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축구 새 역사 쓰는 원팀, 리틀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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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 칼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활약하는 이강인(아랫줄 가운데)은 2019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이 자신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더 나은 선수가 되어 소속팀으로 돌아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선보였다.(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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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결승 진출인 것으로 아는데 너무 영광이다. 경기 뛴 사람, 안 뛴 사람 모두 '한 팀'이 돼서 가능했다. 처음이라 정말 감격스럽다.”

12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 준결승에서 결승골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결승 티켓을 확정한 최준 선수의 말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결승 진출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었겠지만 실제로 달성되리라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선수들은 소집훈련 때부터 서로 우승을 얘기했지만 그것은 어린 선수들이 꿔볼 수 있는 꿈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정정용호’가 내건 목표는 'AGAIN 1983'이었다.

1983년은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해이다.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역시 FIFA가 주관하는 축구대회로 2007년부터 ‘U-20 월드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AGAIN 1983’은 1983년의 4강 진출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36년 전의 영광을 재현해 4강에 들겠다는 목표도 좀 과분한 것이 아닌가는 얘기도 나왔다.

이번 대표팀에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4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 선수는 월드클래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대 대표팀들도 이번 대표팀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1983년의 영광을 재현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정정용 감독도 선수시절 프로무대나 대표팀을 거치지 않은 철저한 비주류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도자가 아니었다.

이번 축구대표팀에 대해 기대나 관심이 크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리틀 태극전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어렵게 치른 끝에 마침내 한국축구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우승후보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가 속한 죽음의 조를 통과한 뒤 16강, 8강, 4강전 관문을 차례로 통과해 결승전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세네갈과 치른 8강전은 어느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명승부였다.

후반전 추가시간에 한국 팀의 극장골이 터져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전 추가시간에는 세네갈의 극장골로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승부차기에서는 한국 팀이 처음 두 명의 실축으로 패배의 위기에 몰렸으나 3대 2로 기적같이 승리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를 두고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꾸역꾸역팀'"이라고 강조했다.

‘꾸역꾸역팀’이 근성을 발휘하면서 결승까지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준 선수의 말대로 이것은 스태프를 포함한 전 선수단이 ‘한 팀’, ‘원(one)팀’이 돼서 움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강인 등 다른 선수들도 입만 열면 ‘원팀’을 강조하면서 공을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돌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10년 이상 유소년 축구를 전담해오면서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수평적 소통을 하고 줄곧 원팀을 강조해온 정 감독의 리더십이 거둔 성과로 보인다.

원팀이 된 리틀 태극전사들의 잇따른 승전보는 새벽잠을 빼앗아갔지만 극한 분열로 치닫고 있는 국내 사회, 정치현실에 절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줬다.

우리 사회, 정치권도 최소한 북핵이나 미중갈등 등 대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원팀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는 16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원팀이 된 리틀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리틀 태극전사들이 승패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일생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U-20 월드컵 결승전을 맘껏 즐기기를 바란다.

그것은 그 자체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되는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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