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절망하는 목사님, 이 영화 보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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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의 칼럼]

 

지난 주 서울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2년 만에 가장 더운 5월을 기록했다. 광주는 낮 기온이 31도까지 치솟으며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7-8월에나 있을 폭염특보가 5월 중순에 발령되는 것은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는 명징한 변화다.

그런데도 정부, 국회, 기상청은 물론 시민들 모두 심각하지 않다. 5월 폭염의 원인이 '한반도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과 청명한 하늘 때문'이라는 기상청의 어이없는 분석을 듣고도 화낼 줄 모른다. 삼복더위에 불어야할 뜨거운 바람이 왜 5월에 부는 것이냐고? 그것이 궁금한데, 기상청은 '뜨거운 바람이 한반도로 불어와서 기온이 올라갔다'는 초딩들도 알 수 있는 상식을 원인이라고 발표한다. 하긴 상식 같은 그 신비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청명한 하늘은 누가 만드는 것인지도 마찬가지……

지난달 국내 개봉된 영화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는 이런 수수께끼를 건드리는 문제작이다. 환경과 교회 그리고 부의 문제를 다룬 주제와 소재도 민감하다. 영화의 공간은 교회가 중심이지만 지구를 파멸로 내모는 환경파괴가 촉매가 된다. 환경파괴와 교회는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전의 앞뒤처럼 하나다. 교회는 창조주가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찬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는 자연을 파괴해서 얻은 대기업의 부를 정당화하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부를 쫓으며 누리고 있다. 이것이 영화 '퍼스트 리폼드'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다.

줄거리는 흥미진진하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 담임목사인 툴러(에단 호크)는 이 교회 신도인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남편 마이클과 상담한다. 환경운동가인 마이클은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낳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태어날 아이가 33살이 되는 2050년이 되면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며 불안해한다.

그때가 되면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3도나 더 올라간다. 4도가 인간 생존의 한계다. 해수면은 60cm 높아지고 지구상의 많은 육지가 바닷물에 잠긴다. 날씨는 극단적으로 변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며 난민이 급증한다.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변한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구조는 이런 변화를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마이클 생각이다.

툴러 목사는 마이클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환경파괴로 망가져가는 지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에너지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고 그 중 대표적 기업인 '바크'가 대형교회인 '풍성한 삶 교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툴러 목사는 절망에 빠진다. 그는 '풍성한 삶 교회'의 재정지원이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 가난한 목사이기 때문이다.

툴러 목사는 '풍성한 삶 교회' 담임목사를 찾아가 항변한다. "교회가 환경문제에 나서야 합니다. 의회는 기후 변화를 아직 부정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뽑힐 때 교회는 뭘 하고 있었나요? 누가 대기업을 대변하는지 아시잖아요? 그렇다면 주님은 누가 대변해야 하는가요?"

'풍성한 삶 교회' 부자 목사는 이렇게 대꾸한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군. 이만한 교회를 이끌려면 직원들 챙겨야 하고,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해. 주님은 시장에도 계시지. 환경오염도 주님의 뜻인지 누가 알겠나."

교회가 대형화하면서 부자가 된 목사는 자본주의 기업가처럼 행세한다. 목사는 이제 성직자라기보다는 기업의 오너 같이 변했다. 주일마다 강단에 서서 회개하라고 외치지만 지역사회 권력자들과 식사하기, 기업 대표들과의 골프 라운딩, 교단 정치는 물론 현실 정치에 관여하느라 일주일이 훌쩍 지나간다. 모든 대형교회 목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회는 이처럼 자본에 종속되어 경영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창조주 하나님이 '보시기에 참 좋았다'고 했던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이 훼손되는 것에는 침묵한다. 영화 속 툴러 목사는 외친다. "주님께서 복원시키도록 오염시키란 말인가요? 주님께서 용서하도록 죄를 저지르란 말입니까?"

교회가 침묵하는 것이 거액의 헌금을 내는 부자들 때문이라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해 벌어들인 부자들의 돈을 더 경외하기 때문이라면…… 교회는 체육관이나 경로당보다도 나을 것이 없다. 이대로라면 모세와 엘리야 같은 주의 종들이 나타나 '퍼스트 리폼드 교회' 툴러 목사처럼 절망 끝에 교회를 파괴하려들지도 모른다. 절망하는 목사들이 이 영화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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