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중독자일까?…WHO 진단 테스트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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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체계(ICD-11)에 포함시키면서 국내외에 이를 환영하는 입장과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미국 비디오게임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를 비롯해 유럽과 한국 등 각국 게임업계 단체들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게임 시장을 옥죄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WHO 게임이용장애 논란…통제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

게임사에서는 소니가 "게임 과몰입이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총괄 필 스펜서 부사장은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 행사에서 "이 쇼에 뜨거운 관심이 몰리는 동안 게임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취미인지 게임 업계 리더들이 전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WHO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은 명확한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 되지 않았으며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게임 행동(디지털 게임 또는 비디오 게임) 패턴"을 게임이용장애라고 정의했을 뿐, 정부나 의료계가 이를 진단 할 '진단 가이드'는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게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반면, WHO의 정신건강 전문가인 쉐카르 삭세나 박사는 "소수의 게임 이용자만이 중독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실제 게임 중독에 빠진 경우 치료가 필요한데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D는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나 정책입안자가 공공보건 정책에 있어서 치료 또는 개입을 필요로 하는 방법, 게임 산업 전체를 보는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 질환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SNS와 스마트폰 중독 논란이 일자 애플과 구글 등 IT 기업들이 사용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제어 기능을 제공한 것 처럼 게임업계도 정부나 기관 주도가 아닌 게임업계 자발적으로 건전한 게임 이용을 위한 게임 통제 기능을 자녀가 있는 부모, 성인 이용자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게임이용장애 자가 진단 테스트…나는 중독일까?

이런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국제 심리학 공동연구팀이 WHO가 정한 기준에 맞춰 게임이용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테스트를 최초로 개발했다. 참여자의 게임이용 습관이 다른 이용자와 어떻게 비교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테스트는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 체계에 따른 게임장애 측정 및 개념화: 게임장애 테스트(GDT)의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국제정신건강및중독학회(IJMHA) 저널에 게재된 논문(http://bitly.kr/cutsIo)에 수록됐다. 이 논문은 WHO 기준을 이용한 최초의 게임이용장애 진단 연구다.

연구팀은 게임이용장애(GD)에 대한 이전의 연구는 비표준 측정 방식으로 주로 방법론적 또는 개념적 장애를 강조해왔다면서 WHO가 정의한 개념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한 타당하고 신뢰할 수있는 표준화된 심리 측정 도구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지난 12개월 내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 236명(남성 47%, 평균연령 19.22세, SD= 1.57)과 영국인 324명(남성 49.4 %, 평균연령 26.74세, SD= 7.88)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를 담았다.

국제정신건강및 중독학회(IJMHA) 저널에 게재된 '세계보건기구 체계에 따른 게임장애 측정 및 개념화: 게임장애 테스트(GDT)의 개발' 논문은 WHO 게임이용장애(GD) 9가지 기준으로 만든 게임이용장애 테스트(GDT)를 만들어 게임 이용자의 장애 정도를 진단하는 표준 진단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진단 결과를 공개했다. (출처=IJMHA)

 

게임이용장애 진단 온라인 테스트. WHO의 9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응답자의 6.4%는 "게임 이용으로 인해 심각한 삶의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중국인보다 영국인에게서 우울증, 외로움 및 중증도(게임이용장애 증상)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하지만 게임이용장애 장체는 두 그룹 모두에게서 똑같이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7일) 동안 12시간 게임을 이용했으며 그 중 절반이 주말에 집중됐다.

테스트 참가자의 약 절반을 차지한 여성들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이용장애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외로움과 우울한 증상 모두 게임과 강하게 관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선임연구원인 브루노 쉬빈스키(Bruno Schivinski) 박사는 "이 테스트가 공식적인 진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자가 전문적인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WHO 기준에 맞췄다"며 "게임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거나 게임이용장애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법"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활용된 게임이용장애 테스트(GDT)는 누구나 직접 참여해 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다. 연구팀이 개설한 '내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하나?(do i play video games too much?)'라는 제목의 연구용 사이트에서 테스트 가능하다.

▶게임이용장애 온라인 진단 테스트: do-i-play-too-much-videogames.com

 

게임이용장애 여부를 진단 받으려면 WHO가 제시한 9개 영역의 기준에 맞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만 16세 이상 본인, 또는 보호자와 함께 만 16세 미만 12세 이상의 연령자 본인이 답해야 하며 내용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기준은 9가지다. △게임에 대한 집착 △게임을 못할 때 금단증상 △게임하는 시간이 지속적 증가 △게임을 통제하려는 시도 실패 △게임으로 인한 이전의 취미·오락에 대한 관심 상실 △심리사회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과도한 게임 이용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대해 가족이나 상담사에게 거짓말한 적이 있는 경우 △무기력함, 죄책감, 짜증 등 부정적인 상황을 해소하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경우 △게임때문에 중요한 사화관계, 직장, 학업 등을 위태롭게 하거나 잃은 경우

WHO와 연구팀에 따르면 이중 5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치료가 필요한 게임이용장애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브루노 쉬빈스키 박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진단 테스트해 참여해 연구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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