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김원봉이 불붙인 이념 전쟁…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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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김원봉" 언급에 여야 또다시 격한 정쟁
역사적 평가 엇갈리는 인물 거론은 성급했다는 지적
과대해석하며 대통령 발언 깎아내리려는 野 태도도 문제
논란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가 사라지고 없는 후대에 맡겨야

군복 차림의 약산 김원봉. 해방될 때까지 총과 폭탄을 놓지 않았다.(사진=KBS 다큐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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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습니다. (중략)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

올해로 64회를 맞은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에 들어간 이 몇 문장으로 인해 또 다시 여야의 정쟁의 화약고가 됐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내용의 연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무정부주의와 좌파 독립운동 진영의 독립에 대한 공을 인정함으로써 충분히 그 희생과 수고를 기리자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좌파 진영의 독립운동 공적을 평가하는 대목에 굳이 '김원봉'이라는 이름을 넣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현충일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정한 날이다.

외세에 맞서 독립을 위해 헌신했거나, 한국전쟁에 참전했거나, 우리 군이 파병된 외국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은 누구나 추모를 받아야 마땅하다.

김원봉은 광복을 전후로 사뭇 결이 달라진 행위에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 운동에 기여했지만 광복 후에는 월북, 한국전쟁에 북한군으로 참전해 대한민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기 때문이다.

현충일 행사에 참여한 6·25 참전용사 유가족 입장에서 보자면 배우자와 형제,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북한군의 지도자 중 한 명을 독립에 대한 공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치하하는 것은 가슴이 찢어질 법한 일이다.

김원봉이라는 이름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이를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된 야당과, 자기편을 공격한다고 무조건 방어에만 나서는 여당의 태도 또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 대통령이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나 "한미동맹의 토대"로 치켜세웠다는 보수 야권의 주장은 추념사의 전체적인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맛에 맞춘 논리 비약적 해석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통합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균열을 바라고, 대화를 얘기하지만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려 한다"며 확대해석하기 보다는 추념사가 어떤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미숙한 내용이었음을 지적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며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무공훈장을 준 이승만 정권과, 탈북한 북한의 주체사상 정립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 무궁화장을 추서한 이명박 정권의 과거를 문제 삼았다.

'우리가 김원봉을 평가한 것이 문제라면 당신네들이 과거에 노덕술과 황장엽에게 한 일은 문제가 아니냐'는 식인데 '너희도 잘못을 했으니 우리의 잘못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반박을 하기보다는 왜 김원봉을 언급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한 성찰부터 했어야 한다.

더 큰 우려는 이러한 아직 관계자들이 생존해 있고,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이념 정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출범시켜 건국절 논란을 촉발시켰고, 박근혜 정부도 이를 계승해 2016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건국 68주년"을 언급해 당시 야권의 반발을 샀다.

이들 정부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아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이에 맞선 문재인 정부도 정권을 교체한 직후인 재작년 광복절에서 2019년이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규정하면서 다시 건국절 논란을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

올해 들어서는 여야가 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의 "빨갱이", 5·18 기념식에서의 "독재자의 후예"에 이어 김원봉 언급까지 모든 발언에 대해 정쟁에 나서면서 정작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국경일에 대한 기념은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학자는 현재의 일부이고 역사적 사실은 과거에 속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사실 자체에 대한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그 사실에 대한 후대의 평가에 의해 구성된다는 그의 발언 속에는, 평가 대상인 역사적 사건이 발생 시기로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 직접적인 관계자들의 감정적인 해석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과거'에 속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김원봉 논란에 대해 쏟아진 여야 각 당의 입장들 중에는 유독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의 논평이 눈에 띄었다.

"약산 김원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원봉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오게 되면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파란만장했던 김원봉의 삶을 오늘의 좁은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또는 기록'이라는 '역사' 단어의 의미에 맞게, 그 사실들을 온전히 과거로 받아들일 수 있는 후대의 몫으로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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