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1년] 해외 관광 버릇 못 고친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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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방의회 국외연수 살펴보니
그랜드캐니언 등 패키지 관광일정
벤치마킹한다더니 관련 조례 없어
심사위원회 의원 참여 '셀프 심사'
짜깁기한 보고서, 줄줄 세는 혈세

지난해 9월 2일부터 11일까지 북유럽으로 국외연수에 나선 익산시의원, 체코 프라하성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익산시의회 제공)
지난해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다르다"며 적폐와의 결별을 약속했다. 한데 외유성 국외연수나 저조한 입법 활동 실적면에서 상당수는 여전히 선배 의원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었다. CBS노컷뉴스가 전북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걸어온 1년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해외 관광 버릇 못 고친 의원들

◇외유 연수도 '내로남불'

지난해 12월 김제시청 행정감사에서는 공무원 국외연수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 시의원은 "국외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로 보여달라"고 충고했다.

'내로남불'이었다. 김제시의원 12명이 지난해 10월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복지시설 운영 실태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국외연수였다.

핀란드 노인요양시설과 스톡홀롬 시립양로원을 둘러보고 크루즈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본다며 배에 올랐다. 오슬로 시청사와 모스크바 시의회 앞에서도 사진을 남겼다.

국외연수 결과 보고서엔 "선진국 사례를 김제시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지난해 10월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로 국외연수 다녀온 김제시의원 12명이 남긴 결과보고서엔 '선진국 복지 모델을 김제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적혀 있다. (사진= 송승민 수습기자)


국외연수 성과를 보이라며 공무원을 몰아치던 의원들은 정작 관련 조례를 단 1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가 국외연수를 다녀온 전북도의회와 14개 시·군의회 국외연수 계획서를 들여다본 결과 상당수가 사정이 비슷했다.

지난해 미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난 고창군의원 6명은 미국 그랜드캐니언과 라스베가스 등 여행사 패키지 일정과 비슷한 코스를 둘러봤다.

지난해 이탈리아와 스위스,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한 전주시의원 30명은 시정과 연관성을 찾기 힘든 산악열차 관리청과 베니스 항구, 마오리 민속촌, 양털 깎이 쇼를 하는 아그로돔 생태농장 등을 찾았다.

지난해 미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난 고창군의원 6명은 미국 그랜드캐니언과 라스베가스 등을 둘러봤다. (사진= 고창군의회 제공)


◇셀프 심사로 '눈 가리고 아웅'

심사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남원시의회 사무국은 시의원 7명의 국외연수 일정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현직 시의원 2명을 비롯해 시의회 전문위원, 관광협의회 관계자, 상하수도관 제조업체 대표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을 맡은 시의원은 비행기 이동 시간이나 현지 기후, 상가 문 닫는 시간, 공중 급유 등 전문성이 부족한 질의를 하다 원안대로 가결을 선포했다.

지난해 9월 남원시의회 국외연수를 앞두고 열린 국외여행심사위원회 회의록 일부. (사진=남원시의회)


외유성 국외연수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심사위원회가 지방의원이 참석하면서 '셀프 심사'로 변질됐다.

심사위에 참여하는 사무국 직원이나 지역 시민 단체 관계자가 의원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데다 연수를 코앞에 두고 심사위를 열다 보니 잘못된 계획도 변경하기 어렵다.

반면 경북 예천군의원들의 가이드폭행으로 국민적 비판 여론이 고조된 지난해, 서울시의회는 국외연수 자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특히 교통위원회의 미국 동부 3개 도시 교통 분야 시찰 계획까지 무산시킨 외부인사 중심의 공무국외활동 심사위원회가 두드러진다.

◇짜깁기한 보고서, 남는 것도 없어

그러나 전북은 국외연수 보고서도 짜깁기한 수준이었다. 의원 1인당 250만원 안팎의 혈세가 들어가는데, 보고서로 남길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역사와 현황 등이 빼곡한 것은 다반사였다.


임실군의원 13명은 지난해 8월 28일부터 7박 9일간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로 국외연수를 다녀온 뒤 결과보고서를 냈는데, 스톡홀롬 시청을 시사하는 대목은 '2016년 전라북도 예산담당공무원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고스란히 짜깁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실군의원 13명이 지난해 8월 28일부터 7박 9일간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로 국외연수를 다녀온 뒤 낸 결과보고서(왼쪽)와 2016년 전라북도 예산담당공무원 국외연수 결과보고서(오른쪽).


이 와중에 전주시의회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외연수가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채연하 예산감시국장은 "외유성 논란이 매년 관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건 지방의회가 의회사무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외연수 계획을 까다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와 함께 결과보고서와 보고회 내용도 충실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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