범주에서 벗어난 '바닷가재'는 인간에게 그저 '먹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바닷가재에게 돌고래는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잡아먹는 '나쁜 새끼'일 뿐이다.

이 같은 지점에서 인간을 향한 바닷가재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 이전 바닷가재라는 존재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에 대한 '반전' 그 자체가 된다.

영화 '돌연변이 대격돌'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또한 영화는 사회 관료 시스템의 병폐를 희화화하며 짚고 넘어간다. 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좀비'라 불리는 생체 실험의 실패물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의 살과 내장을 먹게 된 것, 그리고 그러한 생체 실험의 결과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반 폭탄이 아닌 '핵폭탄'을 투하해 돌연변이를 만들게 된 원인은 '정부'에 있다.

영화에서 정부 관료는 시스템의 오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탁상공론을 통해 잘못된 해결 방식을 선택한다. 그리고 잘잘못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책임 의식의 부재, 민간인의 피해보다는 정부 정책의 실패를 덮기 급급한 모습 등을 보인다. 이러한 관료 시스템의 병폐를 드러내는 과정은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그리고 결국 관료들이 만들어 낸 시스템의 오류는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모습은 현실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런 현실의 부조리를 '돌연변이 대격돌'에서 극단의 상황 설정과 인물의 희화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현실을 비틀어 꼬집으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돌연변이 대격돌'은 어설픔을 넘어 조악하다. 뜬금없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난해하기도 하다. 잘 다듬어지고 짜임새 있는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에게는 선뜻 다가서기 힘든 영화일 수 있다. 그러나 저예산의 한계를 B급 정서를 품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리고 B급 감성으로 사회를 어떻게 전복하고 희화화하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손을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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