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약물치료가 유일?…전문가 "사회·심리지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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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심리상담 센터와 직업 재활시설 확충 등 필요 '제기'
치우친 조현병 대책…선진국은 1970년대부터 '탈 병원'
정부 "무게중심 의료에서 복지영역으로 옮겨가야" 공감

배정규 박사는 조현병을 다루는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며 강의와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재은심리상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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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사건·사고로 조현병을 앓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약물치료나 입원 등 의료중심에 머물러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교에서 24년 동안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배정규 박사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대구에서 조현병 전문 상담 시설인 '재은심리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교직에 있을 때부터 정신 장애를 가진 이들을 자문·지원한 배 박사는 많은 이들이 정보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가족과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전문 심리상담 센터를 열었다.

배 박사는 "현재 우리 사회는 조현병을 그저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시작은 뇌 질환이지만, 뇌 질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청과 망각 등 증상을 동반하면서 결국 사회생활은 물론 자신의 삶이 '붕괴'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삶이 붕괴된 상황에서 약물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는 논리는 안일한 접근"이라며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현병을 앓는 이들도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 출발점은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게 배 박사의 설명이다.

배 박사는 심리상담과 함께 강의,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완치한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강원도에서부터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이 상담센터를 찾는 이유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쉽게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드러내고 동시에 위로도 받는다. 유튜브에도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통계조차 없어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심리상담 센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직업 재활시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적 자립이 없으면 온전한 사회 복귀가 힘든 탓이다.

정신장애인인권연대 KAMI 권오용 사무총장은 "평생 병원에 있을 게 아니라면 결국 조현병을 앓는 이들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그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전문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권 사무총장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벌써 1970년대부터 의료적 접근만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 병원'을 추진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약물치료나 정신병원 증원 등 의료 중심으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업 재활시설은 전국에 11곳 정도뿐이다. 직업 재활시설은 단순히 직업능력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적응방법까지 도움을 줘 더욱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현병을 극복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조현병을 앓는 이들을 직접 상담하는 '동료지원가' 서비스 역시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상담하는 당사자들은 덕분에 일자리를 얻게 되고, 조현병을 앓는 이들은 비슷한 질환을 경험했던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현병과 관련한 대책이 의료 쪽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치료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니 그동안 의료기관이 중심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영역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며 "주민의식 개선과 함께 부족한 사회시설을 차근차근 확충해 나가 조현병을 앓는 이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지자체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이 시설로 모든 것을 다 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직업 재활시설 구축, 심리상담 인력 양성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이라며 "앞으로의 무게중심은 의료에서 복지영역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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