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다시, 이게 나라냐…국익 팽개친 학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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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상처 내놓고 공익제보 타령…보수 내에서도 비판
학연 매개, 행정기능 이용한 사익편취…최순실 국정농단과 본질상 동일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 유출 사건은 누구보다 보안의식이 투철해야 할 외교관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안 그래도 외교부는 '구겨진 태극기'로 주무과장이 보직 해임되고 주베트남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비리 혐의로 소환되는 등 잇단 기강해이로 도마 위에 올라있던 참이다.

급기야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3급 기밀을 유출하는 범법 행위까지 벌어졌으니 파장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물론 사건의 한 축인 강효상 의원이 속한 자유한국당에선 '공익제보'라고 두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제보'를 통해 지켜질 공익의 정체는 여태 드러나지 않았고 국익만 상처를 입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해버렸으니 한국 외교는 졸지에 손가락질을 당해도 싼 처지가 됐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같은 보수 인사마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고 맹비난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건의 또 다른 축인 외교부는 그야 말로 유구무언인 채로 뼈를 깎는 쇄신이 불가피해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물론 강경화 장관도 문책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강 장관은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리더십도 되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전대미문의 기강해이로 규정하고 장관까지 책임을 지운다손 쳐도 사안의 중대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있다.

이 사건은 공공 기능을 이용한 사익 편취라는 점에서 최순실 국정농단과 본질적으로 같다.

강 의원은 고교 및 대학 후배인 K참사관에게 3급 기밀을 요구했고, K씨는 별 주저함 없이 응한 것으로 보인다. 학맥으로 엮인 '끼리끼리' 문화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과 세금으로 양성된 외교관이 공적 경로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은폐하고 사적인 '비선' 라인을 통해 기밀 정보를 교환한 것이다.

만약 일반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K씨와 연줄이 없는 국회의원이 국감자료로 제출을 요구했다면 K씨 반응이 어땠을까?

강 의원과 K씨 간 부당거래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아마 영화에서처럼 즉각적인 보상이 오가는 천박한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조차 서로 믿고 발설할 수 있는 폐쇄적 관계,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끈한 학연이었기에 보다 큰 틀의 암묵적 거래가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 경찰 청룡봉사상 특진 폐지 국민청원에서도 그 매커니즘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가 수상자로 선정하면 1계급 특진시키는 제도다. 민간 언론사가 사실상 경찰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장자연 사건 조사단'이 만장일치로 폐지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강 의원은 이 청룡봉사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적폐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계기다.

학교 선배의 부탁이 공직윤리보다 중요한 공무원이 존재하는 한 최순실 국정농단의 아류 씨앗들은 앞으로도 계속 뿌려지고 싹 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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