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피해자' 구하라, 누가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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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구하라, 극단적 선택 시도 전까지 힘든 심경 호소
'폭행' 사건만 자극적으로 부각, '불법 촬영' 피해는 묻혀
"대중 관심도 불가피하지만 사건 본질 벗어난 비난은 심적 피해"
"법적 처분 수위 넘어선 과도한 비난? '걸그룹' 출신 작용했을 것"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끊임없이 왜곡된 시선에 노출됐던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미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힘겨운 심경을 호소하는 등 그 징후가 있었던 탓이다.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 최모씨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구하라는 최씨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씨가 구하라에게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을 한 정황이 드러나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협박을 포함, 최씨는 합의 없이 구하라의 등과 다리 부분을 촬영했고, 구하라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가한 혐의를 받았다. 최씨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폐쇄회로(CC)TV 등 관련 증거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구하라는 최씨의 협박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최씨가 먼저 심한 욕설을 하며 다리로 걷어 찬 것이 사건의 발단으로 참작돼 기소유예에 그쳤다.

구하라가 최씨를 폭행하기까지 과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건 초기부터 비난 여론은 구하라에게 치우쳤다. 일부 언론들도 여자 아이돌 그룹 출신인 구하라와 '폭행'이라는 단어를 선정적으로 배치해 사건을 다룬 보도를 쏟아냈다. 최씨가 주장한 불법 촬영 영상을 빌미로 구하라에 대한 지속적인 비하 발언이나 성희롱 발언들도 넘쳐났다.

구하라는 오는 30일 2차 공판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선택을 했다. 사건 며칠 전부터 구하라는 자신의 SNS에 지친 심경을 대변하는 짧은 글을 여러 개 올렸다. 여기에는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등의 문구가 있었다. 도 넘은 비난에 상처받아 온 내면을 나름대로 표현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불법 촬영의 피해자이기도 한 구하라의 입장은 '폭행'이라는 '자극적' 소재에 엮여 파묻혔다. 구하라를 '비호감'으로 여기는 여론은 점차 사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산됐다. 안검하수 수술을 한 구하라는 지난 4월 악성 댓글을 보다 못해 답변을 남긴 바 있다. 당시 구하라는 SNS에 "저도 하루 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라며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예인에게 쏠리는 대중의 높은 관심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을 넘어 사생활 등까지 확산, 과도하게 침해되면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심적 스트레스를 주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몰고 가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부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유도하기 위해 사건의 중심에 선 연예인의 과거 등 주변적인 이야기를 들춰내고, 그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심적인 피해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사건을 다룬 언론사들의 태도도 지적했다.

구하라가 여성 아이돌 그룹 출신이기에 '기소유예'로 끝난 법적 처분 수위과 무관하게 더 과도한 비난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적 판단보다 더 과도하게 구하라를 비난하는 건 '걸그룹' 출신이라 그런 것도 작용했다고 본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것이 이 같은 비난을 증폭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면서 "남녀 동일하게 폭력을 행사해도 여성이 그렇게 할 때, '어떻게 여자가 그럴 수 있느냐'며 더 심각한 행위로 받아들이거나 엄격한 잣대과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데 그것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하라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현재 SNS 상에서 '#WeAreWithYouHara'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전개하며 구하라를 격려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근절 단체(DSO),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들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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