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선진국들은 최저임금 차등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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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 발언 팩트체크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승순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벌써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히 올해 경영계에선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언급하며 소상공인 등의 보호를 위해 규모 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4일엔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나와 "현행법으로 업종별 차별화는 가능하지만, 현행법을 고치지 않으면 지역별 차별화나 사업장 규모별‧연령별 (차별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건(최저임금 차등화)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불란서(프랑스), 벨기에, 칠레 등 수많은 선진국이 다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말처럼 최저임금 차등화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선 시행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영국‧프랑스‧칠레는 업종‧지역 차등화 사례 아냐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업종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보긴 어렵다.

이 의원이 말한 선진국 중에도 영국과 프랑스, 칠레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 현황 (자료=각 정부 홈페이지 참고)

세 국가 모두 최저임금은 중앙의 노사정위원회나 정부에서 직접 결정한다.

결정된 최저임금은 지역이나 업종에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프랑스의 경우 매년 정부에서 '스믹'(SMIC)이라는 최저임금을 정해 발표한다. 올해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유로다.

(사진=프랑스 행정부 누리집 화면 캡처)

칠레와 영국은 우리나라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비슷하다. 두 국가 모두 노사 위원이 참석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외에도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체코 등에서도 최저임금은 차등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선 연령이나 숙련도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청년들의 임금을 낮춰 취업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논리로 나이가 어리고, 실무 경험이 적은 청년은 최저임금 감액을 인정한다.

영국은 대학교 졸업 이전인 25세 아래의 노동자와 수습생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25세 이상의 성인은 시간당 8.21파운드를 받지만, 18세 미만은 절반 수준인 4.35파운드를 받는 식이다.

프랑스도 실무 경험이 6개월이 안 되는 18세 미만의 노동자나 수습생에겐 기존 최저임금의 10~20% 정도를 감액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연령별 차등적용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는 당초 23세가 안 되는 청소년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왔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2017년 연령 차등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법안이 통과됐다.

청년 대부분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는 청년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이유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2018년에는 연령 제한 폐지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도 나와 네덜란드의 연령별 차등임금 폐지는 더욱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복지부가 발표한 '청년 최저임금 조정 평가' 보고서에선 "청년들의 최저임금을 조정한다고 해서 청년의 취업률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며 "7월에 있을 청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정부가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 에 참석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노용진 교수가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역별 차등은 주로 지역 자율성 큰 연방제 국가에서

지역이나 특정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맞다.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연방제 국가로, 법과 규제에 있어서도 각 지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연방제의 특성이 최저임금제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자율성을 준다고 해서 국가 차원의 최소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각 주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이 연방정부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일종의 '하한선'을 제시하는 셈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전체 50개 주 중 29개 주와 워싱턴 D.C.에선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플로리다 등을 비롯해 18개 주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미국 또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현재의 미국 연방정부 최저임금은 2009년에 책정됐다.

공화당의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은 무산됐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10.1달러까지 올리려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신년 국정 연설에서 "만약 여러분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일 년에 1만 5천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직접 해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연방제 국가가 아니지만,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최저임금심의회를 열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각 지역 심의회에서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생계유지, 사업의 임금지불능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에선 '특정최저임금'을 두고 있다.

일본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특정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노사가 신청해 설정할 수 있다.

즉, 특정 산업의 최저임금을 감액하자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 아니다.

전남대 법학과 조상균 교수는 논문 '최저임금의 적용 차등화 방안 연구'(2018)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최저임금 도입 주장과 일본의 사례와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최저임금의 적용 차등화 논의는 전국 단일의(보편적)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상정해 논의했을 때만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 지역의 최저임금 인상(958엔)을 알리는 후생노동성 포스터다. 일본 유명 배우 엔도 겐이치 사진 옆에 “최저임금, 확인했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일본 후생노동성 포스터)

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최저임금 차등화는 임금 동결이나 감액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는 아니었으며 동시에 유럽 등에선 연령별 차등을 없애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차등화보단,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정비하고 실질적인 노동자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고려대 법학과 박지순 교수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전국 단위 표준임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같은 업종 안에서도 지급 능력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만들면 기업 입장에서도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젠 국가가 모든 업종의 임금을 정해주는 것보단, 노사의 역량에 맡겨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의 역할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최저임금 공식을 만들고 노사 협상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혜훈 의원 측은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뿐 아니라 연령별 차등화 등 어떤 형태로든 차등화를 하고 있는 나라를 예로 든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로 차등화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논의를 시작하자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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