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심재철·유시민 진실공방…지금와서 무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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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진술서, 민주인사 공소사실 뒷받침"vs"비밀조직 지켰다"
윤호중, 심 의원 겨냥 "형 진술에 민주인사 유죄받아" 비판
40년전 군사정권 시절 폭압에 못이긴 진술…진위공방 無의미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0년 전에 학생운동 시절 쓴 '진술서'를 놓고 때 아닌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똑똑한 옆집 아저씨' 이미지로 젊은층에게도 인지도가 높아진 유 이사장을 둘러싼 설전(舌戰)이다보니 국민들의 관심도 꽤 높은 모양이다. SNS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인걸 보니.

두 사람은 80년 서울대 학생회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을 뿐아니라, 비밀조직인 서울대농촌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 입문 과정에서 행보를 달리하면서 지금은 범(凡)여권과 보수색이 짙은 제1야당의 중진 의원으로 대척점에 섰다.

시작은 유 이사장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KBS '대화의 희열'에 나와 학생 운동 시절 "하루에 진술서 100장을 쓴 적이 있다.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가 고문과 협박에 시달리며 진술서를 썼고, 당시 장문의 진술서는 운동권에서 회자(좋은 의미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진실을 왜곡하는 예능의 재능을 발휘했다"고 공격했다. 그는 그러면서 "(80년) 6월 11일자 유시민 진술서에 언급된 77명 중 미체포자 18명이 6월 17일 지명수배되었고 이 중 체포된 복학생 중 일부는 이해찬에 대한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나와 재차 "(진술서 작성 뒤)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저희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자신을 포함한 민주인사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는 입장이고, 유 이사장은 비밀 조직을 지키기 위해 이미 공개된 총학생회 간부 중심으로만 언급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은 평행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총선제도기획단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의 같은 학교 후배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심 의원을 비판하는 SNS 글을 올리며 정치권으로 싸움이 번질 조짐이다.

윤 사무총장은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투옥시킨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유죄판결에 있어서 핵심 법정증언이 바로 형(심 의원)의 증언임이 역사적 진실로 인정되고 있다"며 심 의원의 진술이 더 큰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사실 운동권에서는 심 의원이 군사정권 아래서 방송사에 입사한 것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당시 신군부에 장악된 방송사들은 소위 '땡전 뉴스'라는 용비어천가를 읊어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심 의원은 "본 의원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핵심 증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넘치고 넘친다"며 윤 총장의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이번 공방은 결과적으로 과거 학생운동을 하면서 누가 '동지'에게 칼을 겨눈 '배신'을 했느냐를 놓고 벌어진 셈이다.

심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 유 이사장이 고깝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 심 의원의 주장을 지켜본 후배 윤 총장도 심 의원이 상당히 못마땅했던 것 같다.

심 의원이 유 이사장을 비판하면서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심 의원 입장에서는 같은 피해자) 측은 심 의원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반응이다.

심 의원은 나중에는 이 대표에 대해서도 자신과 관련해 언론에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몸담은 역사지만 각자의 판단과 주장이 어지럽게 허공에서 춤추고 있는 형국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비틀린 사실을 머리 속에 저장하는 것은 인간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사진=연합뉴스)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두 사람을 둘러싼 '배신 논란'은 아무리 정치권이라도 뒷맛이 씁쓸하다.

누가 어떤 진술서를 썼고, 또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했던 간에 그것은 군사정권의 폭압에 의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우리 역사는 이미 수없이 증명해줬다.

고문으로 쥐어짜낸 진술서나 진술은 법적으로도 효력이 없다.

지금의 진실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 이유다.

20대의 학생 청년을 공포로 몰아넣고 거짓 진술을 하게 만든 폭력이 있었다면, 잘못은 거기에 있다. 지금 논쟁은 궤도에서 한참 벗어났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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