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청와대가 오만한가, 한국당이 오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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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말폭탄 속 핵심은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법에 대한 입장차이
한국당, 선거법은 합의처리가 관행...'제1야당 무시' 주장
1988년 선거법 단독처리...패스트트랙은 합의원칙 강화한 제도
다수결 원칙 부정되면 민주주의 작동 안돼...'비토크라시' 우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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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전날 기자회견은) 좌파 폭정이라는 독설과 자기 입맛대로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오만만 가득 찼다"(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청와대 관계자가 '(한국당은) 국민에게 많이 혼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것이 청와대의 야당에 대한 오만과 독선이다" (지난 3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국회가 2달째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서로가 오만하다는 삿대질만 난무하고 있다.

여야는 지금도 서로를 향해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다'며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다.

지금의 꽉 막힌 정국은 누구의 오만 탓일까. 한국당 입장을 중심에 놓고 이 문제를 따져보려 한다.

한국당은 경제 실정 문제,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야당 말을 듣지 않아 중소제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청와대와 정부도 결국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은 분명히 여권에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최저임금에 대해 재벌 등을 중심으로 기득권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물 경제에서 미칠 영향에 대해선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한국당의 주장이 일정부분 합당하다고 할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경제정책 기조를 대기업 중심으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4일 출범시킨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등을 주요 아젠다에 포함시켰다는 점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좇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문제가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한국당에서 말하는 청와대의 '오만'은 다른 데 있다. 바로 패스트르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다.

이 가운데서도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가 민생이고 선거법이 민생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주장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선거법을 놓고 싸우는 것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한국당의 중요한 반발 논리는 선거법은 관행적으로 여야 간 합의처리가 원칙이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 선거법은 여야가 의견을 조율해왔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소선구제는 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8년 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정의당에서 날치기 처리한 사례를 빼면.

선거법은 여야 뿐아니라 국회의원 개개인이 유불리를 계산하는 통에 복잡한 함수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고양이들끼리의 잔치가 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핵심 쟁점은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게 한국당 주장대로 불법이고 비민주적인 행위이냐다.

패스트랙은 '여야 합의 원칙'을 더욱 강화한 제도다.

민주주의 운영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할 때 통상적인 기준은 '과반'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론적으로는 복수의 후보가 출마했을때 '50%+1'만 얻으면 당선이 확정되고, 국회 본회의 법안 통과 기준도 '재적의원 과반 이상 찬성'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6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4건이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의안과에 제출되자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과 의안과에서 철수해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반면 패스트트랙은 재적의원 3/5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 결국 여야 간 합의의 문턱을 더 높인 것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민주적일까. 아니 더 비민주적일까.

패스트트랙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다수의 원칙을 시행하는 것이고, 패스트트랙을 멈춘다면 소수에 대한 배려, 합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만약 패스트트랙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한국당에 대한 입장을 다수(여야 4당)가 수용하고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한국당의 주장이 더 명분이 있고 국민의 뜻에 더 부합한다면, 소수의 주장에 힘이 실릴수 도 있다. 때로는 이것이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하는 '비례성 강화'가 민주주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데는 대부분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민여론도 비례성 강화를 훨씬 많이 지지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이 저마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현안마다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국당에 대해 '비토크라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말한다. 우리말로 하면 '거부 정치'로 해석된다.

어떻게 보면 합의 원칙을 중요시한 국회 제도를 실속있게 이용한 것이고 달리 보면 '소수의 횡포'일 수도 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다수의 입장을 소수가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라며 "소수의 입장을 배려한다고 100% 합의를 요구할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훼손이 걱정된다면 국회가 열리면 여아가 '국민소환제'를 적극 검토해보길 바란다. 국민이 국민대표를 직접 뽑고, 아니다 싶으면 임기를 단축 시킬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오히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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